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조우동 선배의 기름은행(Oil Bank)에서 배우는 실전 마케팅 2007-04-21

3월 초 있었던 신방 환영회에 참석하셨던 86학번 조우동 선배.

행사 초중반부터 내내 우리를 도와주지 않고 말썽 부리던 앰프를 보고는 ‘연락 한 번 하라’는 말씀을 던지시고 자리를 뜨셨습니다.

며칠 후 학과 홈페이지에 사회대 체육대회 최초 우승기를 올리시면서 재학 중인 후배들에게 감동과 김재홍 교수님의 놀라운 모습을 선물해 주셨지요.

글의 말미에 여전히 한 번 연락 하라는 말씀을 남기셨기에 제가 뾰로롱~ 연락을 드리고 구미로 찾아 갔습니다.

선배님은 구미 홈플러스(구미엔 홈플러스가 하납니다) 근처에서 현대 오일뱅크를 경영하고 계시더군요.

선배님이 오시길 기다리며 주유소 내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이곳저곳을 둘러 봤습니다.

결론은, 제목에서 말씀드렸듯이 도로위의 작은 섬 같은 주유소에 500페이지짜리 마케팅 원론 책이 입에 휘감길 정도로 달착지근하게 녹아 있더라는 겁니다!

요즘 주유소 광고에선 더 이상 우리네 기름이 더 특별하고 고급이라고 떠들지 않습니다.

특별한 기름, 고급 기름이 아니라 특별한 기쁨, 고급 서비스가 있다고 떠들지요.

이제 주유소에서 팔아야 하는 건 기름이 아니라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선배님 주유소엔 공단으로 출퇴근 하는 손님들이 많았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손님들은 아침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 착안해 아침 주유시에는 간단한 식사를 제공합니다.

여성 운전자에게는 혼자하기 번거로운 세차 서비스를 제공하지요.

-‘우리가 쉽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제공합니다.

아이들이 동승한 차량에는 아이들을 위한 과자도 제공합니다. 신문이나 건빵 같은 판촉물은 여기선 특별한 게 아니지요.

-‘고객’이 직접 대가를 지불하고 상품을 구입하는 사람이면, 구매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까지 포함한 개념이 ‘소비자’입니다.
특정 주유소에서만 자기에게 과자를 준다면 그 아이는 아버지에게 늘 그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자고 구매 시 압력을 행사하겠지요.


선배님 주유소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 중 하나가 주유소 내의 카페테리아입니다.

주유소와 카페,  Oil & Coffee  처음 봤을 땐 마치 물과 기름 같은 조합이라 생각했습니다.

주유소에 편의점이나 간이식당이 있는 경우는 봤지만 카페테리아라니… 솔직히 처음 봤을 때는 주유소에 딸린 카페가 장사 되겠냐 싶었습니다.

하지만 여긴 따로 커피판매를 하려고 만든 곳이 아니라 주유한 손님에게 커피 전문점 수준의 원두커피를 대접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었습니다.

내부 인테리어나 메뉴도 일반 커피전문점에 손색없을 정도로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저는 얼음 두둥실 띄워진 냉커피를 대접 받았었죠.

주유시 커피를 안 시키면 쿠폰을 대신 나눠드리는데 이걸 모아서 주말에 가족단위로 야유회 가는 길에 아버지는 인삼차 어머니는 원두커피 아들은 코코아~ 요런 식으로 주문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카페를 관리하는 종업원 아주머니는 기름 팔아 돈 버는 것 보다 커피 팔아 돈 버는 게 더 클 것 같다고 하시네요.

– 원두커피라는 별도의 제품을 서비스로 내놓는다는 것이 확실한 차별화의 시작 아닐까요?

선배님 주유소는 다른 주유소보다 비쌉니다.

리터당 몇 십원 차이에 싸구려 서비스를 제공하느니 그 금액 이상의 서비스를 고객에게 돌려드리면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 4p mix 중 가격 정책에 관한 부분입니다.
동일한 상품을 경쟁업체보다 저렴하게 내 놓는 저가격 정책도 있지만 선배님은 고가격정책을 펼칩니다. 프리미엄 서비스에 대한 자신감이지요.


보통 주유원의 시급은 법정 최저시급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수준입니다.

요즘은 3100원 정도에서 +- 되겠지요.

하지만 이곳 주유원 중 최고시급은 4500원입니다.

05년 12월에 주유소를 인수했을 당시 캄캄하고 지저분했던 직원 기숙사도, 형편없던 식단도 모두 개선했습니다.

