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연습장엔 왜 댓글이 달리지 않는가?

스무살

컴퓨터 뜯었다 조립했다, 프로그램 깔았다 지웠다 하는 재미난 놀이하는 곳인 줄 알고 컴퓨터 공학과에 들어간 시절

수학의 정석만큼 두꺼운 한 권 전체가 미분적분학

처음에 스칼라 벡터까지만 눈에 들어오고 몇 페이지 뒤부터는 아예 읽기가 불가능한 물리학

조원들 음료수 사다 바치는게 일이었던 물리학실험

수업은 오후 여섯시에 끝나는데 그 때부터 동아리 활동하러 학교 가던 그런 시절

 

홈페이지를 하나 만들었다.

학교 과제였던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군.

처음엔 포털사이트에서 계정을 받아 대충 게시판 몇 개로 시작

일년 후 한 달 500원짜리 유료 계정으로 제로보드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홈페이지질 시작

 

그 후로 다시 7년

 

그동안 쌓인 글이나 방명록을 다시 읽어보면서

사소한 일이라도 꾸준히 계속하다 보면 대단한 일이 된다는 생각을 한다.

 

휴대폰이 없던 스물다섯 12월까지 내 연락처는 홈페이지와 이메일, 그리고 집전화였다.

집전화가 최후의 연락 수단이고 하루에 두 번이상 들어가는 홈페이지가 나와 가장 빨리 연결될 수 있는 수단이었지.

원체 집에 붙어있는 걸 싫어하니…

 

‘집 전화번호를 준다는 것’ 이란 노래도 있더라만, 내겐 ‘홈피 주소를 준다는 것’이 전화번호 주는것 보다 의미있는 행위였다.

지금도 마찬가지.

내 생각의 넓이와 깊이, 그리고 스무살 이후 살아온 흔적들에 접속할 수 있는 초대권을 주는 셈이니

 

그런데, 친구들은 왜 내 홈페이지에 댓글을 달지 않는 것일까?

의무감에 몇 줄의 방명록을 남기는 것이 고작일까…

 

군번으로 120번 가량 차이나는 군대 동기 김대현 병장은 이렇게 말했다.

“음… 그냥 뭐랄까… 쉽게 뭐라고 달기 힘들더라고…”

 

생산적 복지를 꿈꾼다는 사회복지학도 김민정이는 이렇게 말했다

“무슨 바뀐 홈페이지가 대중성이 더 떨어져요~”

 

그리고 숱하게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했다

“종종 올께~”

여기서 말하는 종종은 한 세기(century, 100년)에 한 번씩이란 말인가??

 

가끔 그런 생각을 했다.

나도 동방신기와 더블에스오공하나의 인물비교나 소시와 원더걸스 가창력 비교 글을 올려야 하나…

 

종교랑 경제랑 시는 재미없는건가…

원래 재밌는건데 내가 재미없게 쓰는건가……

 

백수생활이 8년의 홈페이지 인생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1 thought on “깨어있는 연습장엔 왜 댓글이 달리지 않는가?”

  1. 연애나 연예처럼 가볍게 주고 받기엔 무거운 주제임엔 분명하지.
    누구한테 보여준다는 생각 말고 정말 연습장에 끄적인다는 맘으로 써야겠어.
    이제 댓글 구걸은 그만!

    응답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