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월드 아이티 쇼’ 라는 매우 거창한 이름의 박람회에 갔다.
신기한 것들을 많이 봐서 재미있었다.
다음에 또 오고 싶다.
-라고 쓰면 초등학생 후기가 되니까 몇 줄 더 붙인다.
이미 머리도 굵을 대로 굵어서 IT업계에 종사하고 있으니 ‘우왕~~’하고 놀랄 만한 신기술은 찾아 보기 어려웠다.
기사나 잡지에서 보던 걸 실제로 보니 좀 실감난다 정도?
그나마 인상 깊었던 게 안경이 필요 없는 3차원 TV.
하지만 이마저도 특정 거리와 특정 각도에서 봐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3차원 영상 보려고 거실 쇼파 위치를 조절해야 하다니, 심지어 TV 놓여 있는 방이 좁으면 3차원 영상을 위한 거리를 확보할 수가 없다.
우리 같은 서울 1% 고시원 레지던스~ 에겐 전혀 구미가 당기는 구매품이 아닌 거지.
여튼저튼이튼하여튼,
전시회를 10분쯤 둘러보니 결론이 나더라.
아!
결국 박람회는 섹스어필이다!
새로운 IT 기술을 만나는 설렘과
새로운 전시 도우미를 만나는 설렘은 맞닿아 있는 게 아닌가!
학교 다닐 때 기사 잘 쓰는 법, 제목 잘 뽑는 법을 이야기 할 때 딱 하나의 비유를 든다.
섹시하게 써라!
저 6글자를 풀어쓰면,
군더더기 없이 미끈하고 탄력있게, 보는 이의 시선을 붙들어 매 시간이고 돈이고 나가는 줄 모르게 혼을 빼 놓아라…. 정도?
바로 요렇게???!!!
아래는 인포메이션 데스크에 있는 안내 도우미들이다.
…자, 아래와 같은 분위기에서 누가 그녀들에게 전시장 위치를 묻겠는가.
이미 그곳은 info 데스크가 아닌 photo 데스크다.
그녀들이 주는 정보는 무슨 기업 전시장이 어디 있고 따위가 아니다.
그냥 앉아 있는 거 자체가 정보다. ‘섹스어필’ 이란 정보.
IT 업계엔 ‘개발자 위주 프로그램’ 이란 말이 있다.
사용자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만든 프로그램이란 뜻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고 잘 안 팔리거나 불만이 들어오면 개발자는 대게 이렇게 반응한다.
“이런 멍청한 사람들, 이 좋은 기능들을 대체 왜 활용 못하는거야?”
사용자는 개발자가 아니다.
그 좋은 기능들을 다 쓸 줄 알면 자기 손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쓰지 왜 돈 주고 다른 개발자가 만든 걸 쓰겠나.
단순히 좋은 기능 만으로는 안 된다.
IT 기기 역시 섹시해야 한다.
섹스어필 없이는 어떤 하이테크 제품도 성공하기 어렵다.
하이테크를 섹시하게 포장했을 때 기적이 일어난다.
갑자기 SUV 광고 하나가 떠오른다.
‘밤바람이 차다, 그녀를 보내지 마라’
이 광고가 200마력의 신형 직분사엔진, 저RPM에서 토크가 뿜어져 어쩌고… 하는 식이었다면 내가 ‘호오~’그랬을까?
21세기 마케팅은 스토리텔링!
이야기가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쪽이 승리한다고 한다.
똑같이 이야기를 담고 있다면,
더 섹시한 쪽이 승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