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부터 러버크루를 꾸려나갔으니 만 1년이 되는 시점입니다.
이제 공식적인 행사 세 가지
동문호프, 졸업 페스티벌, 혁신토익 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 중 동문호프는 시험기간과 겹치지만 도와주겠다는 친구들이 여럿 있어 어렵지 않게 해 나갈 수 있을 듯 합니다.
혁신토익은 치고 나서 교수님과 쫑파티로 막걸리나 거나하게 마시면 되겠고요.
자, 문제는 졸업 페스티벌입니다.
작년 졸페가 생각나나요?
02 여자 동기들이 주인공이었는데 용호오빠한테서 연락을 못 받았다, 어제서야 문자가 왔더라, 졸페를 하는지도 몰랐다 등등……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않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자리해준 사람들과 좋은 시간 보내고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타산지석!
작년 포유 학생회도 아마 이런마음이었을 겁니다.
이제 마지막 행산데… 할 만큼 했는데, 술이나 퍼다 가라 그러자…
우리 항로회의에서 나오는 말들이 아닙니까, 부끄럽게도 선장의 입에서도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어느새 스스로에게 관대해지고 평점이 후해진 걸 알았을 때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동문 일일호프 때문에 86한상철 선배님을 뵈었지요.
경북대 교육방송국 동문회에서 총무를 맏고 있을때 총동창회 체육대회를 준비했던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어떻게 하면 졸업생들한테 멋진 하루 만들어 줄까… 궁리하다가 옥션에서 만국기 30만원치를 사서 소운동장에 도배를 했답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에서 온 여자선배가 소운동장에 펄럭이는 만국기를 보고 눈물을 펄펄 쏟았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20년을 살다가 고작 한 달 한국에 들어왔는데 가봐야 할 다른 곳도 많은데 체육대회를 가야할까 망설였지요.
아니, 체육대회에 갔다가 아름다운 추억들이 썰렁한 운동장이나 행사에 의해 바래져 버릴까봐 무서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운동장을 가득 메운 30만원짜리 옥션 만국기……
눈물 흘리던 그 여자 선배는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100만원을 후원금으로 내고 갔답니다.
빨리 옥션가서 만국기를 사자! 따위의 말을 하려는게 아닌거 알죠?
핵심은 ‘감동’입니다.
어떤 사업이든 행사든 상대에게 감동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어설프게 손대고, 이정도면 우린 할 만큼 했다는 식으론 신방에겐 물론이고 우리 스스로도 속이는 일이 됩니다.
나이 마흔 하나인 선배님한테서 스물여섯 청년이 속으로 크게 얻어맞은것 같았습니다.
내가 좋아하던 사람, 밤 새 술 기울이던 사람들 재밌게, 한 번 더 웃게 만들어 보자! 는 각오지 북한 공산당처럼 기계처럼 일사분란해 지자는게 아닙니다.
러버크루,
항구와 도킹할 때 까지
승객들이 모두 내릴때까지
선원의 일은 끝나지 않습니다.
당신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이 항해,
아름다운 도킹을 준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