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대중(mass)’,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불특정 다수’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걸 나쁘게 말하면 ‘개나 소나’가 됩니다.
여기선 대중의 반대편을 ‘마니아’라고 할게요. 대중에 비해 상대적으로 ‘동질적이고 소수’라는 특성을 부여해 봅시다. 이걸 나쁘게 말하면 오타쿠, 십덕후가 됩니다.
* 참고: 십덕은 욕이 아니라 ‘오타쿠의 앞글자 오를 따와 오+오=10이라서 십덕후입니다. 2배 강화된 오타쿠란 뜻.
그럼 살사는 대중문화일까요? 마니아문화일까요?
1.1 스윙 vs 살사 vs 탱고
위 그래프는 각 검색어의 검색량을 상대적으로 보여주는 ‘네이버 트렌드’라는 서비스에서 캡쳐했습니다.
– 살사 동호회는 주로 다음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점
– 살사, 스윙, 탱고 모두 춤 이외에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는 점
이런 이유로 정밀하진 않지만 참고 자료 개념으로 보면 좋을 듯 합니다.
여기선 가장 대중에 가까운 단어는 탱고입니다. 스윙과 살사는 고만고만하네요.
그 춤을 단순히 아는 인원과 실제 즐기는 인원에는 당연히 차이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대중이 춤을 시작한다면 친숙한 춤을 고를 확률이 높겠죠.
스윙, 살사, 탱고는 모두 스포츠댄스에 비하면 소수문화라 엄밀한 동호인 통계가 없을 것 같아 궁금하네요.
* 참고: 스윙은 동명의 인터넷 브라우저도 있고 야구의 스윙도 있어서 뒤에 댄스를 붙였습니다.
1.2 살사 vs 바차타. 우리는 마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나
-마녀사냥 전-
-마녀사냥 후-
위 표는 마녀사냥에 바차타가 등장한 전과 후의 검색량 추이입니다.
방송이 3월 말에 나온 것 같은데, 검색량이 살사에 비해 너무 폭증해 그 구간은 그냥 배제해 버렸습니다.
이전에는 살사(70)가 바차타(17)에 비해 4배 가량 검색량이 많았는데, 이후에는 최고 급증한 구간을 일부러 잘라내고도 바차타가 6배 더 많아졌습니다. 6월부터는 바람이 많이 식은걸 알 수 있지요.
실제 바차타 아카데미 분한테 들어보니 마녀사냥 이후 카페 가입자가 늘었다더군요.
마녀사냥을 보고 바차타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을 기존 살사인 들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았을까요?
‘바차타를 야한 춤으로 묘사한 마녀사냥을 보고 온 불순한 무리들은 얼마 안 가 나가 떨어질 것’이라는 시선도 있었을 겁니다.
야한 춤 = 대중의 흥미꺼리
마녀사냥 프로그램 = 대중을 모으기 위해 필연적으로 필요한 매스미디어
마녀사냥 보고 온 무리= 대중, 즉 개나 소
보통 마니아 문화 단계에선 그 문화를 소수만 향유한다는 은근한 자부심을 가지게 마련입니다.
(이게 노골적이면 엘리트주의, 선민의식 뭐 그쯤 되겠지요.)
약간 미지근한 사례겠지만, 제가 좋아하던 광석이 형의 노래 몇 곡이 영화에 삽입되면서 유명해졌는데, 제 또래에선 거의 몰랐던 ‘나만 향유하는 좋은 노래’가 ‘개나 소나’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억울한 적이 있었죠.
춤추러 온 동기가 불순하다는 시각도 있을 수 있는데, 야한 춤을 추러 왔다는 동기가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실제 강습이나 바에서 무례한 행동을 하는 것과는 분리해 논의해야 할 겁니다)
슬램덩크의 강백호가 농구를 시작한 이유가 뭔가요?
일진 남학생이 예쁜 여학생 맘에 들려는데서 31권짜리 만화는 시작합니다.
그리고 후반부에 나오는 ‘정말 좋아합니다’는 명대사가 되지요.
출처가 기억나지 않는데, 어느 학자의 이런 분석도 있습니다.
‘세계사에 남은 위인, 천재의 업적과 발명은 대게 20대에서 30대 초반 시기 안에 다 몰려있다. 그때가 가장 성적인 에너지가 활발할 때, 즉 여자들한테 잘 보이고 싶은 시기라 그렇다.’
매스미디어가 살사를 조명하는 기회는 쉽게 오지 않습니다.
그 기회가 왔을때 우리는 마녀를 받아들이는 쪽이었을까요, 사냥하는 쪽이었을까요.
당연히 정답은 없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마녀를 맞이하는 거지요.
다만 다른 살사인의 생각은 어땠을까 궁금합니다.
광석이 형의 ‘잊어야한다는 마음으로’를 홀로 좋아하던 등푸른은,
김주혁이 부르는 ‘잊어야한다는 마음으로’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문제인 거죠.
1.3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설령 원하지 않더라도
다음은 에버라틴과 그 외 제가 알고있는 유명 살사동호회의 검색량 추이입니다.
공연한 시비가 생길까봐 동호회 명은 삭제했습니다.
에버라틴 검색량은 2013년 8월쯤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12월경 1위를 차지한 후 계속 격차를 벌리고 있습니다.
영화 스파이더맨 대사죠.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저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설령 원하지 않더라도’
정치에선 표가, 인터넷서비스는 방문자가 힘입니다. 모두 그 본질은 머릿수 입니다.
다른 동호회나 아카데미 사람과 이야기해보면 에버라틴 만큼 거대하고 활발한 곳이 없습니다.
그냥 없다 정도가 아니라 에버라틴 신입생 수나 엠티 규모를 말하면 경악하더군요.
2년 동안 에버라틴에서 지냈습니다.
제가 에버라틴에 머릿수로 산술적인 1만큼 보탬이 되었습니다만, 살사판에서 그만큼의 책무도 했을런지 모르겠네요.
더 재미나게, 더 오래 즐길 수 있는 판을 만드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일단 3주년때까지는요 ^.^;;
[닫으며]
요즘 IT 업계에선 ‘빅데이터’라는 말이 화두입니다.
‘엄청 많은 데이터를 모으면 걔네들이 답을 알려준다’는 식인데요, 이것도 결국 해석은 인간의 몫입니다.
네이버 트렌드를 가져온 것은 데이터를 제시한 것일 뿐, 결국은 저와 2년을 함께한 그리고 3년 째를 함께할 에버라틴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당신은 대중인가요, 마니아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