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저씨와 이야길 했다!

그 아저씨라니……

이런 막연한~~

경북대 도서관에 몇 번 왔다갔다 해 봤으면 누구나 다 알텐데…

정말 특이한 패션을 하고 법전을 공부하고 계시는 아저씨다. 목에는 수건을 꼭 두르고 있다는게 특이점. 그걸로 땀을 닦는것 같다.

아, 그리고 도서관 컴퓨터 쓰고 있는걸 보면 워드프로그램으로 엄청 큰 폰트로 법전을 옮겨적고 있다.

평소에도 한번 쯤 말 걸어보고 싶은 아저씨였는데,

와우~  저녁에 학생식당에서 라면을 먹는데 그 아저씨가 내 옆자리에 앉은거다

사실 식당이 문 닫기 얼마전이라 자리는 엄청 남아 도는데 내 바로 옆에 와서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 아저씨가 전부터 만나봐야겠다 싶은 그 분이라 ‘기회다!’ 싶었다

그래서 말했지

‘식사 맛있게 하십시요~’

‘… 네?’   당황한거 같았다

‘아, 식사 맛있게 하시라구요’  아저씨는 라면이랑 공기밥을 시켰는데 특이하게도 공기밥을 두 그릇이나 떠 오셨다

‘아… 예’

그리고 잠시 나는 일행들과 대화

‘저기요, 제가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이번엔 아저씨가 선방을 치셨다

‘네, 뭡니까?’  아싸~ 호기심 만발~

‘내일이 수능이죠? 제가 들어갈때는 예비고사 시절이라서(아저씨는 예비고사라 했는데, 이게 학력고사 아닌가?) 340점이 만점이었는데’

이러면서 수능 만점이 몇 점이나 몇 개의 교과목을 치느냐, 고3들 힘들겠다 등의 말이 오갔다

그 아저씨는 82학번이라 그랬다. 와우~ 그래서 난 82년생인데요~ 그랬지

아저씨가 나한테 몇 학년이냐고 물었다

2학년이라고 그러니까 자기가 좀 후회되는게 있는데 학교에서 하고 싶은일들 많이 해 보라고 그러더라. 써클도 활동하고

그리고 마지막에 우리 일행들이 일어나니까 아저씨가 말했다

‘저랑 이야기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정중한 투로 말씀하셨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나 역시 진심엔 진심으로!

이야기를 나눠보니 능수능란한 커뮤니케이션에는 약간 문제가 있는듯했다.

사람들이랑 워낙 이야기를 안 나눠봐서 그렇지 사람자체는 똑똑할 듯 했다.

무슨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물으니까 그냥 법 공부 좀 하고 있는데 성공하면 이야기 해 준대

아!  이야기 해 주는것.  아니, 이야기를 나누는것 만으로도 감사해하는 분이 있다니!

그래, 알고보면 우리 모두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그리워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고 거기서 힘을 얻고 또한 휴식까지 찾지 않는가.

때마침 도서관에서 빌린 박노해 시인의 책이 눈에 보이네

‘사람만이 희망이다’

거기 나오는 시 하나 옮겨적으면서, 사람에게 커뮤니케이션이, 대화가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하고 고마운건지. 또한 그걸 나눠주는 이 역시 사람이란걸 생각해본다

[ 다시 ]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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