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만발하면 함께 먹자구요
그러면 무섭도록 정이 들어요
덩굴꽃이 담장을 넘으면 미울 지경이예요
오 오 탄식하며 주저앉아 울어요
물이 든 길을 걸어 오르면
당신의 간소한 식탁이 가장 화려해요
무엇보다 당신의 발놀림이
음악이어서
가난한 어깨 무거운 줄도 몰라요
푸른 것을 씻고 붉은 것을 그 위에 놓아
나르는 당신은 요술을 부리지요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면
입 속에서 소리를 내며
탁탁 꽃이 터지고 있어요
-봄날의 점심, 엄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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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시집에서 요 시를 보고는…
나 혼자 좀 더 차지하고 꺼내보고 꼭꼭 씹고 하려고 일부러 게시판에 안 올렸었다.
그리고 이제는,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봄날의 점심을 나눠야하지 않겠냐~~~ 는 맘에서 과감히 내 놓는다.
봄날은, 점심시간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반찬을 덜어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어준다면 그 걸로 과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