버핏그라운드 신도림 점과 짐박스/짐인더하우스 비교

이전에 짐박스 보라매짐과 짐인더하우스2호점을 비교했는데. 오늘 버핏그라운드 신도림 점을 이용해보고 리뷰 겸 비교 글을 남겨 본다.

버핏그라운드 신도림의 차별점

1. 28층 호텔 시티뷰 2. 샤워실 아닌 탕과 사우나 완비

신도림 점의 가장 큰 차이점은 위 2가지다. 물론 버핏그라운드라는 피트니스 스타트업이 가진 차별점은 저게 아닌데. 신도림 점에 한해, 헬스장 간 비교에서는 그렇다.

운동하는데 전망이 왜 필요하냐. 지하에서도 운동만 하면 됐다 생각했는데. 막상 28층 뷰를 경험해보니 기왕이면 다홍치마, 한결 눈이 트이더라. 지하에서 할 때는 생각도 안 했는데, 이제 헬스장 갈때도 선크림 발라야하나 싶음.

샤워실은 헬스장 수준이라기엔 너무 호화롭고, 호텔과 견주기엔 빈약하다. 온탕, 열탕, 냉탕이 있고. 작은 습식 사우나까지 딸려있다.

사용자 선호는 습식보다 건식이 훨씬 높을텐데. 건식은 관리가 워낙 어려워 포기하지 않았을까. 한국은 건식 도 반 습식처럼 손님들이 물을 뿌려대니. 나무로 만든 건식 사우나는 내부 관리가 어려울 것. 애초에 사우나 업장도 아니니 여기에 손이 많이 가면 업주 입장에선 난감.

샴푸, 바디워시, 스킨/로션 다 있는데. 샤워타월이 없고, 수건도 호텔의 그 두터운 게 아니라 수백번 빨래질 당한 그라데이션 물빠짐 헬스장 수건인게 굳이 아쉽다면 아쉽달까.

사우나가 아니라 헬스장이란걸 감안하면 이 정도 구성도 엄청난거지.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도 감탄. 트레드밀 뛰면 거리당 얼마, 특정일 출석 같은 미션 달성시 또 얼마 간 포인트를 주고, 이걸로 매점에서 뭘 사먹을 수도 있다. 개인 및 지점 간 순위 경쟁도 당연.

게임 요소를 도입해 운동에 더 매진하게 하고, 리텐션(재등록) 높이자는 구도는 이미 짐박스에서도 경험했는데. 그땐 이게 진짜 운동 욕구에 도움이 될까 싶었다. 근데 버핏그라운드는 되더라. 쌓은 포인트로 당장 실물을 살 수 있다는 즉각적 보상 때문 아닐까?

헬스장에서 아아 한 잔 마시며 카페인 빨로 시작하는 건 이제 일반적 루틴이잖아. 인포데스크에서 커피를 사고 싶었는데. 야박하면서도 재밌게 돈으로는 못 사더라고. 유산소 운동과 미션을 통해 얻은 고유 포인트로만 살 수 있더라. 돈으로 못 사니 오히려 전리품 느낌이라 열심히 달려 벌어야겠단 느낌이랄까.

점수는 개인별 앱은 물론 유산소 존에 거치된 대형 텔레비전에 각 닉네임으로 실시간으로 뜬다. 2킬로 달성, 4킬로 달성 등 소소한 이벤트도 전광판에 뜨고. 스타벅스 경동시장 지점에서, 주문자 닉네임이 빔프로젝트로 벽에 비춰지는데. 그것처럼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하는 효과가 있달까.

짐박스도 게이미피케이션 개념을 도입하긴 했는데. 버핏그라운드 쪽이 훨씬 더 구현에 진심이라는 느낌.

트레이너의 접객과 상담도 확실히 본부의 교육을 받은 티가 났다. 헬스장 고객 동선이란 개념을 이해하고 헬스장을 소개하고, 한 때 희화화됐던 트레이너 특유의 쪼 있는 말투도 전혀 없다.

단순히 헬스장 업을 잘 하겠다는게 아니라, 피트니스 스타트업을 표방하는 기업이니 트레이너 교육에 애썼을 게 눈에 보인다. 그게 느껴지더라.

하지만 아쉬운 점도

프리웨이트 기구, 특히 바벨 퀄리티가 아쉽다. 이건 버핏그라운드 타겟이 보디빌딩과 파워리프팅 헤비유저가 아니기에 충분히 예견도 했고, 납득도 된다. (근데 여기도 파워리프팅 웨어 입고 운동하는분 있는 걸 보고, 파워리프팅도 꽤 대중화 됐구나 싶었음)

원판이나 바벨을 전부 엘리코로 도배하는 건 생활체육 업장에선 가성비 안 나오는 불필요한 사치라 생각하는데. 여기 바벨은 너무 막봉 느낌.

벤치프레스에도 20킬로 정규 바가 아니라 15킬로짜리 바가 얹어져 있는데. 20킬로 중간 품질 바벨도 막봉과 가격 차가 그리 크지 않을텐데 아쉽다.

200만원짜리 역도 올림픽 바벨을 놓자는 소리가 아니라. 30만원짜리 정규 규격 바벨 정도는 구비할 수 있을텐데. 플레이트와 달리 바벨은 직접 몸에 닿는 장비라 그 차이가 체감된다.

버핏그라운드의 막봉 시리즈.

플레이트 색상이 제 멋대로인 것도 아쉬운 점. IWF 규정을 따르지 않고, 버핏의 BI 같은 녹색으로 도배돼 있다. 버핏 로고가 박혀있는 걸로 보면 사업 초기 중국 OEM으로 만든 것 같은데. 그 당시 웨이트 전문가가 관여하지 않은 듯.

