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TC company의 향후 10년, 20년의 먹을거리를 발굴해 낼 기획부서에 지원한 박준희입니다.
그리고, 24기 동기들을 남기고 먼저 훌쩍 떠나버린
이미 연수 첫 날부터 맘 속에 두 집 살림을 차리고 지 혼자 괴로워한 신입사원 박준희입니다.
연수 첫 날인 1월 4일, 형수형에게서 걸려 온 전화.
‘괜찮은 자리가 있다’
내가 한 번 해볼 만한 자리였다.
재밌을 것 같은 자리였다
가슴 설렐것 같았다
누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는가?
생떽쥐베리는 ‘젊은이의 할 일은 미래를 예견하는 것이 아니라 실현하는 것’ 이라 했다.
내가 그리는 미래를 위해 선택해야 했다.
연수기간 2주 반. 정확히 17일 간.
그 시간 내내 마음이 체해 있었다.
그리고 오늘 절반 쯤, 그 동안 체해서 생긴 검은 피를 눈물로 토해낸 것 같다.
아래는 TC company 24기 동기들에게 바치는 편지.
나를 솔직하게 보여주지 못한게 너무 미안해, 이렇게 편지로 나마 속을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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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 Company 24기 당신에게,
감정에 솔직한 이가 정말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맘껏 울지 못하고 눈물을 삼키는 저를 보면 아직 한참이나 멀었나 봅니다.
어버버버 하며 버퍼링만 울리던 말 대신 이렇게 하나하나 자판을 새겨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마저 합니다.
동옥아, 언제가 젤 즐거웠냐고 했지?
1월 4일 점심 먹고, 선배의 채용권고 전화를 받고 나서 오늘까지 2주 반.
단 한 순간도 진심으로 행복할 수가 없었다.
좋은 사람과 함께여서 즐거웠지만, 그 즐거움을 오롯이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잘나든 못나든 난 내 패를 열어보여야 맘이 편한 사람인데 한 번도 내 카드를 보여준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어거지 가짜 패를 내보이며 홀로 불편해 했지요.
종현이형, 나 (비공식)부반장 시켰는데 공석이 됐네요.
그런 거 굳이 마다할 제가 아닌데, 이렇게 될 걸 예상했기에 나서서 어떤 도움도 못 드렸어요. 형 죄송…… ㅠ.ㅜ…
나서서 동기 간에 끈적한 고리를 만드는 일을 하면 내가 가식적인 인간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폭풍우처럼 쏟아 내는 말 뒤에 바닥을 볼 수 없는 적막. 아마도 제 이야기 패턴이 이렇지 않았나 합니다.
입사 자소서에 내 핵심역량은 ‘소통’이라고 백 번쯤 썼습니다. 하지만 연수는 단 2주 만에 사람과 진심으로 소통할 수 없는 일이 이렇게 고달프단 걸 깨닫게 해 줬습니다.
회사 보다, 면접관들보다, 하필이면 내일이 생일인 동네주민 인사담당자보다, 24기 동기 당신들에게 진심으로 대하지 못한 게 너무 미안합니다.
TC company를 제 발로 차고 업력 6분의1, 매출액 20분의 1, 더 적은 연봉에 피붙이 한 명 없는 서울로 간다는 사람.
그 사람은 거실에 놓여있는 ‘입사를 축하한다’는 리본이 달린 난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요?
가슴 설레는 일을 찾아 떠난다지만 그 앞엔 어떤 형편없는 실상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언젠가 징징짜며 오늘 선택을 후회할지도 모르지요.
다만, 저도 당신도 그 순간순간 선택에 충실할 뿐입니다.
한 번 이어진 인연은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든 다시 이어진다고 믿습니다. 그 때에는 제가 당신께 힘이 되는 사람이길 바랄 뿐입니다.
‘TC Company 24기 동기’란 이름의 당신,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