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에 나가거나 행사를 진행하면서 사람들 앞에 나설 기회가 일반인들의 평균치 보다는 많았다.
그러다 보니 그 날 스피치가 잘 될지 안 될지 가늠하는 척도가 하나 생겼지.
바로, 청중을 바라보면서 말하고 있는가!
미리 적어놓은 대본 종이를 보고 줄줄 읽어서야 녹음 파일 틀어 놓는 것과 뭐가 다른가.
아… 대학 동기 결혼식 사회를 보는 데,
하객과 눈맞추는 시간 보다 대본 보는 시간이 더 길다는 걸 느끼면서 망했다 싶더라고.
어떤 스피치나 마찬가지지만 이런 공적인 자리에서의 말하기는 사전 준비가 8할 이상이다.
행사 시나리오를 완전히 익혔다면 대본은 그냥 페휴지에 불과한 것.
결혼식 도우미가 모두 예뻤다는 것 외에는 연단에서의 기억이 아름답지 않구나.
대본과 시나리오의 문제가 아니다.
사전에 숙지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내가 청중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청중도 나를 보지 않는다.
오랫만에 한 스피치인데다 준비 시간이 짧았으니 스스로 만족할 수가 없지.
또 이거 한 동안 스스로 괴롭겠구만.
<아래는 결혼식 당일 사용한 A4 네 장 분량의 대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