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 감성으로 쓴 자작시 [당신에게서 Uninstall]

당신을 기다리며 집 앞에서 두근대며 서 있지만
집에서 걸어 나온 당신의 첫 눈빛은 즐겁지 않았어요

함께 있어도 내 이야기보다
개인휴대 통신장비와의 교신이 우선이고요

나는 당신이란 운영체제에서 실행되는 프로그램 중 우선 순위가 최하위인 기분이 들었어요

여유 자원이 넉넉하면 그때서야 관심을 기울이는

다른 프로그램에는 그토록 친절하고 상냥한 당신,
그런 당신이라서 더욱 쓰리고 시립니다

이제 당신이 베풀어 주는 하찮은 리소스에 가슴 설레지 않을래요

이제 그만 당신이란 운영체제에서 Uninstall 하겠습니다.

정말로 삭제하시겠습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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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제목 [당신에게서 Uninstall]  

지은이 – 한 학기동안 공대생, 컴퓨터 공학도였던 박 준 희

어쩌면, 관심받지 못하는 사랑은 멀티태스킹 순위 중 최하위인 프로그램과도 같은 처지가 아닌가 싶다

다른 덩치 큰 프로그램들이 그 사람의 마음을 죄다 차지하고 가끔씩 그들이 뜸해지면 막간을 이용해 보이는 관심

과연 그렇게 간단한 프로그램이 되어 버리는가…

한 운영체제를 다운시켜 버릴, 그런 강력한 존재가 되기에는 메모리와 CPU 점유율이 턱 없이 부족한

‘공대생의 감성’ 이란 이름을 빌려 끄적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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