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쏟다

냉장고에서 꺼낸 김치 한 통을
순식간에 쏟았다

몸이 쏟아져 나왔다
응고되지 않은 몸속의 피가
범벅이 돼 있는 김치
발효된 아우성 소리

제몸에 사무치게 부풀리던 숨소리를
깊고 뜨겁게 남겨 놓으려고 한듯
김치통 내부가 온통 붉은 물이 들어 있었다

수세미로 박박 문질러 닦아도 쉬이 지워지지 않는
저 아린 얼룩무늬들

김치 국물을 연거푸 닦는데
남은 자국들이 누군가 울다간 자리처럼 보인다

(중략)

– 안명옥, 김치를 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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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누군가가 울다간 자리라 그렇게 박박지워도 안 지는구나…

그나저나 시가 갑자기 중략이라니! 매일경제 ‘시와의 동행’ 란에 실린 걸 보고 옮겨적었는데, 아무리 검색해도 전문이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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