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바라본 대한민국人

<strong>호모 코레아니</strong>쿠스책 제목 : 호모 코레아니쿠스
저자 : 진중권
정가 : 13000원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출간일 : 2007. 01. 15

진중권 씨의 책은, 그 속에서 나열되는 어휘들의 난이도에 비해 상당히 쉽게 읽히는 편이다.

말도 잘하고 글도 잘쓰는 특출난 재능을 가진 사람임에는 분명한 듯.

취업 후 부모님 댁에서 분가해, 대학시절 친구들과의 동거도 아닌 온전한 세대주가 되었을 때 이런 화두가 다가왔다.

‘아버지를 그 남자, 어머니를 그 여자’로 바라보는 일.

나의 아버지인 남자가 아닌 그냥 환갑 갓 지난 한 남자, 평생 장사를 했던 한 여자로 바라보면서 새로운 면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독일 유학파 출신인 진중권이 대한민국 사회를 그런 시각으로 바라봤다.

친밀한 사람이 낯선 외부인의 시각으로 바라보기

즉, ‘한국인 필자가 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본 이야기’의 모음집이다.

사회적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회는 원인을 밝히기 전에 일단 범인부터 지목하려 한다. 여기서 무리한 뒤집어씌우기의 억울한 희생양들이 나온다……원인 파악이 제대로 안 되면 책임도 제대로 물을 수 없는 법. 한국 사회에선 요란한 성토로 시작한 일이 결국 책임 소재 하나 못 밝히고 흐지부지 끝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 원인과 법인, 160쪽

범죄가 발생하면 보수 언론은 범인에 초점을 맞추고 진보 언론은 범죄를 유발하게 만든 사회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띤다.

보수는 기존 사회 시스템을 지키려 하니 해당 범죄는 범인 개인이 미친놈이라고 몰아 붙여야 한다.

그런데, 대게의 경우 우리는 공범이다. 

10년 전 독일에서 처음으로 받은 문화적 충격도 이와 관련이 있다. 세미나에 들어갔는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학생이 예순이 된 노교수를 너라고 부른다. ‘네가 얘기했듯이’, ‘너도 알다시피’, ‘너는 어떻게 생각해?’ 등등 독일에서 반말을 쓰느냐, 존댓말을 쓰느냐는 신분의 고하가 아니라, 관계의 친소에 달렸다.

– 고하와 친소, 120쪽

이처럼 존댓말이 발달한 나라는… 지금 당장 떠오르기로는 일본과 우리나라 밖에 없다. 

다른 나라에도 격식있는 말, 높이는 말이 있지만 우리나 일본처럼 철저한 경우는 보지 못했다.

……그래도 나한테는 존댓말이라도 썻지, 앞서 벌어진 소송에서는 아예 반말지거리다. 

“그 결정문 받았으면 제출해야 할 거 아냐. 그것도 안 내놓고 판결을 내려달라는 게 말이 돼?”

절절매는 분의 얼굴을 보니 나이를 먹어도 그 녀석보다 열 살은 더 먹었을 할아버지다…… 그의 무례는 아마 직업에 대한 독특한 관념에서 나온 것이리리라. 그는 제 직업을 기능적인 것이 아니라 신분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자신은 시민들을 막 대해도 된다고 굳게 믿는 것이다.

– 어떤 무례, 121쪽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와 정면으로 대치하는 ‘직업은 신분적인 것’

비즈니스 세계에도 계약서 상 용어인 ‘갑을’관계를 신분관계로 이해하는 사람 때문에 판이 더러워진다.

‘엔지니어는 인간의 오감을 최고로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들려고 꿈꾸는 과학 예술가다’ (부경대학교 정해용 학장)

– 꿈꾸는 기술, 227쪽

IT 엔지니어에게도 절감되는 이야기. 

이미 잡스가 그 문을 열었다. 

두 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소감: 진중권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거나, 혹은 사회과학 공부하는 학생인데 뭐 좀 재밌는 읽을거리 없나 찾는 경우, 뭐  부담없이 들여다 볼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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