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의 연애 편지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급구] 같이 점심 드실분을 찾습니다’ (2005년 3월 3일 사이버 알음알이)
선, 후배, 동기조차 모르던 아웃사이더.
학교생활 2년 만에 욕심이 생겼습니다.
당신에게 보여드릴 뭔가가 있다는 욕심!
해보고 싶었죠,
당신을 상대로 내 생각이 얼만큼 먹히는가!
‘연애를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06년 11월 11일)
당돌한 고백입니다.
십수년 만의 경선
이명박과 정동영이 연대해서 나온다 해도 자신 있었습니다.
‘마법을 믿으세요’ (06년 11월 23일)
일 년, 아니 몇 달 전만해도 우스갯 소리처럼 들릴 일이 벌어집니다.
과방 반경 50m만 가도 어색함에 심장 박동이 빨라지던 ‘박준희라 카는동기’
이제 학생회장이라니…… 마법이라 해도 좋을겁니다.
그 마법을 완성하기까지 어떤 준비를 해 왔는지, 이제 보여드릴 시간이 된 거죠.
신방을 높이 높이 띄어 올릴 태풍이 되기로 합니다.
많은 행사가 있었습니다.
…… 그 행사를 기획하기 위한 회의, 그 회의를 준비하기 위한 시간, 결정된 사안을 실행하기 위한 노력
…… 고작해야 20인치 남짓한 직사각형 발광화면 안에 담기엔 모자라 점 여섯 개 말 줄임표로 대신합니다.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신방과 학생회장이란 명찰을 달고 나가는 어떤 자리에서건 당당했습니다.
내가 160 신방을 대표한다는 자신감, 책임감을 꼭 챙겨 나갔습니다.
오만하다 해도 좋습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이 최고라 생각했고 어떤 세상과도 동등한 위치에서 연결을 생각 했습니다.
이제는 안주거리가 된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죠.
과방 도어락이 부서지고 컴퓨터가 도난당하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받는 상처도 있었죠,
선장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인지라 베이면 시리고 찔리면 쓰립니다.
하지만 등에 칼이 꽂혀도 항해를 계속하는 게 선장의 책임이라 생각합니다.
먼 바다로 나갈수록 풍랑이 거센 건 당연하고 누구하나 그리로 가라고 등 떠민 사람 없었습니다.
스스로 항로를 결정하고 항해를 지휘하는 선장의 책임입니다.
아니,
지휘하니까 책임지는게 아니라
책임지기 때문에 지휘할 수 있습니다.
당신을 위해 준비한 여섯 개의 연결고리, 기억나나요?
교수님, 언론고시원, 외국인 학생, 교류/편입/자율전공, 다른학교 신방과, 연애
제 공약의 핵심은 ‘다양함’ 이었습니다.
골라먹는 재미를 선사한다는 얼음보숭이 가게의 ‘손쉬운 다양함’이 아니라,
능동적인 조직 내/외부의 교류에서 나오는 ‘치열한 다양함’
이 ‘다양함’ 들은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신방과 설립부터 이야기 되었을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 당연한 것이 생소한 것이 되지 않도록 노력했던 것이지요.
일 년의 항해는 끝이 났고 정책과 사업에 대한 평가는 신방과의 역사가 할 것입니다.
귀항해서 닻을 내리는 지금, 선장의 생각은 처음과 일절 다름이 없습니다.
아니, 더욱 확고해 졌습니다.
누구는 항해를 통해 신대륙을 발견하고 누구는 남극을 발견하듯,
저는 확고한 신념을 발견합니다.
단 한 번도 이 여섯 개 연결고리의 중요성을 의심한 적 없습니다.
일 년짜리 사업이 아니라 길게는 10년 20년 이상을 내다보는 사업이라 말씀드렸습니다.
난 당신들이 토익과 학점에 신경쓰듯, 술자리에서 연애 이야기를 풀어놓듯 자연스럽게 우리 역사와 사회 이야기를 토해내면 좋겠습니다.
학생총회, 4/9제, 5.18…… 유일하게 부끄러움이 남는 행사들입니다.
후배들에게 진 선장의 빚입니다.
또한 선배 된 자들의 빚입니다.
강요할 수 없다는 미지근한 이유로 가볍게 손 털어버린 선배 된 자들의 빚입니다.
보셔요, 어떤 언론인을 초청해도 결국은 하나의 조언으로 귀결되었습니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호기심’
스스로 심장을 데울 수 없다면 우린 그저 적은대로 나열하고 출력하는 엑셀이나 워드프로세서와 다를 바 없습니다.
일 년동안 당신에게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던졌습니다.
그렇게 하고도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많지만,
그 많은 말들 중에도 당신에게 꼭 전해야할 메시지는?
그것이 단 하나라면?
배려와 헌신입니다.
이게 스물 네 번째 연인이 남기고 가는 마지막 화두입니다.
개인 간 배려와 조직에 대한 헌신
배려가 없다면 관계는 없습니다.
헌신이 없다면 기적도 없습니다.
항해의 시작과 끝을 선장과 함께 해 준 러버크루,
고맙습니다.
내 사람!
다시 기회를 준다 해도 망설임 없이 그대입니다.
내 사람이라 생각했고 그 생각 한 번도 변한 적 없습니다.
풍랑과 비바람 같이 맞아준 러버크루가 있었기에 항해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첫사랑 신방, 당신이 없었다면 이 항해를 시작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더 힘들다고 하지요.
허나 후회 없이 사랑한 쪽은 그 끝에서도 후회가 없습니다.
또 다른 사람 만나고
또 다른 조직에서 부대끼겠지만
두 번 다시 이런 사랑 가능할까요?
내 삶의 마지막 장을 써내려 갈 때도
난 자신 있습니다.
‘내 스물여섯은 순수하게 완전연소된 시기였다’
신방,
세상에 차고 넘치는 그 말 하나 남기며
당신의 스물 네 살과 함께했던 러브 크루저는
영원히 정박합니다.
신방, 사랑합니다!
선장의 연애편지는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박준희 | 꼭 일년치만 사랑하기로 한 약속,
그 약속의 끝에서 당신을 놓아 드립니다. |
2007-12-29 23: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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