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두 시경, 사회대 의장으로부터 급박한 등록금 협상 진행에 대해 들었습니다.
본관이 총학에 통보했던 이사회 소집 일시를 기습적으로 변경해서 오늘 오후 5시에 개최하려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본관과 학생 협상단의 협상이 서너 번 있은 후, 답답했던지 본관이 정치인들의 초필살기 ‘날치기 통과’를 하려는 것이었지요.
당일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된 총학은 중앙 운영 위원회에서 실력(實力) 저지를 하기로 합니다.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신방과 학생회에게도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문자를 보냈지만 평소 등록금 문제를 ‘문제’라고 설정해주지 않았던 저이기에 학과 행사준비에 바쁜 친구들을 억지로 데려갈 수는 없었습니다.
4시 40분, 본관 집결
본관 제1 회의실 입구를 점거하고 이사회 이사들의 입장을 실력으로 저지했습니다.
결국 오늘 회의는 무산되고 이사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혹시 YTN 이나 뉴스에서 정치인들의 날치기 법안 통과를 보신 적 있습니까?
대절해 놓은 버스에서, 불 끄고 깜깜한 회의장에서… 망치질 몇 번으로 무형의 사슬을 만드는 과정
그 쇠사슬로 누구를 엮고 누구를 죄려고 하는지
밑에 제가 쓴 글 중에 휴대폰 사러가면서 세상에 정면 돌파 하는 이들이 없음을 한탄하는 글이 있습니다.
진보적이고 민주적이고 투명해야 할 대학이,
경직되고 비민주적이고 철의장막으로 자신을 가리니……
대체 이런 기관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 어떻게 큰 배움(大學)을 주겠습니까!
만약 정말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고 예산이 학생을 위해 실질적인 곳에 책정되고 우리에게 그 내역을 공개하고 우리도 수긍한다면 본관 회의실 앞에서 사회대 학장님과 저의 어색한 듯 씁쓸한 눈인사는 필요 없을 겁니다.
왜, 왜 정면 돌파하지 않습니까?
그것은 당당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휴대폰 사기를 쳤던 대리점 직원도 떳떳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서류와 돈을 돌려줬고
떳떳한 방법이 아닌 날치기로 소집된 이사회의 이사들도 뿔뿔이 흩어졌던 겁니다.
감정의 칼날을 움켜쥔 채 육탄전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학은 지성인이 모이는 곳입니다.
생각의 차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등록금 책정에 관해서도 본관과 학생들은 동상이몽을 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생각’을 책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면 돌파 하지 않고 좌회전 우회전 유턴으로 회피하려는 본관의 당당하지 못함을 꾸짖습니다.
처음 본관이 대외적으로 제시한 인상안은 17.7 퍼센트였습니다.
본관이 처음 협상단에게 던져준 미끼는 14퍼센트였습니다.
다음은 12.3퍼센트, 다음은 10퍼센트 대 이었습니다. (지금 배포자료를 보고 작성하는 글이 아니라 퍼센트의 수치는 약간 다를 수 있습니다)
결국 본관은 변칙적인 이사회를 열어 협상단에게 던졌던 마지막 미끼인 10퍼센트 대의 차등 인상안을 통과시키려 했습니다.
이 차등 인상안은 무엇인가?
단대 별로, 새내기와 재학생별로 인상안이 다릅니다.
우리 사회대의 경우 재학생 9.9퍼센트, 새내기 12퍼센트 대 인상이 고지되어 있습니다.
새내기 인상폭이 더 큰 이유를 신입생 수의 감소로 인해 수입 부족분을 등록금에서 메워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습니다만, 등록금을 내지 않으면 입학이 취소되는 새내기를 상대로 더 큰 마진을 남기려는 셈입니다.
수입이 적어지는데 왜 덩치를 줄이지 않습니까. 본관의 구조조정이나 고통분담은 생각지 않고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왜 우리를 봉으로 볼까요?
제 눈에는 답이 보입니다.
돈을 내는 학생들이 주인 의식이 없습니다. 등록금 문제를 ‘문제’ 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학생 개개인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등록금 문제를 ‘문제’ 로 의제 설정하지 못한 저의 잘못도 덧붙입니다.
앞에서 학과 예산안을 공개하는 글에서도 적었지만 교육부와 국가정책역시 문제의 한 축입니다.
오늘은 회의장 점거로 이사회를 무산시켰지만 언제 날치기 통과되어 버릴지 모릅니다.
정말 당당하다면 왜 협상의 테이블에 앉지 못합니까!
정말 당당하다면 사면초가에서도 유유자적 할 수 있고 떳떳하지 못한 면이 있다면 항우장사라 할지라도 큰 소리 낼 수 없을 겁니다.
내일 오후 6시 4합에서 총학에서 주최하는 등록금 학교가 열립니다.
신방을 대표하는 대표성을 가진 학생회장으로서 그 자리에 참가합니다만, 대표가 아닌 모두가 참가하고 생각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인상률의 높고 낮음과 그 금액이 문제의 근본이 아닙니다.
그 뿌리에는 ‘교육 문제, 교육 철학’ 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은 추후 좀 더 자세히 전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면 돌파를 모르는 본관, 큰 배움터의 본부라고 할 자격이 있습니까?
여기까지, 정면 돌파의 부재를 발 구르며 한탄하는 스물네 번째 연인 박 준 희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