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번이라도 스스로를 사랑했는가?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 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 Read more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가엷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기형도, ‘빈 집’——————————————————– 사랑을 잃고 한 달음에 써내려갔다아니, 이건 그냥 추측일 뿐인데 그랬다고 해두자‘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 Read more

물이 나오지 않는다.

학생 신분 끝, 일반인 신분으로 보낸 첫 날. 물이 나오지 않는다. 오전 내내, 일년 동안 비워뒀던 내 방을 정리했다. 중학교 체육복부터 작업복으로 써서 소매가 다 헤진 옷까지 정리하니 한 박스가 나왔다. 안 입는 옷을 이렇게나 많이 쌓아두고 살았구나. 대학 4년을 다녀놓고는 조그만 4단짜리 책장하나 다 못 채운다. 그나마 전공서적은 그 중의 한 단도 다 채우지 … Read more

불리지 않는 노래

06년도 부터 하고 싶은 이야기였는데 이제사 한다. 서로 자기들만 부르는 노래인 줄 알다, 그게 아니란 걸 알았을 때의 기분! 크아~~ 같은 자리에서 다른꿈을 꾸기도 하고, 다른 자리에서 같은 꿈을 꾸기도 한다 ———————————————– 06년, 전남대 신방과 교류학생 혜리랑 러브하지 않은 상태에서 러브로드를 걷고 있을 땝니다. 준희 : 이 땅에서 들리는 민중의 소리~ 바람 따라 자유가 혜리 … Read more

(분노하지 않는) 좋은선배 증후군

선장의 편지 5번째 쓰다가 자꾸 거대담론으로 넘어가서 다시 당겨 오느라고 애먹었다 처음 생각했던 제목은 ‘좋은선배 증후군’ 이었는데 앞에 ‘분노하지 않는’을 달았다 근데 ‘분노하지 않는 우리’ 라는 주제로도 할 말 많은데 말이지!! ——————————————————- 자판기에서 커피를 눌렀는데 컵에 밍밍한 물, 달달한 설탕, 부드러운 크림만 나온다면? 우린 분노할 겁니다. 왜 쓴 맛을 내는 커피가 안 나오냐고! 네, 우린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