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키가 더 컸으면 좋겠다

키 큰 남자를 보면

가만히 팔 걸고 싶다

어린 날 오빠 팔에 매달리듯

그렇게 매달리고 싶다

나팔꽃이 되어도 좋을까

아니, 바람에 나부끼는

은사시나무에 올라가서

그의 눈썹을 만져보고 싶다

아름다운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그의 눈썹에

한 개의 잎으로 매달려

푸른 하늘을 조금씩 갉아먹고 싶다

누에처럼 긴 잠 들고 싶다

키 큰 남자를 보면

– 문정희  ‘키 큰 남자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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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처음만난 자리에서 상대가 나에게 무엇이 되고 싶냐고 하면 내 대답은 둘 중 하나다.

전공을 살릴 거냐는 질문이면,
‘신문방송학과 학생이니 신문배달이나 케이블 티비 설치를 꿈꾸고 있다’

무슨 직업으로 어찌 살 거냐는 질문이면,
‘어른이 될 거예요, 키는 190  몸무게는 90’

좀 더 크고싶다.

군대가서도 1센티쯤 더 자랐지만, 아직도 더 자라야 한다.

이 시를 보면 더욱 그런 맘이 든다.

어린 날 오빠 팔에 매달리듯, 아가씨를 내 팔에 매달고 누에처럼 잠들게 하려면

190은 되어야지!

내 성장판을 활짝 열어젖히게 만들고픈

욕심나게 만드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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