직원들이 제대로 일할 환경을 제공받아야 손님들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이런 대접을 받는 주유원들은 필드에 나가면 주머니에 손을 꽂지도 앉아서 멍하니 티비를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 이 부분이 내부 고객 만족입니다.
외부의 적은 상대하기 쉬우나, 진정 무서운 적은 내부의 적입니다.
아무리 고객만족을 외쳐대도 최전선에서 고객을 감동에 몸서리치게 만들어야 할 종업원들이 시큰둥하다면 제갈공명이 CEO라 해도 별 수 없겠지요.


카페테리아에 이어 또 한 번 놀랐던 것이 패밀리 레스토랑에나 있는 눈높이 주문입니다.

앉아있는 손님의 눈높이에 맞게 몸을 구부려 주문받는 상품이 스테이크나 폭립이 아니라, 여기선 휘발유나 경유인 것입니다!

또한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젊은 층 손님에게는 과도하게 몸을 낮추지 않고 웃으면서 주문을 받습니다.

-이는 선배님의 주유소가 판매 지향적 구조가 아니라 마케팅 지향적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기름 판매를 위한 판촉물 강화가 아닌 다른 업소와는 확실히 차별화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감동’을 분명한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선배님을 기다리며 주유소에 30분가량 앉아 있었는데 필드에 나가있는 주유원과 카페 안에 있는 직원과의 손발이 척척 맞물려 돌아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셀프 진공청소기를 사용하기 위해 고객이 1000원 지폐를 동전으로 교환해 달라고 하면 주유원이 그 지폐를 들고 카페에 있는 직원에게 건네주며 카페 직원은 마이크로 ‘네, 천원 지폐 동전으로 교환해 드리겠습니다’ 를 복명복창(군대식으로 말하자면)합니다.

고객의 주문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는 것은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지만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돈 좀 깨진다 싶은 음식점에 가면 종업원의 주문 확인은 필수 절차입니다.

이는 고객에게 ‘우리는 당신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했으며 성심성의껏 이에 응답하겠다’ 라는 신호와도 같습니다.

군대에서 복명복창이 중요시하게 생각되는 이유가 바로 명령의 왜곡이 없도록 함이며 이를 어길 시 빠졌다고 갈굼 당하는 것도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이런 이유가 있는 것이죠.

– 이 같은 팀플레이가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조직의 유기적 통합’입니다.


조우동 선배의 기름 은행에 방문하고선 그 날 하루에 500페이지 마케팅 책을 완전 학습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푸른 바다(Blue Ocean) 위에 떠 있는 주유소라는 느낌이 들었죠.

그곳의 경영자가 우리 선배님이라서 자랑스러웠습니다.


3월 30일 선배님 뵙고 나서 바로 글을 올려야겠다 생각 했는데 체육대회니 시험이니 덧없는 핑계로 미루다 이제야 완성해 부끄럽고도 뿌듯하네요.

첨엔 알음알이 게시판에 올릴 생각이었지만 동문회 게시판에 올리면 후배들은 물론이고 선배님들도 졸업동기나 선/후배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엿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이곳에 올립니다.

앞으로도 사회에서 멋지게 살아가고 있으신 선배님들을 찾아뵙고 또 자주 모셔서 후배들과 함께 많이 배우는 시간을 가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신방의 스물네 번째 연인

신문방송학과 스물 네 번째 학생회장 02학번 박 준 희 였습니다.

이정섭 아이고..형님께서..완전히 스타가 되셨네…^^

구미 홈플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ㅋㅋㅋ

2007-04-22
01:15:55 

김오섭 우동 형님! 주유소가 정말 멋집니다.. ^^
진정한 서비스 정신이라..
한수 배우고 갑니다~
2007-04-23
12:28:13 

조우동 많이 쑥스럽네~ 언제 나몰래 도촬을 했지.
그냥 내 나름대로 열심히 할려고 하는데~
암튼 좋은 글 감사하고 더욱 열심히 살께~
다시 한 번 많이 쑥스럽구먼~ ㅎㅎ
이 글 보니 과에 앰프를 82 기증해야겠구먼~
2007-04-26
12:48:53 

경운기 서비스 정신~~~~~

부럽고 자랑스럽네요

^ㅡ^ 다음기회에는 저도 한번 데리고 가주세요

선장님!!!!!!!!!!!!!

2007-04-27
11:50:15 

06 이예림 정말.. 멋있어요ㅠㅠ// 본받아야 겠습니다! 2007-04-29
12:21:15 

06 혁준 와…. ㅋㅋ 2007-04-29
21:08:52 

(빵빵)규성 선배님 멋지십니다. 브라보!! 2007-05-05
14:41:55 

김경희 우동선배. 88 경희 기억할라나 몰라.구미에서 주유소라.상상은 못했지만, 오래간만의 소식이라 그저 반갑기만 하네요. 구미 가면 한번 들르지요.그때 봅시다.건강하이소.
2007-05-05
17:3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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