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좇는 이들과 함께 한 서울대공원

* 일러두기

본 글에서 서울대공원 관광정보를 얻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벌써 한 주가 지났군요.

대학교 시절 저희 학과 조교였던 정 前 조교님과 2년 만의 재회, 서울대공원에서 이뤄졌습니다.



지하철 대공원 역을 내리자 마자 한 컷!


 

토요일인데 사람이 많이 없더라고요.

서울랜드+동물원 조합으로 한 때는 주말 나들이 + 데이트 명소였을텐데 이제는 가세?가 기우는 느낌.

에버랜드+캐리비안베이와 롯데월드, 비발디파크 등 강력한 신흥 라이벌 때문이겠지요.







알고보니 서울대공원은 역사가 깊은 곳이더군요.






패망하면서 도망가는 데 일일이 독살할 정신은 어딨었을까요?







동물원에서 가장 호감갔던 애들.

굴을 파서 생활하는 게 미어캣이랑 비슷한데 이름은 무슨무슨 쥐였습니다.

날도 더운데 아주 가죽을 익히려는지 다닥다닥 붙어서 문질러 대더라고요.

역시… Love is Touch!





두 다리로 서서

경계하는 듯한 모습도 미어캣과 흡사합니다.





하지만… 리얼 미어캣은…



요 녀석 들인데, 엄청 사납습니다.

독에 내성이 있어 전갈이나 독사도 잡아먹는다니까 성깔있을만 하지요.







얘들은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사막여우.

여우 중 가장 작은 몸집을 가졌다네요.

그 날이 덥긴 했지만 사막보단 덜할텐데… 아주 꼼짝도 않고 자고 있었습니다.

아마 야행성이라 그렇겠지요?

아, 어린 왕자를 만날 때도 어둑어둑한 밤이었나요?







요건 돌고래 쇼!

유일하게 이 글에서 정보다운 정보를 하나 드리자면, 돌고래 쇼 만큼은 꼭 보시라는거!

관람료가 3천원 정도 하나? 여튼 은빛 대형 물고기의 탄력을 보면 놀랄 수 밖에 없습니다.

저것이 짐승의 몸놀림이구나!!! 싶거든요.

아, 정정합니다. 돌고래는 물고기라 부를 순 없네요. 

얘들은 사실 수영을 무지 잘하는 ‘포유류’ 입니다.

아가미 호흡을 못해서 가끔씩 수면 위로 올라와 줘야 하거든요.



예의상 띄워놓은 서울대공원 사진을 모두 소모했으니 이제 정 前 조교님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살다 보면 강력한 통찰력을 가진 사람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엑스레이처럼 껍데기 너머 뼈대가 어떻게 맞춰져 있는지 알아보는 사람요.


제가 오늘 말씀드릴 통찰력은, 삶의 본질이나 한국 경제의 미래 같은 거창하거나 거시적인 게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를 돌아보게 해 주는 사람이거든요.

혼자서는 닿을 수 없었던 나의 내면에 닿게 해 주는 사람.


제게 강력한 통찰력을 보이는 두 명의 여인이 있었는데요,

첫 번째가 3년 전 소개팅녀, 두 번째가 정 조교님이었습니다.


학과 회장 시절 누나와 함께 3시간을 갈비집에서 고기 구우며 이야기 한 적이 있었죠.
‘한 배에 탄 이상 한 명도 낙오는 없다, 모두 함께 가야 한다’는 제 이야기에 누난 웃으며
‘그럼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라고 말했죠?

하잉~ 전 그래서 재빨리 맘을 고쳐먹고, 다른 곳에 가고 싶은 이들에게는 안전검사를 마친 보트와 지도, 나침반을 내어주는 게 최선일 수 있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그런 내가 다른 이에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마치 유체이탈을 해서 외부에서 나를 바라보게 되는 시간이랄까?
그런 계기를 갖게 해 주는 사람이죠, 누난

그런 누나가 2년 전, 워킹홀리데이 나이제한인 30을 맞이하야 호주로 떠났고요.
1년 6개월을 거기서 재미나게 일도 하고 여행도 다니면서 지내다 한국에 (연하의)남자친구님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누난 요즘 보험회사 상담원을 하고 있습니다.
첨엔 서울에서 분식집을 차렸는데 손이 너무 아파서 병원을 찾았더래요.
의사 say, ‘절대 손 쓰는 일 하지 마셔요, 뼈 주사 맞아야 될 지도 모르니까’

호주에서 너무 열심히 일 해서 손가락이 혹사당한 것 같답니다.
그래서 분식집은 일주일 만에 다시 내 놓고 손 아닌 입을 쓰는 상담원을 하게 된 것이지요.

무섭도록 층층이 나눠진 계급사회 한국에서, 서른 넘은 미혼 비정규직 여성은 측은지심의 대상이 될 지도 모르지만, 누난 다르더군요.
1, 2년 간 돈 모아 뉴질랜드로 이민 간답니다. with 남자친구님 해서요.

누나는 한국 사회의 빡빡한 틀을 거부하고 아는 사람 하나 없지만 더 행복할 수 있는 곳으로 가고자 합니다.
30여 년을 살아 온 사회를 두고 자의로 이민을 선택한다는 것이 저에게는 꽤나 큰 결심, 하지만 누나다운 선택으로 느껴졌습니다.

“웰빙이 따로없다, 살고 싶은 데서 사는 게 웰빙이다!”
누나의 이민 계획에 동조하며 제가 몇 번이나 떠들어대던 말입니다.

정 前 조교님은 내게 상당한 통찰력을 보이는 분이셨으며, 부드러운 남자친구 님의 여자친구 역을 맡고 계시고, 어떻게 살아야 자기가 행복한지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디가 자신의 방향인지 아는 사람을 만나 또 한번 통찰력 모드가 발동된 하루였지요.

당신은, 그리고 나는 이제 어디로 갈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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