플레이트 색상은 미적인 관점보다 기능적 관점에서 규격을 따를 필요가 있다. 부연하면, 10킬로는 녹색, 20킬로는 파란색, 25킬로는 빨간색, 2.5킬로도 빨간색. 이런식. 근데 버핏은 5킬로도 20킬로도 다 녹색이니…

20킬로와 2킬로가 같은 색이어야 하는데. 20킬로와 5킬로가 같은 색이라니…… 이를테면,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간 싸움에서 디자이너가 이긴 셈. 근데 진짜 기능을 고려한 디자이너라면 이렇게 하지 않을텐데.

멀티랙도 사진으로는 반짝이는게 멋졌는데. 써보니 J컵 결합 부분 같은 디테일에서 만듦새가 약간 어색하다. 문제될 수준은 아니고. 짐인더하우스처럼 워낙 랙으로 차별화하는 헬스장을 다니니 상대적으로 눈에 띄는 것.

머신류는 라이프 피트니스 계열로 채운듯 한데. 미슐렝 원정 다니듯 기구 원정 다니는 매니아는 애초에 버핏 타겟이 아니므로 충분히 납득된다.

그리고 앱의 활용도가 높은데. 역설적으로 앱이 빠릿하지 못하다. 딜레이가 너무 심해 취소 두번 눌렀다 앱이 닫히길 몇번 반복. 특정 메뉴에서 특히 그런 듯. 앱의 초기 로딩도 느리고.

전문 IT 섹터가 아닌 스타트업의 고질병이겠지. 개발자나 인프라 전문가가 이런 곳에 다수 있을리 만무하다. 일정 규모로 성장하기까지 잘 버텨내야할 것.

소소하게 봤지만, 써 보니 꽤 강점인 요소도 발굴할 수 있었다.

‘오운완’ 인증샷 찍는 곳인데. 첨엔 뭔 유난스럽게 이런 곳까지 해 놨나 싶었다.

인스타 촬영이 아니더라도, 삼면 거울로 내 몸의 측/후면을 관찰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더라고. 인바디보다 눈바디라고 하지 않나. 보고 -> 측정하고 -> 기록하는 중요한 공간이더라.

역시 부정적으로만 보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자유롭게 인바디 체크할 수 있는 공간. 동네 헬스장은 인바디 사용조차 일종의 권력이라, 트레이너에게 문의해야 상담을 명분으로 쓸 수 있는 경우가 있다. 한참이나 예전 영업/운영 방식이다.

이제 헬스장에 오는 젊은 층은 인바디를 아이패드 쓰듯 직관적으로 쓰고 그 결과를 해석한다. 트레이너가 전문성을 갖춰야할 지점은 이미 검사->진단 단계가 아니다. 그 너머 개인별 처방이다.

고찬경 선수가 여기서 PT를 하다니. 좀 놀랐다. 기능성 운동 뿐 아니라 보디빌딩 쪽으로도 힘을 빼진 않겠다는 각오가 보인달까.

버핏그라운드 vs. 짐박스 vs. 짐인더

버핏은 연간 100만원, 짐박스와 짐인더는 연간 50만원 수준이다. 간혹 행사가로 연간 30만원대를 부르기도 하는데. 옷과 사물함까지 고려하면 얼추 50만원 선이 지켜진다. 얼추 버핏그라운드가 짐박스/짐인더 보다 두 배 더 비싼 것.

그럼 버핏그라운드가 진짜 비싼 거냐? 상대적으로 그렇긴한데. 애초에 한국 헬스장이 싸도 너무 싸다. 심지어 구민센터 같은 공공기관 보다 사설 헬스장이 쌀 정도니 말 다했지.

버핏그라운드 헬스장은 서울 살기에 누릴 수 있는 가격이라고 봐얄 것.

  • 버핏 : 라이트유저 대상, 크로스핏 류의 단체운동도 즐기고, 팬시한 공간에서 운동하는 나!
    • 연간 100만원, 월 10만원 가량하는 금액이 약점이라면 약점인데.
      • 이조차 임대료 감안하면 아주 싼 금액일 것.
      • 헬스장만 이용하는 분은 PT 끊는 분에게 일정 수준 빚지고 있다고 봐야지 않을까.
  • 짐박스 : 보디빌딩 위주 헤비유저 타겟. 이 가격에 이 퀄리티면 감사해야.
    • 근데, 저녁 퇴근 시간대는 붐벼도 너무 붐비긴 함.
  • 짐인더 : 확실한 파워리프팅 타겟. 면적당 랙이 이보다 많은 곳이 있나?
    • 파워리프터라면 고민할 필요 없고, 라이트 유저라면 갸우뚱……

잡담. 버핏그라운드라는 스타트업에 투자할래? 라는 관점에선

위는 헬스장 사용자로서 리뷰였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버핏그라운드라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기회가 있다면, 내 돈을 넣을 것인가? 라는 관점에서 잠깐 궁리해봤다.

답은 아직은 노. 재무상태나 현금흐름 등의 자료를 전혀 안 보고 가십 수준으로 끄적여 보는 거라 별 의미는 없지만.

신도림, 역삼, 삼성 같은 서울에서도 가장 비싼 땅과 건물에 입점해 어떻게 지속적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단가(P) 높이기는 한국 헬스 시장 특성상 한계가 있을테고, 모집인원(Q) 증대도 오프라인 업장 특성상 일정 수준에서 빠른 한계를 맞을 것. 만약 진짜 많이 받으면 짐박스처럼 돗데기 시장 되는 데, 짐박스 2배 돈 내고 사람들이 좋아라하며 다닐까?

다른 헬스장과 차별점이라면 기능성 그룹운동인 팀 버핏인데. 이게 과연 얼만큼의 매출을 가져다줄지… 50분짜리 운동이니 빠른 회전에 기대를 걸어야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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