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 2025년 7월 13(일)~16(수)
- 원래 화요일에 나와야 하는데 풍랑으로 배가 안 떠 하루 추가.
- 비행기도 결항될 수 있지만, 배는 기후에 더 취약하다.
- 배로 가는 섬 여행시에는 언제든 갇힐 수 있다는 걸 상정해야 한다.
예산
같은 3박 4일 일정일 경우 제주도 예산의 2배를 잡아야 할 듯. 서울 -> 울릉으로 동선 가정시, 배 타러 포항가는 KTX 비용 만으로 이미 제주도 비행기 삯을 넘는다.
퀼리티를 배제하고(이 말인즉슨 제주 퀄리티 숙소를 울릉에서는 찾기 어렵다는 것), 기본 숙소 가격도 제주보다 비싸다. 저동의 신축 호텔 2인실 싸게해서 15만원.
섬 내 이동도 거의 필연적으로 택시를 이용해야하는데. 어느정도 버스 이동이나 저렴한 렌트가 가능한 제주와 비용이 또 벌어진다.
제주도 식당 물가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울릉도는 원래 비싸다. 지금도 비슷한 식단이면 울릉도가 더 비싼 느낌. 근데 제주도는 아예 비싸게 먹을 수 있는 미식도 있지만 울릉도엔 그런 고가의 미식 메뉴는 없다.
예견은 했지만, 하나하나 곱씹어 보니 역시 울릉도는 비싼 여행지다. 어찌보면 현재 한국에서 동일 컨디션으로 비교시 가장 비싼 여행지일지도?
물론 울릉도라는 섬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특정 누가 부당한 폭리를 취하는 개념이 아님.
배편
포항 영일만 항에서 편도 7시간 걸리는 크루즈 이용했는데. 이게 3시간 걸리는 쾌속선 가격의 2배나 되기 때문에 정말 크루즈답게 배 안에서 놀 생각이 아니면 시간과 비용 면에서 쾌속선 타는 게 낫다.
가격은 4인실 바다쪽 방 1인 가격 11만 9천원. 배 편도 만으로 제주도 왕복 비행기 삯을 넘어버린다.

크루즈 회사에서 광고하는 스테빌라이저가 진짜 크게 작용하는지. 폭우 내리는 밤인데도 큰 흔들림 없이 잘 왔다. 백령도 갈 때 탔던 쌍동 쾌속선보다 확실히 흔들림이 적음.

4인 바다쪽 객실에서 보이는 뷰. 한번 봤으면 됐고. 그냥 제일 싼 안쪽 객실해도 될 듯. 근데 안쪽 객실해봤자 가격 차가 얼마 안 난다. 역시 열일하는 자본주의 가격패치.
4인실은 2층 침대 2개가 놓인 구조인데. 생각보다 쾌적했다. 문제라면 자동차에서 운전자를 미치게 만드는 잡소리 같은 게 운항할 때 계속 들린다는 것.
호실을 나누는 칸막이와 가벽 천장, 2층 침대 매트리스 철제 구조물 등이 만들어내는 잡소리가 계속 이어지는데. 자동차 잡소리가 그렇듯 뭐가 원인인지 찾기도 힘들고. 이건 찾아봤자 고칠 수도 없다. 호실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냥 걸리기 나름이기도 하고.

점심, 저녁도 판매하는데. 울릉도 약소가 밟고 지나간 국이 1만 5천원. 부실해 보여 실망 했지만. 놀랍게도 맛은 있어서 깨끗이 비웠다.
크루즈라 술과 먹거리, 라이브 밴드 등이 다 있는데. 또 럭셔리 크루즈를 기대하면 실망한다. 한마음 산악회처럼 내려놓고 즐길 마음가짐이 필요.

