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간입니다’, 여타 시간관리 서적 10권과도 바꾸지 않을 책

요즘은 뜸하지만, 자기계발서 중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제가 ‘시간관리’다. 이런 류의 책을 읽다보면 레드불처럼 잠시나마 고양되는 기분이 들고, 삶에 도움되는 원리원칙도 꽤 담겨 있으므로 대학시절부터 종종 봤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지금껏 봐 온 시간관리 자기계발서와 같은 항렬에 넣기가 미안하다. 이 독후감 카테고리도 사회, 경영이나 기타가 아닌 과학으로 설정했다. 시중의 시간관리 서적 10권과도 바꾸지 않을 책이다. 



인상 깊은 내용 요약
– 몰입을 뜻하는 flow.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어느정도 난이도냐가 중요하다. 즉, 두뇌 속의 적절한 정보 밀도가 중요하다. 너무 어려워도 너무 쉬워도 안 된다.
– 시간의 흐름을 의식함으로써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즐거운 순간을 더 오래 즐기려면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라.
– 사람에겐 고유의 생체시계가 있다. 개인별로 다르나 24시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 아동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 등 생애 주기에 따라 멜라토닌 분비가 달라진다. 청소년기 늦게 자는 건 안 피곤해서다. 즉, 멜라토닌 분비가 늦게 되서다.
-사건을 통해 시간을 인식한다.
– 인간은 3초라는 시간을 현재로 느낀다.


생물학적인 하루의 길이는 선천적으로 정해지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의 경우에는 그 주기가 24시간 5분이며, 어떤 사람의 경우에는 그보다 30분이 더 길기도 하다. 그리고 그 주기는 일생 동안 채 몇 분도 달라지지 않는다.

시교차상핵이 두 눈의 시신경이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덕분에 아침 햇살이 눈을 비추면 시교차상핵이 이를 감지하게 된다. 수면의 후반기에 이르면 눈의 특정 센서는 빛에 민감해진다. 햇빛은 우리의 생체시계를 태양에 맞추기 위한 신호로서 기능한다. 인간의 생체시계는 하루가 24시간 30분 정도라, 스스로에게만 맡겨 놓으면 하루하루 느려지기 때문이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은 휴일에 표시가 난다. 어떤 사람은 자명종도 울리지 않았는데 벌떡 일어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다시 베개에 머리를 묻고는 브런치를 먹을 생각에 뿌듯해 하며 달콤한 잠에 빠져든다.

타고난 생체리듬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유전자가 생체 시계를 조종한다.그러므로 올빼미더러 넌 왜 매일 아침 생기가 없고 굼뜨냐고 비난하는 것은 넌 왜 머리카락이 황금색이냐고 비난하는 것처럼 의미 없는 일이다.

의사들은 근로자들에게 종달새형은 장기적으로 아침 근무가 좋고 올빼미형은 밤 근무가 좋다고 알려주었지만, 근로자들은 수당이 많은 야간 근무를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했다……이들에게 자신의 고유한 생체리듬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생소한 것이었다.



23시: 대부분의 섹스가 이때쯤, 취침 전에 이루어진다. 미국의 생물학자 존 파는 “섹스의 66퍼센트가 22시에서 1시 사이에 이루어지며……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38.6퍼센트에 이른다. 섹스가 좀 더 일찍 이루어진다면 상황은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책에 따르면, 이미 저녁 9시부터 멜라토닌이 분비되며 몸이 잘 준비를 하고 체온이 떨어진다. 10시에는 집중력이 감퇴되고 기분이 가라앉는다. 오르가즘에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면, 노곤해지기 전에 시작하는게 나을 것


미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불록의 실험 결과, 200밀리그램의 카페인을 복용한 사람은 시간을 실제 길이보다 50퍼센트까지 짧게 경험했다. 커피에 든 카페인이 흥분을 고조시켜 집중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혈관을 흐르는 카페인은 주변 세계를 더 쉽게 잊게 한다. 그와 더불어 시간이 흘러간다는 사실도 잊게 만든다.

