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임장 – 울릉도] 28년 울릉 공항 호재

나리분지가 울릉도의 유일한 평지다.

안 와 본 사람은 이게 뭔 말인지 와 닿지 않을 것. 실제 와보면, 인간이 사는 모든 생활공간이 모두 언덕이다.

서울에도 경사 심한 달동네가 많지만 그 초입은 당연히 평지다. 울릉도는 그런 거 없다. 마을 초입의 평지라 할 만한 건 항구 뿐(애초에 항구가 경사일수는 없잖아). 그 뒤로는 그냥 계속 언덕이다.

군청이나 한전, 소방서 같은 주요 시설은 어지간하면 그 동네 요지, 즉 좋은 터에 자리 잡지 않나. 그런데 어떤 공공기관이나 시설물도 여지없이 언덕배기다. 지형을 보면 그럴 수 밖에 없다.

육지의 관광지로 꾸며진 벽화마을류 언덕과는 다르다. 여기는 그냥 섬 자체가 화산 폭발로 뾰족 솟은 땅이라. 어찌보면 절벽에 사람들이 용케 달라붙어 사는 느낌에 가깝다.

울릉도의 현재 가장 번화가인 저동에는 아파트가 둘 있다. (공항이 생기면 아마 공항이 있는 사동으로 발전의 축이 넘어가지 않을까)

상록맨션_울릉도의 현대아파트

울릉도 근무하는 공무원을 위해 1983년에 지어진 상록맨션.

15평 단일평형으로 최근 실거래가 1억 8천만원. 영구 오션뷰이긴 한데. 가격이 생각보다 높다. 잠깐. 울릉도에서 영구 오션뷰가 딱히 장점인가 싶기도 하다. 여긴 전부 언덕이라 어지간하면 영구 오션뷰다.

섬이라는 닫힌 공간 특성상 수요도 높지 않겠지만 공급도 철저히 한정적이다. 만들 자리도 마땅찮고 만들어도 공사비가 육지 대비 3배쯤 된단다.

외지 낚시꾼이나 물놀이하는 사람 별장 용으로는 아파트가 단독주택보단 관리 면에서 나을 것. 그래서 이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계속 있지 않을까.

입지 좋다. 오션뷰면서 해안과 적절히 거리가 있어 바로 파도 맞을 일은 없다. 섬에는 귀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보건진료소가 바로 앞에 있는 것도 플러스.

워낙 작긴 하나 울릉도에서 가장 큰 저동 상권도 도보로 이용할 수 있으면서, 바로 상권 안에 있는 게 아니라 적절히 거리를 두고 있다.

엄청난 경사지에 세워진 건 육지 아파트라면 단점이겠지만 울릉도는 이게 기본이므로 흠도 아니다.

심지어 초중고도 도보 거리에 다 있다. 또 다시 심지어 울릉도 유일의 고등학교가 바로 여기 있다.

한줄씩 나열하다 보니 생각보다 비싼 가격이 납득되네.

휴먼시아_울릉도의 반포자이

서울에는 휴거라는 말도 있지만, 울릉도 휴먼시아는 다르다. 택시 기사님 한 분의 이야기라 검증은 필요하지만, 면적에 비해 비싸 울릉도 사람들은 잘 안 들어간다고 한다.

근데 10여 년 전 기사에선 워낙 임대료가 싸서 대기가 엄청 몰려있다 하니. 아마 임대료가 바뀌었거나 낮은 임대료가 적용되는 가구가 따로 있지 않을까 싶다.

당시 가시를 보면 자재 공수랑 작업 일정 때문에 육지에 비해 공사비가 3배가 더 들었단다. 섬 기후와 배편 결항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되는 이야기.

2007년 완공된 휴먼시아는 육지 사람이 보기에 가장 아파트답다. 두 개 동 정도는 전세대 테라스 형태라 인기 많을 듯.

근데 테라스에 고양이가 출퇴근 하기도 한다. 입주자에 따라 플러스 요인일지도.

울릉도에는 아직 쥐가 돌아다니는데 고양이가 쥐를 잡아준다면 원초적인 상생이 가능할 듯.

동 입구에는 윈터 타이어 교체 후 보관하는 타이어 렉이 있다. 울릉도 한 바퀴 둘러보면 누가 강제하지 않아도 웃돈이라도 주고 사서 낄 수 밖에 없다.

아! 물론 단지형 아파트라고 해서 요즘 신축처럼 산 깎아 평탄화했다 생각하면 오산. 산자락 경사는 그대로인데 정리만 한 느낌.

신축에 테라스까지 있으니 건물 자체는 매력적인데. 입지가 애매하다. 동네 가장 윗자락에 위치해 도보로 상권 이용이나 애들 학교 보내는 게 약간은 불편하다.

역시 입지로는 상록맨션이 한 수 위고, 휴먼시아는 신축빨이다(근데 영영 다음 신축이 안 생기면 이게 영영 최신축이잖아).

애들 안 키우고 두 다리 튼튼한 가족이 살기에는 그래도 신축인 휴먼시아가 좋지 않을까.

단지 내 조경. 전반적으로 관리되는 모습은 전혀 아니었다. 그냥 자연이 관리해 줌. 관리사무소도 두 곳이었는데 하나로 통합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 팻말 용도가 궁금한데. 저기서부터 휴먼시아 아파트까지는 도보로 꽤나 먼데, 뭐가 여기부터 휴먼시아라는 거야? 이렇게 탐욕스러운 곳인가 휴먼시아.

만일 내가 산다면

두 다리 튼튼한 지금은 휴먼시아가 낫지 않겠나 싶다. 오션뷰 삼익맨션이 친구들 보여주고 관광 가이드하기엔 좋겠으나(근데 15평이라 친구들 부르기도 쉽지 않을 듯). 정주해 살아갈 때 편의성은 2007년 아파트와 1983년 아파트 간 갭이 크지 않을까.

재개발, 재건축 기약없는 빈 집, 헌 집

과연 울릉도에도 재개발과 재건축이 가능할까?

거주 시설의 개선이라는 명분은 있으나, 결국 돈이 되냐는 실리 없이는 불가하다 싶다.

가장 집수리가 절실해 보이는 집이 ‘집수리 해주는 곳’이다. 2층 양철벽은 철거 앞둔 재개발 촌에서 종종 마주하던 양식.

섬에서 언제나 찾아볼 수 있는 빈집. 여기는 상권 중심지인데 비어있었다.

그 비어있는 집 끄트머리에 같은 블럭으로 묶인 이 건물도 다 빈집이겠거니…싶었는데. 미안하게도 영업 중인 숙박시설이었다.

그만큼 울릉도 건물은 전반적으로 외관은 신경 쓰지 않는다.

특이하게 상수도가 도로 위에 관 형태로 노출되어 있다. 아무래도 도로에 뭍는 작업이 어려우니 어찌저찌 임시방편이겠지.

임장기 다 쓰고 다시 제목을 보니 완전 낚시네. 울릉 공항이 생긴다 해서 여기가 드라마틱하게 가격이 오를까? 즉 울릉도 주거 수요가 높아질까에 대해선 의문.

관광지로서 접근성 높아지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제주도에 비해 크기가 너무 작고 평지가 아예 없는 척박한 곳이라 세컨하우스로 각광 받을 수 있을지. 그래서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지는 의문.

게다가 공항 활주로 연장하면 기존 28년 완공에서 30년 완공으로 늘어날다고 하고. 원래 그렇듯 또 이런저런 사유로 지연되면. GTX A 노선 다 완공되는 거랑 비슷하게 울릉 공항 개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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