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니즘은 상대도 안 되는 마광쉬즘

광수 형이다.

늘 실망 시키지 않는 광수 형의 책을, 힘겨운 고비에 열어보았다.

책의 부제처럼 금쪽 같은 격언(아포리즘)이 넘기는 책장마다 후두둑 떨어져내렸다.


왜 한국 사람들은 삼국지만 좋아할까? 수호전이나 서유기, 금병매 같은 소설은 왜 안팔릴까? 역시 권력자들에 대한 비굴한 선망 때문일 것이다. 위촉오 세 나라가 서로 싸우고 난 뒤, 수많은 영웅 호걸들 때문에 중국의 전체 인구는 3분의 1로 줄었다. 다시 말해서 졸병으로 끌려나가 다 죽었다.

초등학교 시절 집에 있는 삼국지를 아무리 열심히 읽으려 해도 책장이 넘어가질 않았다. 전쟁을 준비하고, 전쟁을 하고, 부대를 추스려 또 전쟁 하는. 당시 내 눈엔 너무 무의미하고 지루한 일의 반복이었다.


좀 더 커서 만화책 삼국지, TV만화 삼국지 등 소설 외의 매체로 접하며 나름의 교훈이나 재미도 얻었다. 하지만 이런 근성어린 시도는 ‘삼국지 한 번도 안 읽은 사람과는 말하지 말라’는 식으로 한국 사회에 퍼진 삼국지 유용론이 등 떠민 게 크다. 책 좀 읽는다는 남자애들 무리에 끼기 위한 필수 이수과목이니까.


가장 최근에 재밌게 본 건 인천 차이나타운 벽에 그려진 벽화 삼국지였다. 그 벽화 삼국지를 첫 장(벅?)부터 끝 장까지 다 읽어보는 이는 잘 없을텐데, 여튼 그 방대한 이야기를 잘 요약했더라.


광수 형이 삼국지의 해악에 대해 비판해 주는 덕에, 삼국지 라이트 독자 입장에선 마음이 편해졌다.



동양인들은 서양인들보다 현명했다. 한방의학에서는 독신병이라는 게 있다. 오랫동안 섹스를 안 하면 나타나는 증세이다. 요즘 말로 하면 신경성 두통, 신경성 위염 같은 것이 독신병이다. 동양인들은 섹스를 생활화하였다. 동양에서는 서양의 중세기 암흑시대와 같은 성 억압의 역사가 없다.

그래, 하고 살아야 한다.



‘정력’ 보다는 ‘정열’!


페니스의 크기나 질의 모양 등은 섹스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사랑만한 성적 에너지는 없다. 그런데 그 사랑이란 다름 아닌 관능적 열정이다. 관능적 열정은 관능적 상상력으로부터 나온다. 관능적 상상을 죄의식 없이 즐기면 자연히 성적 능력은 신장된다.


진정한 에로티시즘은 사정이 아니라 발기에 있다. 여자의 경우라면 수정이 아니라 클리토리스의 발기에 있다.


불감증은 당당한 성지식의 습득과 적절한 트레이닝에 의해 극복될 수 있다. 남자의 조루증 역시 매한가지다. 쾌락으로서의 성에 대한 죄의식 때문에 빨리 사정해버리고 마는 것이 조루증이다. 생식으로서의 성이 아니라 쾌락으로서의 성을 당당하게 수용할 수 있을 때, 조루증을 쉽게 극복할 수 있다.

물론 육체는 중요하다. 정신을 담는 그릇(엄밀하게는 뇌를 담는 그릇)인 육체는 무시한 채 정신력만 논해서는 정신승리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 


다만, 대게의 경우 성관계 문제는 육체가 아닌 심리(정신) 문제다. 근력의 문제가 아닌 상상력의 문제.


정력보다는 정열! 

근력보다는 상상력! 


물론, 나 역시 주입식 교육의 폐해인지(혹은 교육 탓으로 돌리고 싶은건지), 상상력의 빈곤함을 피할 길 없다. 그저 노력할 뿐. 끙끙…



자위와 자살, 이 중에서 자위가 낫지 않은가? 섹스와 전쟁, 이 중에서 섹스가 낫지 않은가? 나의 사상은 철저히 평화주의적이다. “야한 정신의 사람은 절대로 남을 해치지 않는다”라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명쾌하다



책정보: 마광쉬즘(마광수 아포리즘)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525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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