날이 좋았다면 오픈했을 배 뒤편 넓은 야장. 어차피 놀이라는게 기세고 분위기이니. 갑판에서 야장을 경험한다면 만족도 높은 경험일 것.
섬 내 이동
노선 버스 타고 관광할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 듯. 택시 기사님 이야기라 편향은 있을 수 있지만. 위치에 따라 몇 시간에 한대 오기도 하고. 원하는 관광지까지 깊숙이 들어가는 건 당연히 안 된다.
운전에 자신이 있어도 렌트는 관광에 전념하려면 단념하는게 좋다. 울릉도는 운전하기 좋은 지역이 아니다.
온통 경사지기 때문에 당연히 관광지도 경사진 곳에 있다. 문제는 그것 만이 아니라, 마을 안 관광지는 좁은 길을 뚫고 험난한 주차까지 해내야 한다.
암만 생각해도 관광을 제대로 즐기려면 택시 대절이 맞다. 네이티브 드라이버가 알아서 데려다주고 주차는 알아서 해결했다가 다시 픽업하러 와 주신다. 미리 만나는 로봇 택시인 거임.
택시비 아끼려면 차라리 울릉도 말고 제주도 가는 게 맞다.
아, 그리고 자전거나 전기 오토바이 같은 대안도 있긴 하던데. 비추. 정말 자전거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르겠는데. 길이 안 좋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위한 배려가 있기 힘든 도로 환경이다. 특히 자전거는 브레이크를 잡아도 그냥 타이어가 미끌릴 듯한 경사지가 많다.
섬에서는 길에서 잡아서 타는 택시는 없고 100% 콜택시라 보면 된다. 여행 일정 전체를 동행하는 전세 계약을 하거나 콜택시를 부르거나. 하지만 저녁 7시 넘어가면 콜에 응하는 택시조차 별로 없단다.
숙소
이동 수단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을과 떨어진 외진 숙소를 잡지 말 것. 즉, 어지간하면 그냥 마을 내 숙소를 추천.
택시 기사님 피셜인데 맞는 말 같다. 어중간하게 마울과 마을 사이 경치 좋은 지점에 자리한 펜션이 많은데. 실컷 놀다 숙소 들어가려면 콜이 안 잡히거나 잡혀도 편도 4만원씩 든다는 것.
우리는 아예 콜택시를 대절했기 때문에 하루는 그런 어중간한 위치의 독채 펜션도 가 보고. 다음날은 저동 신축 호텔도 가봤다.
어차피 울릉도를 즐기러 왔다면 저동 같은 번화가 숙소 잡는 게 맞을 듯.
음식
울릉도에 맛집은 없다.
내 맘대로 단언하니 웃긴데. 울릉도라는 섬 자체가 미식이 발달하기 어려운 환경 아닌가. 지형은 척박하고 육지에서 멀고. 이러니 관광이 일찍부터 발전하는데 한계가 있다.
오징어, 홍합밥, 독도새우, 명이나물, 호박엿.
이 정도가 특산물로 꼽히는데. 오징어나 홍합, 새우는 딱 원물 그대로의 맛을 즐기면 된다. 특별한 조리법이나 업장은 없다는 소리.
3박 4일 일정에 비해 여러 식당을 다녔는데. 접객 수준도 맛 수준도 평이했다. 아니, 육지 관광지라면 평이가 아니라 못하다 평했을 것.
같이 간 6명이 입을 모아 울릉도에서 가장 맛있다고 한 곳은, 생선구이가 나오는 백반집이었다.

섬 고양이
동네 산책 중 죽은 쥐를 간만에 목격한 바. 이곳엔 쥐가 살고 있고(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 이를 퇴치하는 실용적 목적을 포함해 고양이가 길러지지 않을까 싶다.

보통 고양이가 있는 곳엔 사료가 놓여있거나 뿌려져 있다.

아파트 테라스로 출퇴근하는 고양이

저동초등학교 고양이

펜션 동료

마을 상부에서 마주친 고양이

방파제 지키는 고양이

이 친구는 오토바이 가게 지킴이

특별출연, 옥천 전망대 근처 다람쥐

예림원에서 만날 수 있는 사슴. 어지간한 관광지는 사슴 먹이를 판매하는데. 여긴 먹이가 수레째 놓여있는지라. 사슴에게 인심 쓸 수 있다.
관광지
울릉도 최고 관광상품은 경사 그 자체 아닐까.
해안에서 고개를 들어 마을 위를 보면, 저 산 꼭대기에도 도로를 놓고 전주를 박고, 집을 지어 불 켜고 사는구나 싶어 놀랍다. 중국 장가게 느낌 나기도 하고.
여긴 진짜 온통 경사지라는 것. 어디에도 평지가 없다는 것 자체가 가장 특수한 경험이었다.

그래도 사진은 좀 남겨야겠다 싶어. 전망대에서 한 컷.
풍경

해안에 위치한 생선 가공 공장. 많이 낡은 걸 보니 가동이 중단된 듯 싶다. 이미 오징어 잡이는 3번째 산업으로 밀려났단다. 첫번째는 관광. 두번째는 나물 농사.
공장에 걸려있는 무장공비 침투 신고 표지판도 함께 낡았다. 비록 상업은 각 분야대로 흥망성쇠가 있겠지만. 대 일본, 대 러시아, 그리고 대 북한 안보 거점으로 울릉도 역할은 변함 없을 것.

