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인턴 동기님과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눴는데,
내가 백수시절 느끼던 패배감을 그대로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겐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지 않나 싶은데, 이건 정말 내 일처럼 감정이 전이 되더라고.
실제 얼마 전까지 내 일이기도 했고!
이 때의 감정과 내 나름의 해법을 기록하기 위해 대화 내용을 갈무리 해 둔다.
(원문에서 개인정보 유출 부분만 삭제)
띵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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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오늘 나 또 떨어졌어요….
그런데 너무 너무… 힘들어요…
될 놈은 어떻게 든 되고
안될 놈은 어떻게든 안된다고 하는데
나는 안될 놈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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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얘,
강한 놈이 살아 남는 게 아니라
살아 남는 놈이 강한거야.
될 놈과 안 될 놈 선정의 선후가 바꼈어.
끝까지 가면 되는거야.
아직 그렇게 멀리 온 게 아녀
오늘은 잠깐 앉아서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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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내 삶이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항상 나름 열심히 살려고 아둥바둥하며 사는데
점점더 시궁창으로 빠지는 느낌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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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얘, 시궁창은 상대적이여
아직 충분히 젊다.
오늘 하루쯤은 분개하고 슬퍼하렴
푹~ 퍼질러 있다가 다시 일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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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취업한 오빠를 만났어요.
딱히 취업할 그런 것도 못느끼고 있었는데
한번에 가는 거예요…
자기는 운이 좋은거 같다면서…
나는 완전…
무슨 중소기업을 가도 완전 거지 발싸게 같은 곳에 가서
온갖 개고생은 다하고 매일 같이 돈에 찌들려 이 햇볕도 안 드는 고시원에서 매일 광탈이나 하고 앉아있고…
그냥 삶이 계속 이럴거 같아서 무서워요.
항상 뭐든 어렵고 뭐든 안되고 뭐든… 그 뭐든…
항상 그래왔듯이…
그래서 너무 너무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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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아, 나도 젊지만
살아 보니 삶에는 고저, 높낮이가 있더라.
가라앉을 때는 바닥이 없을 것 같지만
어느 순간 바닥을 친다.
젤 없어 보이고 자신없고 누추해 지고 깊이 가라 앉은 그 순간.
다시 반등하는겨.
20대 취업이 중요한 건 맞으나 그걸로 인생 망가지는 경우 없다.
인생 한 방 아니거든.
한 방뒤에 또 한방이 쌓이는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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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이렇게 끝.
“그냥 삶이 계속 이럴거 같아서 무서워요……그래서 너무 너무 무서워…” 이 부분은 전율이 오더라.
네가 옆에서 말하는 것 같아서.
심해로, 바닥이 아예 없는 곳으로 가라앉을 것 같은, 가라앉는 걸 멈출 수 없을 것 같은 기분.
백수시절 늘 생각했지,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만 없다면 백수가 최고의 직업이라고.
월급 봉투를 열 몇장 넘게 모아온 지금 다시 생각해 본다.
누가 자신의 앞날에 100% 확신할 수 있을까…
다만, 지금 걷는 방향이 옳은 건지 되물을 뿐.
인생 한 방이 아니라,
한 방 뒤에 또 한 방이 쌓여 이루어지는 게 인생이란 말을 스스로 곱씹는다.
글에 나오는 인턴 동기 님이 ‘취업 후에 글을 게시해 달라’는 부탁을 했기에.
이렇게 공개글로 전환.
축하한다 동기 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