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도시 임장_엘스, 리센츠] 잠실이라는 입지가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는 것

평당 1억 납득하기

왜 공급면적 12평 아파트를 10억 주고 사는가. 다른 동네에선 보증금 500에 월 70만원이면 될 공간을.

그 가격을 설명하는 논리가 온라인에 텍스트로 넘쳐나지만, 진짜 그런가 직접 가서 확인하고 싶었다. 체험까지는 못하니 걸어다니며 눈으로 보기라도 하며 납득하고 싶었다.

한나절 돌아다니며 내린 결론. 이건 잠실이라는 입지를 사는 게 아니다. 잠실이란 이름을 가진 ‘서울 중산층’의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거다. 그 라이프 스타일을 영위하기 위해 10평에 10억, 20평에 20억, 30평에 30억 입장권을 끊은 사람이 모인 곳이 잠실인 것.

김시덕 박사가 말한 신도시 구성 3요소. 아파트 대단지, 백화점, 호수공원. 이것의 원형이면서도 2.0 버전을 보여주는게 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줄여서 엘리트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 일대더라.

역과 가깝고, 종합운동장이라는 공원과 가깝고, 한강뷰가 나오고. 이런 것들이 집값을 설명하는 직관적 장점이긴 한데. 이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잠실 부모는 집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물려주고픈 것

아예 부촌이라 그사세로 제껴놓을 한남, 서초, 강남, 압구정과 달리. 잠실은 서울의 자수성가 중산층이 가족을 이뤄 한번 입성을 노려볼만한 곳으로 느껴진다.

앞에서 ‘서울’ 중산층이라고 표현했는데. 통계청 기준 2024년 상위 10% 가구 순자산이 10억인데,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딱 10억. 즉 서울에 자가 아파트 가진 가구는 상위 10%니 잠실 사는 가족을 중산층이라 표현하는 건 어색하다. 일종의 평균 올려치기가 되는 것.

하지만 대중의 인식(특히 상승욕이 반영된 바람)과 통계는 또 어긋나기 마련. 서울이라는 특수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중산층의 라이프 스타일이 집대성 된 곳이 잠실이라는 생각.

지하철 출입구와 아파트 상가가 연결되고. 초, 중, 고는 아파트 단지에 둘러쌓여 있으며. 그 중 일부 학교는 전국 명문으로 이름나있다.

먹거리, 놀거리, 병의원 모두 하나의 사거리에 모여있고. 심지어 한 블럭만 더 가면 전국에서 가장 큰 백화점과 마트와 놀이공원이 집결해있다.

잠실에서 태어나 잠실의 초중고를 나오고 기쁜일도 슬픈일도 다 누적하며 자아형성을 해 온 잠실키즈는 세상의 준거점이 잠실사거리일 수 밖에 없다.

대입, 취업, 결혼을 하면서. 혹시라도 잠실에서 멀어지면 그 개인에겐 추락이다. 아, 물론 예외적으로 강남이 있는 좌측이나 압구정이 있는 상단 한 클리크씩 이동하는 건 제외.

잠실이 단순히 교통과 입지가 좋아 높은 시세가 형성된 동네가 아니란 걸 확인한 한나절이다. 눈에 보이는 도로와 마트 외에. 강남 개발이 시작된 70년대 이후 50년 동안 쌓인 소프트웨어 차원의 인프라는 또 얼마나 견고할 건가.

결국 잠실의 부모는 잠실 집을 물려주고 싶은게 아니라, 본인이 쟁취하며 누려온 서울 중산층이라는 삶의 양식과 그게 발현될 터전을 물려주고 싶은 것.

회원권 가격이 그 모임의 가치를 보증한다. 그러니 그들에겐 평당 1억 이상도 기쁘게 모아서 낼지도.

송파구에 끼고 싶은데 주소지는 강동구인 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 바라본 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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