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상당히 큰 고민입니다.
여기서부터 시작이거든요
과연 좋은 직장은 어떤 곳일까요?
지금 회사에 면접을 볼 때였습니다.
사장님과 1:1 면접이었죠.
아마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것, 혹은 10년쯤 후엔 뭘 하고 있을 것 같은가’ 류의 질문이었을 겁니다.
제가 이렇게 대답했거든요.
“홍보 담당자로서 유능해 지고 싶은 맘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직장 생활에서 제 최종 목표는 ‘살맛 나는 직장, 일할 맛 나는 직장’을 만드는 겁니다.”
이 목표는 제가 근 일 년간 백수로 보낸 시절 생각해 둔 겁니다.
그러자 사장님이 되묻더군요.
“살맛 나는 직장이 어떤 곳인가요?”
“네, 사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줄 수 있는 곳. 이 회사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서류가방 던져놓고 시간 보내고 월급 타가는 곳이 아니라 내 일 같아서 출근 안 하는 금요일에 안절부절 못하는 회사가 그런 곳 아닌가 합니다”
“응? 그럼 그런 회사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핵심은 자율성에 있다고 봅니다. 자율성이란 내가 하는 일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큰 흐름에서 볼 수 있어야 나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일한 것에 대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보상 부분은 학교에서 배운 종업원지주제(ESOP)를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음, 그런 좋은 시스템이 있다면 왜 다른 회사들이 그걸 채택하지 않았을까요? 정말 그런 제도가 효율적이라면 이윤을 생각하는 회사들이 앞다퉈 도입했을 텐데?”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자본가들이 기존 시스템을 바꾸려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자본을 가진 쪽은 굳이 모험을 하기 보다 보수적인 시스템을 고집하는 것이 편합니다.”
“그래요, 뭐 답은 없는 거니까… 그런데 나는 사장되니까 오히려 더 놀고 싶던데 하하~”
“하하~”
연일 폭설이던 올해 1월에 나눈 이야기니까 벌써 석 달쯤 전이지요.
아마 내 편의대로 마구 각색됐을 겁니다.
그래도 본질적인 내용은 훼손하지 않았음! 하하~
사실 면접 전에 검색해 본 회사관련 기사에서 사장님이 기업 문화 자체만으로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부분이 나와 있었거든요.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나보다 20년쯤 먼저 걸어가는 사람.
그렇게 사장님은 제게 선구자일수도 롤모델일 수도, 혹은 반면교사(이 경우 상대의 나쁜 점을 보고 조심한다는 뜻으로 쓰이죠)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자, 과연 어떤게 좋은 직장일까요.
어느 일터가 그곳에 온 사람들을 살맛나게 해 줄까요?
고민은 계속해서 이어질 겁니다.
* 위에서 자율성을 이야기하며 전체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고 했는데 모던타임즈에서 공장 선반 조립공으로 나오는 찰리채플린이 좋은 예입니다.
채플린 아저씨는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그 일의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고 다만 몰려오는 부품의 나사를 돌릴 뿐이지요.
이래서야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내 자유의지로 일하고 있다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도 맞닿아 있는게 아닐까요.
일단 급여는 ‘살맛 나는 직장’의 본질적 요소가 아닌게 분명해. 최고의 초봉을 받는 금융권 신입사원들도 회사를 접고 다른 길을 찾는 걸 보면. 그 보다 본질적 요소가 존재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