–> 200밀리그램이면 꽤 많은 양이다. 카페인 함량이 높아 ‘죽음의 스누피’로 불린다는 GS25의 더 진한 커피우유 500ml에 든 카페인이 237mg. 반면 레드불은 62.5, 핫식스는 60. 200밀리그램을 채우려면 최소 핫식스 3캔 이상을 마셔야 한다. 물론 요즘 유행하는 빅사이즈 커피 한 잔으로도 가능한 양이긴 하지만.


기다리는 것을 참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지루함이 기다리는 시간 자체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은 몽상으로 채울 수 있다. 따스한 햇볕을 쬐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릴 수도 있다. 하지만 지루함을 느끼면 우리는 예민해진다. 무언가를 기다릴 때 우리는 고통을 느낀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무기력, 뭔가 중요한 것을 등한히 하고 있다는 두려움, 지루하고 단조로운 과제에 사로잡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한다는 분노를 느낀다. 어른들이 느끼는 지루함은 채워지지 않은 빈 시간에서 연유하는 것이 아니라, 충족되지 않은 것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된다.

–> 즉,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른 집중할 거리나 할 일이 필요하다. 책이나 글쓰기 같은, 어디서나 기다리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혹은 같이 기다리는 사람과 지루함이 찾아올 새가 없을 만큼 원활히 대화를 이어갈 화술을 갖추거나.


우리는 시간이 충분한가 아니면 너무 적은가?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분이나 시로 잴 수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하루 일과를 스스로 결정한다고 느끼는가, 그리고 스스로를 자기 시간의 주인이라 느끼는가 하는 점이다.

–> ‘일을 끌고갈 것이냐, 끌려갈 것이냐’ 입사 초기에 쓴 일기에서 이런 표현이 자주 나온다. 업무에서 자율성, 능동적 자세를 잃어버리면 효율도 재미도 없어진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be+pp 상태에 빠지는 걸 경계하였으나, 얼마나 업무 자율성을 지켜나갔는지, 혹은 지금 그러고 있는지는 돌아봐야 하겠다.



상사가 아니라도 우리의 시간을 속박하는 대상은 많다. 기계도 우리를 속박할 수 있다. 컨베이어벨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비인간적이어서가 아니라 일의 속도에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힘을 많이 쏟아야 하는 상황보다는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사람을 더 힘들게 한다. 수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여가 시간이 늘었는데도 불구하고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를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화이트홀 연구자들은 이런 현상을 설명해줄 정신적인 요인을 밝혀내야 했다. 그들은 공무원의 일상에서 정보를 얻었다. 위계질서의 아래쪽에 있을수록 응답자들은 자신의 과제를 언제,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기가 힘들다고 답했다……자신의 시간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은 수명이 짧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정한 스케쥴에 따라 살아야 할 때 무력감을 느낀다. 자신의 삶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느낌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 복학 후 자동차 부품 도색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정육점 갈고리처럼 생긴 고리가 주욱 연결된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고, 제자리에 서서 고리에 맞는 부품을 거는 몹시 단조로운 작업이었다. 한 시간 일했는데 하루가 지난 듯한 느낌. 

다른 사람은 기피하는 부피가 크고 무거운 부품을 일부러 내가 도맡아 했는데, 남들 꺼리는 일을 내가 처리한다는 작은 영웅심리도 발동했지만, 차라리 몸이 힘들면 시간이 더 빨리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아마 3주를 못 채우고 그만둔 것 같다. 관둘 때 현장 소장과 동료들한테는 부모님 오가피 판매하는 홈페이지 만들러 간다 하고 나왔다. 사람이 머리를 쓰고 주도적으로 살아야겠다고 절실히 체감했던 기억이다.


스트레스 반응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움직이는 것이 좋다. 미국의 스트레스 연구가 로버트 새폴스키는 스쿼시, 달리기, 요가 등을 하면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낮아져 집중력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운동은 운동에 드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우리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시간이 없는 것이다.

