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_2박 3일 탐조 여행기

실제론 새를 거의 안 봤는데, 제목을 탐조기라고 하면 되나 싶어서. 탐조를 하려했던 여행이니까 탐조 여행기로 명명한다.

울산대공원 동물원의 블랙스완. 참으로 감명깊게 읽은 책 블랙스완의 그 흑조다.

아무리 찾아도 새 관련 사진이 없어서 그냥 모임 후기만 남긴다. 나는 탐조인이 아니라, 탐조하는 사람들을 탐조하는 동호인.


울산 2박 3일 탐조여행_Side B

배 위에서 새를 보는 선상탐조를 계획했지만 풍랑에 배가 안 떠 실패, 간조 때 해안 탐조를 노려봤지만 만조랑 차이 없는 수위에 새들이 내려 앉질 않아 실패. 대공원과 국가정원이라는 거대한 숲에 생태 다양성을 기대했으나 한여름 땡볕아래 세상 조용.

인생은 계획대로 안 될 뿐더러. 언젠가 어디선가 부딪히고 깨지더라고요. 그 깨지는게 계좌일 수도, 근골격계일 수도, 심리일 수도 있죠. 그에 비하면 2박 3일 탐조 계획이야.

사회 초년생땐 기획, 계획이 중요했습니다. 치밀하면 달성 가능성이 높아질거라 생각했거든요. 근데 조금 살아보니 기획보다 존버하는 내구성이 때론 더 중요한 자질이더군요. 플랜A가 틀어져도 급격히 무너지지 않는 힘.

여행이란게 묘합니다. 24시간을 몇바퀴 돌리며 붙어있으면. 각자 대외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A면을 계속 유지할 순 없거든요. 체력이 떨어지면. 혹은 경계가 풀어지면 B면이 등장합니다. 욱할 수도 있고,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고, 표정이 일그러지기도 합니다.

표백제에 넣었다 꺼낸 수준의 무해함을 원하는 요즘 매너에는 안 맞을지 모르나. 관계는 실은 그때부터 시작되는건 아닐까. 납득 안 되는 논리를 들어도 ‘딱히 뭐 늘 논리가 맞아야하나. 그냥 이 사람이 그렇다면 그런거지.’ 이렇게 절로 이해 됩니다.

당일 마치는 짧은 번개는 잘 다린 와이셔츠들이 스치듯 만났다가 주름 풀리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라면. 이틀이고 사흘이고 먼 곳으로 떠나면, 일행이랑 세탁기 속에서 이리저리 엉킨 빨래가 된 느낌입니다. 너도 젖고 나도 젖고.

타트클에서 숱하게 많은 번개가 열리는데. 전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하느냐는 수단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본질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 그를 통해 어떻게 내 세상을 넓혀 나가느냐.

이번에도 함께 놀아주신 분들 덕분에. 곤줄박이 부리 만큼 제 세계가 넓어졌습니다. 고맙습니다. 계속 탐험해 보아욧!

  • 이상, 탐조인을 탐조하는 동호인 올림

원데이 클래스가 취미생활을 즐기는 요즘의 방법이다. 느슨한 연대이자 합목적성 만남.

일방적으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그냥 그게 지금의 트렌드이고, 그게 또 유지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다만, 원데이. 단 하루. 단 한번으로는 채우지 못하는 것도 당연히 있다. 표백제 통 속에서 만났다 나오는 깍듯한 관계.

그래서 일부러 섬으로 며칠씩 함께 떠나는, 불편한 이벤트가 강제 되는 모임을 찾게 되는 게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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