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편향됨이 짜증을 넘어, 종종 분노까지 유발하는 게시판이 ‘복현의 소리’인지라 한 동안 클릭 안 하고 살았지요.
헌데 사안이 사안이라, 어찌 하리오.
우리애들이 연관되어 있다길래 들어가 봤지요.
‘복현의 소리’를 ‘경북대의 소리’로 받아 들이기에는 그 표본집단이 너무나 조악해 그러려니 합니다만.
요 며칠간 신문기사로 사건을 접하고, 복소의 글들을 읽어보며 나누고 싶은 의견이 있어 이렇게 운을 뗍니다.
타국의 유학생이 자국 국민에게 해를 입혔다….
가해자가 개인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버지니아 공대 조승희 사건이 오버랩됩니다.
그 사건이 벌어졌을때 그 땅에 살던 이들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우리는 미국에 있는 한국 유학생들을 걱정 했지요.
얼마전 이 사건이 1주기를 맞았더군요.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조승희씨 무덤이 조성되고, 그의 무덤앞에도 꽃이 놓인 사진을 봤습니다.
몇몇 복소 글에서 보이는 ‘우리가 받은 피해를 되갚아줘야 한다’ 식의 놀라운 과격성.
그 무서운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걸까요?
‘전시에 나라를 위해 싸우겠냐’는 설문조사에 한국 학생들의 대다수가 ‘아니다’ 로 대답했더군요.
나라를 위해 싸우고 치르는 댓가로, 목숨을 거는 것과 키보드 자판 두드리는 수고는 너무 차이가 나서 그런가요?
독립, 민주주의 따위는 이미 교과서 안에 들어가 있으니 목숨을 걸 만한 일이 없는 우리 세대에게 이번 사건은 ‘애국심’이란 명분의 에너지 표출구인가요…
경북대 신방과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우리과 중국인학생이 폭력시위에 참가하지 않은건 명백해졌습니다.
신방과 한국인들은 무얼 해야 할까요?
답은 ‘친구’입니다.
네! 친구되기, 친구하기, ……
1번 답안도 200번 답안도 다 ‘친구’ 입니다.
그냥 자를 대고 OMR카드를 죽~ 내리 그어도 된다고 봅니다.
그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이 한국사회에서 활발한 교류를 하고 한국인들을 진짜 친구라 생각했다면,
한국인 친구 얼굴을 봐서라도 그랬을까요?
사람 사이의 신뢰를 생각해 봅시다.
제도적인 부분을 간과하지 않습니다.
다만 여기서는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해나가야 할 일에 대해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역지사지, 우리가 불 같은 청년이듯 그들 역시 그러하지 않을까요.
불 자체는 악도 선도 아닙니다.
삼겹살을 익히며 하나되는 회식자리의 도구가 되는 것도,
파이프며 병에 옮겨 붙어 더 무서운 흉기가 되는 것도… 그 불을 지닌 청년의 몫입니다.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머리를 다시 한 번 곱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