자동적인 스트레스 반응은 우리를 지켜준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던 우리 조상들은 종종 이를 통해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이런 반응은 사실 쓸데없는 것이다. 

스트레스 메커니즘은 호모사피엔스가 탄생하기 훨씬 이전에 생성된 것으로 우리의 두뇌 능력과 어울리지 않는다……때문에 위험을 상상하기만 해도 스트레스 반응이 작동한다.

–> 원시시대엔 호랑이나 곰을 보면 저절로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생존에 유용했다. 스트레스가 딴 생각할 겨를 없이 몸이 즉각적으로 도망갈 수 있는 상태로 만든다. 현대엔 달리기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강도를 만나면 모를까. 이제 스트레스 상황일수록 다리가 아닌 머리를 써야한다. 스트레스가 몰려 올수록 되려 차단해야 한다. 



병적인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어두운 생각이 엄습할 때에 속으로 “스톱!”이라고 외치는 것이다. 이는 인지적 행동치료의 일종으로, 인지적 행동치료는 다른 어떤 치료법보다 효과가 높은 것으로 입증되었다……주의집중을 개선하는 데 인지적 행동치료가 어느 정도의 효과를 발휘하는지는 최근에야 연구되기 시작했다……앞서 소개한 스톱 방법을 시험해본 사람들은 주의력이 빗나가는 것을 더 빨리 감지했을 뿐 아니라 더 잘 통제할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길레스 아인슈타인의 실험에 따르면 새로운 문제에 주의를 돌리고 15초가 지나면 이전의 정보들은 깡그리 잊게 된다. 수화기를 놓고 보고서를 계속 쓰려면 장기기억으로부터 예전의 자료들을 다시 불러와야 한다.


노동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일을 시작하고 15분 정도가 지나야 집중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그때까지는 작은 방해에도 정신이 팔리기 쉬운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멀티태스킹은 시간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두 가지의 단순한 과제를 동시에 처리하려고 하면 처리 능력은 대폭 저하된다……


온종일 이 일 저 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는데 저녁이 되면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대체 무얼하며 보냈나 하는 의문이 들면서 허무한 것이다. 우리가 경험한 것은 속도 뿐이다. 이는 마약과 비슷하다. 마약은 두뇌에 작용하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관심이 없어지도록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강렬한 느낌 그 자체다. 우리의 분주한 하루도 그와 비슷하다. 속도에는 중독성이 있다.

시간 넉넉하게 쓰는 법


1단계: 처리할 일의 목록을 작성한다.

2단계: 모든 과제를 세부적인 단계와 더 세부적인 단계로 나눈다. 세부적인 단계로 나누면 거대한 과저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 과제에 집중하는 것이 어려울수록 과제를 더 세분해야 한다. 모든 세부 단계에 걸리는 시간은 어려움 없이 집중할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

3단계: 현재의 과제와 관계가 없는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그것을 메모한다. 그리고는 새로운 생각에 주의를 돌리지 말고 곧장 원래의 관제로 돌아간다.

사람은 쥐와는 달리 의식적으로 과거에 대한 평가를 바꿀 수 있다. 바로 용서를 통해서다. 우리를 아프게 했던 사건을 받아들이고 나면 그 기억은 더 이상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지 않는다. 과거에 대한 달라진 입장은 의지의 산물이다……부정적인 감정은 간뇌의 편도체에서 유발된다. 우리가 어떤 경험을 비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하면 전뇌의 영역들이 편도체를 통제하여 부정적인 감정을 억제한다. 무엇보다도 전뇌의 왼쪽은 공포, 슬픔, 분노를 차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억은 우리가 상자 속에 보관해두었다가 다시 꺼내는 사진과는 다르다. 두뇌는 기억의 파편들과 우리의 현재로부터 끊임없이 과거를 재구성한다. 따라서 회상은 능동적인 과정이다. 지나간 경험을 되살림으로써 우리는 저장된 정보에 영향을 끼친다. 현재가 과거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 과거의 사실 자체는 바뀌지 않지만 이에 대한 우리의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과거의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의미는 바꿀 수 있다.




책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142387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