신축이라기 보단 해체로 보이는 공사 현장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섬 답게. 암반에서 용출수가 엄청나게 쏟아져 나와 물 걱정 없는 섬이다. 우리가 간 첫날 비가 워낙 와 수량이 는 것도 있겠지만. 마을을 가로 지르는 개천 수량이 시원시원하다.
평지가 부족한 울릉도 답게 개천 하류는 복개해 도로와 주차장으로 쓰고 있다.

저 교회는 주말 예배를 폐교된 초등학교에서 연다. 아마 주차장이 부족해서일 것.
울릉도도 차가 너무 많아져 고민이란다. 마을 속 주차장에는 이중주차 금지 팻말. 즉 이중주차 해야할만큼 차량이 과밀하다는 것.
땅이 없는 게 아니라 평지가 부족하다. 공영 주차장도 역시나 엄청난 경사 위에 지어져 있더라.

저 뒷집은 빈집인데. 집으로도 안 보일만큼 풀이 덮어버렸다. 섬은 들여오는 것도 돈이지만 내 보내는 것도 돈이다. 허물어져 가는 집을 다 허물고 정리할 유인이 없는 건 어찌보면 당연지사.
독도 스타트업 사업가 최종덕
기업가, 벤처 사업가, 스타트업 창업자. 이름은 달라져도 예나 지금이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인간은 있어왔다. 시대에 따라 구체적인 형태와 업태에 따라 이름만 다를 뿐.
독도 박물관 별관에서 진행하는 ‘최초 독도 주민’ 최종덕 씨 전시를 보니. 영락없는 해산물 스타트업 사업가더라.

대표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은 어쩌면 인사관리다. 적절한 사람을 적절한 자리에 앉히고, 특히 스타트업 초기에는 안 나가게 관리하는 것.
독도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동시에 관리가 어려운 인력은 해녀 였을 것. 직접 상품을 채취하는 핵심 인력이면서, 외간 환경에서 남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독도 숙소 생활에 불편함도 많이 호소했을 것.

존버한다고 다 기회가 오는 건 아니지만, 기회를 잡으려면 존버해야 한다. 정부가 관심을 가지는 사업이 된 거다. 박근혜 정부 때 중국유통 같은 거. 지금의 AI 같은 거. 유행할때 창업하면 이미 늦다. 전부터 시작해 존버하고 있어야 한다.
최종덕 씨는 PR 감각도 탁월하다. PR이라는 게 다양한 이해관계자, 즉 공중과의 관계 관리 인데. 자신의 독도 집을 단순히 최종덕 댁이 아니라 ‘어민보호소’로 포지셔닝 했다는 점이 그의 정무 감각을 보여준다.
일에는 실리도 중요하지만 이를 추진하기 위한 명분도 중요하다. 새의 두 날개 같은 것.

아마존 창업 당시 문짝을 뜯어 테이블로 썼다는 일화가 떠오르는, 숱한 실리콘밸리 차고를 연상시키는 독도 토담집. 일단 시작이 중요하다. 양철과 진흙으로 바른 집이라 해도.

필요한 게 있으면 직접 만드는 발명가라는 게 현대 실리콘밸리 사업가 전형인 ‘시장의 문제를 발견하고 푸는 사람’ 아닌가.
그리고 44년에도 자식문제로 처자식을 대구로 이주시킨 걸 보면. 적어도 최근 100년 간 한국 교육열은 끊긴 적이 없어 보인다.
그의 스타트업스러움은 현대 실리콘밸리의 방법론으로 이러저러하게 재단해 볼 수 있겠지만. 결국 핵심은 문제를 풀기 위한 끝없는 시도 하나로 귀결되지 않을까.
울릉도 여행은 누구에게 적합한가
아래 유형에게는 비추
- 가성비 여행을 원한다. -> 비싸다.
- 혼자 여행을 원한다. -> 혼밥 거절 당하는 거 직접 봄. 여긴 여기 룰이 있다.
- 럭셔리 숙소가 필요하다. -> 1박에 천만원 숙소 이용해야함.
- 일정에 구애 받지 않고 이동하고 싶다. -> 관광지 간 이동이 쉽지 않다. 일주도로에 낙석 떨어지면 구간 차단돼 아예 못 들어갈 수도 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
- 독도 가보고 싶다
- 울릉도라는 섬 자체에 대한 흥미
종합해보면 대중적 인기 여행지가 되기엔 한계가 크다. 공항이 생기면 달라지겠으나. 최소 5년 후 일이고.
지금 당장은 작은 섬을 다니는 게 더 만족도 높은 여행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