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한 사람을 좋아하던 동지가 있습니까.

학교에서 어쩌다 마주치면, 같은 여성에 대한 호칭을 나는 “아끼는 후배 여학생”으로, 윤ㅇ일은 “존경하는 선배 누나”로 애써 감정을 숨겨가며 이야기를 나누곤 했던 것이 25년이나 지난 지금도 참 계면쩍다. 한번은 내가 그 여학생이 자기 집 옥상에 쌓인 눈을 치우느라고 힘들었다더라는 말을 전했더니, 윤ㅇ일이 “옥상이 있는 집이라면, 찢어지게 가난한 집은 아니겠군요” 라고 좋아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 여학생이 고등학생 시절 그 학교 유사 이래 전무후무한 우등생이었으면서도 굳이 좋은 장학금을 받기 위해 우리 대학에 입학했다는 것 때문에 아마 엄청나게 가난할 거라고 지레 짐작하고 걱정했던 모양이다.

– 하종강, 철들지 않는다는 것, 64쪽


동시에 한 이성을 놓고 겨루는 상대를 연적(敵,rival in love) 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너 아니면 나’ 둘 중 하나만 승리할 수 있는 전쟁을 치루는 상대인거죠.


하지만 연적이 들려주는 그녀 소식에 ‘가난한 집이 아니어 다행’이라는 사람을 어찌 적으로 삼을 수 있을까요.

이건 연적이 아니라 연동지입니다!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 동지요, 같은 전쟁을 치르는 전우입니다.


이런 사람과는 삼각관계를 만들어 보는것도…… 


* 참고로, 결국 그녀와 결혼한 것은 후배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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