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크레인’, 조영석

고요한 밤

무거운 밤

당신의 머리 무게를 재는

나의 팔이 잠들지 못하는 밤

고된 하루의 노동이

꽁꽁 얼어 있는 당신의 낮은 숨소리

파르르 떨리는 당신의 목이 안쓰러워

생침을 삼키는 당신의 침묵에

내 혀는 그동안 배운 모든 말을 잃어버리고

살며시 당신 이마에 손을 얹을 뿐

내 핏속으로 점점 침몰하는

당신의 머릿속 비린 하루를 느끼며

나도 그대의 머릿속에서

멀고먼 아침까지 숨을 참는다

고요한 밤 무거운 밤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두 사람의 줄기찬 불면 불면(不眠).

– 부부

꽃이 한 무더기 피었다 질 동안 침묵의 상자 속에서 웅크리며 지냈다 봄볕은 창문 틈으로 조금씩 끌어넘쳤지만 뒷걸음질치는 퉁퉁 부은 발 앞에서 거품처럼 흩어지고 문득 며칠 동안 말을 않고 지냈다는 사실을 깨닫고 황급히 라디오의 전원을 켠다 무너지는 것을 견디기 위해서 무너질 수밖에는 없었다 차가운 맥주에도 입천장은 쉽게 벗겨지고 한 무더기 독초를 뜯어먹고 온 저녁이면 해독 불가능한 언어의 노래를 들으며 불면의 밤을 보냈다 그리워할 수도 그러지 않을 수도 없는 날들 속에서 난 그저 온몸으로 세상의 치수를 재는 한 마리 자벌레일 뿐이었다.

– 번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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