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책이나 영화, 유튜브 영상 등 미디어에 제한을 두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을 콘텐츠로 정의하고, 이에 대해 후기 남기는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그게 지금의 ‘1. 책과 콘텐츠 카테고리’.
한 해 동안 내가 즐긴 베스트-워스트 콘텐츠를 돌아봤다.
- 베스트 기준 : 내게 임팩트를 주고, 이로 인해 사고나 행동의 변화가 일어났는가.
- 워스트 기준 : 부정적 임팩트를 주거나 아무 임팩트도 없어 돈과 시간이 아까웠는가.
부정적 임팩트를 강하게 준다면 강력한 반면교사 교재이므로, 역설적으로 베스트 콘텐츠일 수 있다. ‘나는 저렇게는 안 해야지’ 같은 강력한 각성제가 될테니.
그런 결에서 아무런 임팩트도 못 주는 돈과 시간 아까운 콘텐츠가 진짜 워스트 콘텐츠 일지도.
2024년 굿 콘텐츠
- 예술가란 무엇인가 : 현대미술 관람은 ‘컨셉의 소비’라는 개념을 알게됨, 이제 동시대 예술인을 이해하게 됐다.(적어도 이해의 출발선에 섰다)
- 한국 도시의 미래 : 한국 땅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란 질문에 대해, 결국 가장 중요한 마음 가짐은 각자도생임을 알게해줌.
- 새의 언어 : 비둘기 갈매기 왜가리. 삼색이던 조류에 대한 해상도를 비약적으로 높여준 책. 이제 새들의 총천연색이 눈에 들어온다.
- 대도시의 사랑법 : 잊고 있던 게이에 대한 관심을 되살려준 영화
- 댄스뮤직아카이브 : 모든 문화는 각자 나름의 아카이브가 필요하다. 클럽 한 구석 ‘스태프 온리’ 팻말이 붙은 방에 들어가본 느낌.
- 펀치 : 좋아하는 일이, 진짜 일이 된 사람의 충만한 일 이야기
- 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법, 트레바리 덕덕 : 뾰족한 모임을 위해선 뾰족한 운영이 필요하다
-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뇌과학의 급진적인 발전, 그 변화의 신호탄을 봤다
- 와일드 로봇 : 결국 친절함이 이긴다
2024년 배드 콘텐츠
- 위키드 : 포기 않고 끝까지 본 나의 악마적 인내심에 경의를 포함
- 무파사 라이온 킹 : 귀엽지조차 않다
- 글래디에이터2 : 비싼 재료로 만든 정크푸드
- 나는 지금 쿠바로 간다 : 종이로 찍혀 나오는 책은 블로그 포스팅 보다 기대치가 높다
- 미키7 : SF 초입자는 접근 금지, 장르에 대한 실망금지
정리해보면
굿 콘텐츠보다 배드 콘텐츠 목록에서 더 강한 일관성이 느껴진다.
배드 콘텐츠에 영화가 세 편이나 있는데. 하나 같이 엄청난 제작비를 퍼부은 것들이다. 보면서 공통적으로 든 생각.
비싼 인력이 엄청 배정됐을 텐데. 왜 이런 뻔한 산출물을 만든 건가? 생산품으로서 문화 콘텐츠가 가진 한계이자 재밌는 점이 여기서 오나? 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도 재미라는 결과물은 컨트롤이 어렵다.
이제 내 취향은, 억지 서사나 너무 뻔한 전개는 참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됐고. 맥락이 삭제된 시각적 스펙터클도 이제는 나를 유쾌하게 만들지 못 하네.
굿 콘텐츠 목록에 귀 기울여보면, 결국 아직은 혹은 아직도 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