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소셜을 발전시키기 위해 무대에 서야하더라.

살사는 소셜댄스, 즉 사교춤이다.

발레나 댄스스포츠와 달리 무대 관객에게 보여주는 걸 상정하는 춤도 아니고 엘리트 스포츠도 아니다.

그래서 살사를 최대로 즐기는 건 소셜에 집중하는 거라 생각해 왔고. 공연팀 입단은 오랫동안 관심 없었다.

최근 생각이 바꼈는데. 소셜을 발전시키는 수단으로 공연팀 만한 게 없더라.

소셜, 즉 사교를 발전시키려면 춤의 기술과 인맥(네트워크), 두 가지가 필요한데. 취미로 어느정도 성장한 후에는 공연단에 들어가야 그 둘을 한층 더 키울 수 있더라.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 일반적이고 유용한 방법론이랄까.

먼저 춤의 기술 측면인데. 학습 관점에서 ‘컴포트 존’을 벗어나 의식적 수련을 하려면 추가 압력이 필요한데. 무대 만큼 강렬한 압박 장치가 없다.

엊그제 처음으로 휴대폰으로 내 기타 연주를 녹음해봤는데. 나 혼자 연습실에서 고작 휴대폰 녹음하는데도 그냥할때보다 손에 힘이 들어가는게 느껴지더라. 즉 압박이 느껴진단 것.

나 혼자 녹음하고 나 혼자 듣는 건데도 불구하고 이런 압박이니, 당연히 사람들이 바라보는 무대를 상정하고 준비하는 압박은 완전 다르지. 이론적으론 소셜 추면서도 충분히 수련할순 있지만, 무대 만큼의 압력을 만들진 못해.

내 다른 취미인 역도도 마찬가지. 무대가 프로에게는 그 자체가 컴페티션이고 생계를 위한 목적이겠지만, 생활취미인에겐 강력한 수단 아닐까. 더 발전하고 더 즐기기 위한.

두 번째 이유인 인맥도 마찬가지. 동호회 생활을 오래하면 인맥이 느는게 아니라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생기는데. 늘 만나는 사람만 만나기 때문. 이런 관계성을 부수고 새로 지어 주는 것도 공연단의 역할.

살사판에 오래 남은 사람은 결국 돌고 돌아 여차저차한 이유로 하나씩 공연단 경험은 가지고 있는데. 남들이 그러한데는 다 그러한 이유가 있었다. 그 구체적 이유를 13년 만에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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