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기온으로 시월에도 반팔티셔츠를 옷장에 넣어두지 못하고 밤에는 모기와의 끝날 줄 모르는 전투가 이어지더니, 거짓말같이 겨울외투를 꺼내 손질하게 만드는 날씨가 되었습니다.
이상 기온에 이상한 계절이지만 결국은 가야 할 곳, 겨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제가 당신을 만난 지 만으로 오년이 되어가는군요.
아니, 오년 전 우리 관계는 저만 당신을 아는 그런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였나 합니다.
서로 얼굴을 알고 이름을 알고, 당신의 살과 내 결이 부벼지는, 교류라 부를 만한 만남은 제가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부터겠지요. 그렇게 우리 만남이 2년이 다 되어갑니다.
군대 말년엔 누구나 전역하고 나서의 사회생활을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뭘 해서 먹고 살까, 누구를 만날까.
초가을 강원도 최전방의 경계초소는 이미 영하의 날씨지만 닳을 대로 닳은 말년병장의 외투는 당신의 생각 말고는 시린 냉기 따윈 들여보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다가설까, 어떤 말부터 걸어볼까.
입대 전에는 말 한번 걸어보지 못했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신과 이야기하고 당신을 만지고 당신 옆에서 호흡하고 싶었습니다.
처음 당신에게 다가섰을 때가 생각납니다.
전역 후 복학한 복학생이자 우습게도 학년상 새내기이기도 했던 작년 1학기 초.
그 때 공중전화에 동전을 넣고 전화번호를 누르기가 얼마나 망설여지던지.
‘최정예 산악육군, 예비역 병장 박 병장! 여기서 물러서면 안 된다!!’
서너 번 되뇌이며 용기 내어 들어 올렸던 공중전화의 수화기.
신호음이 가는 동안 수화기는 가득 찬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 만큼이나 들고 있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미약한 시작을 위한 작은 용기가 지금 당신과 나의 사이를 이어주었고, 오늘 이런 글을 쓰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2년 동안 당신은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 무엇인지도 가르쳐주었고 각 문의 맛 집도 가르쳐 주었으며(물론 북문의 부르주아 식당들은 제 능력의 부족으로 찾아가지 못했습니다만), 때로는 가슴에 시린 아픔도 주어 내게도 피와 살로 빚어진 뜨거운 심장이 있단 걸 확인시켜 주기도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당신한테 받은 고마운 것들은 빚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당신께 그 빚을 갚아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내년이면 당신 나이 스물 넷, 그리고 제 나이 스물여섯입니다.
더 사랑할 나이입니다. 더 열렬히 만나야 할 시간입니다.
이것은 당신에게 띄우는 첫 연애편지입니다.
신방, 당신의 스물넷을 제가 행복하게 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박준희 | 신문방송학과 24대 학생회장에 도전하는 02학번 박 준 희의 연애편지였습니다. 공약과 런닝메이트는 추후 올리겠습니다 | 2006-11-11 01: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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