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
꽃가마를 뜻하는 화개는 고귀한 자리에서 만인에게 칭송받는 명예로운 힘을 의미한다.
각 계절의 끝자락에서, 삼합을 마무리하는 고지(진술축미)에 화개의 기운이 담겨 있다고 보지만, 엄밀히 말해 계절 중 여름에 해당하는 미토가 이전 계절인 해묘미를, 겨울에 속하는 축토 가 이전 계절인 사유축을, 가을의 술토가 여름의 인오술을, 봄의 진토가 겨울에 속한 신자진을 지지에서 만날 때 화개가 성립한다.
인생을 달관한 노인이나 고승이 자아내는 종교와 수도의 기운이기도 한 만큼, 옛날에는 화개가 강하면 출가를 권하기도 했다. 고독한 기운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현대에서는 특수 분야에서의 잠재력이나 극한의 창의력, 뛰어난 문장력 등으로 발휘되기도 한다.
참고로 문창귀인의 문장력이 재기발랄하고 화려하다면, 화개의 문장력은 사유가 깊고 무게가 있다. 화개는 세속적으로 물질을 추구하기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성과를 중시한다. 따라서 종교적인 영성이 높거나,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것에 집착하기도 한다.
세속과는 거리가 먼 기운이라 통상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참모나 이인자로서 힘을 발휘하는 경우도 많다.
연주, 월주, 일주, 시주에 전부 화개가 있다면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어 남에게 큰 존경을 받는 대신, 극한적으로 고립된 삶을 살 수도 있다.
화개가 정인과 있으면 대학자의 자질이 있고, 형이나 충이 되면 문화예술계에 종사할 가능성이 높다.
화개는 다른 신살과 달리 하나 일 때는 큰 의미가 없고, 두 개 이상 있어야 유효하게 드러난다. 일지와 시지에 화개가 있는데 모두 공망인 경우, 고서에서는 승려의 사주로 여겼다. 종교 영성• 수도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고 보면 된다.
단, 두 개 모두 월주와 일주에 있을 때는 둘 다 강하게 작용한다. 또한 화개와 도화가 나란히 동주하는 것을 염세학인이라 하였는데, 일시주 화개와 마찬가지로 종교인, 수도인의 삶과 인연이 크다고 해석했다.
백호
백호 역시 양인처럼 충이 일어나면 그 기운이 더욱 강해진다고 본다.
참고로 백호와 양인이 둘 다 있는 것을, 살이 합해졌다 하여 합살이라고 한다. 과거에 부정적으로 여긴 기운들이 함께 있다고 해서 흉살이라 볼 필요는 없다. 합살은 극단적으로 길한 힘으로, 통상을 넘어서는 큰 권력을 획득할 수도 있다고 보았다.
현실에서는 대기업의 오너가 일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에 승진을 거듭하여 정점에 오르는 등 보통 사람들은 이루어내지 못할 지위를 거머쥐는 양상을 띤다.
과거에는 괴강, 양인, 백호를 모두 부정적인 신살로 보았지만, 적어 도 지금의 무한경쟁 사회에서는 가급적 괴강, 양인, 백호 정도는 하나 씩 갖춘 사주가 더욱 경쟁력이 높다고 본다.
천월이덕
천덕귀인은 하늘의 덕을, 월덕귀인은 태어난 달 (월지)의 덕을 받는 귀인을 뜻한다.
천덕귀인과 월덕귀인 모두 동주한 십성의 힘을 더욱 활성화시키거나, 기구신의 부정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천덕귀인이 길한 기운은 더욱 증폭시키고 흉한 기운은 감소시키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월덕귀인은 여성에게 더 긍정적으 로 작용하고 흥신이나 기구신을 방어하는 데 조금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덧붙이자면, 고전에서 꺼리던 흉신은 삶의 양식이 다양해진 현대사회에서 정반대의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천덕이나 월덕이 흉신을 억제 한다고 하여 겁재, 양인, 상관, 편관, 편인 등의 작용이 떨어진다고 보면 안 된다. 오히려 위 십성의 힘을 쓸 때 발생할 수 있는 불안정성을 줄여주니, 십성의 긍정성과 활용도가 더욱 높아진다는 의미로 해석해 야 한다. 사실 천덕귀인이나 천을귀인 모두 비슷한 작용을 하는, 천을귀인의 약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천덕과 월덕 모두를 가지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로부터 이를 천월이덕이라 하여, 천을귀인보다 훨씬 길하다고 여겼기 때문이 다. 천월이덕은 관운이 따르고, 무병장수하며, 어떤 홍한 기운도 길하 게 바꾼다고 보았다. 고전에 의하면, 식상에 천월이덕이 놓이면 의식주의 풍족함 속에서 만년의 영화를 누린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