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1일 입사.
한 회사를 10년, 것도 부침이 심한 IT회사에서 20대 후반과 30대 전체를 보냈다. 게다가 월급 한 번 안 밀리고.
감회에 젖어 과거 기록을 좀 뒤져보다, 입사 뒤 팀장님 이야기가 떠올랐다. 원래 뽑으려는 자격요건에 맞는 사람이 한 명 뿐이었는데, 내 자기소개서가 너무 맘에 들어 추가로 뽑았다고.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내가 졸업 후 백수시절까지. 근 2년 간 100여곳에, 그냥 올림해 100여곳이 아니라 진짜 우리나라 100대 기업에 거의 다 원서 넣었었네. 그럼 당연히 자기소개서도 100개 쓴 거지. 그런 지난한 반복 끝에 자소서 작가 전성기 시절 지금 회사 원서를 넣은 게 아닌가 싶어.
하도 많이 쓰다 보니, 어느순간부터 내 이야길 먼저 쓰는게 아니라. 기업이 신입사원한테 뭘 원하는지부터 들여다보게 되더라. 기업이 원하는게 뭔가. 거기에 맞춰 내가 줄 수 있는 건 뭔가. 이때부터 내 자소서에 질적 변화가 일어났을 것.
뻔한 건 너무 중요하기에 자주 회자돼 뻔해진 거다. 그래서 뻔한 일일 수록 중요한 일이다. 100번을 반복했기 때문에, 101번째 이 회사에 들어와. 10년을 월급 한 번 안 밀리고 다닐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자기소개서 초안 정리해 두던 연습장을 들춰보니, 새마을금고 연합회 면접 준비한다고 상호금융 관련 단행본 3권, 논문 10편, 뉴스 같은 짧은 자료는 거의 100개 정도 스크랩해 놨네. ‘초심’이라는 뻔한 말. 그게 이리 중요하단 걸 또 새삼 깨닫는다.
이제 10년차니, 프로로서 어디 가든 오롯이 홀로 설 수 있기를. 월급 이상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 어디서건 내 몫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아니, 10년이 됐으면 바람이 아니라 실현해야지.
소감 한 줄 요약: 그냥 존버가 아니라, 열렬 존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