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란 이름의 ‘닭장’

영화 관람은 가장 수동적인 문화 ‘소비’행위이다.

멀티플렉스를 보자.

좁은 공간에 많은 닭을 키우기 위해 층층이 들어찬 닭장과 흡사하지 않은가.

닭장에 들어간 닭은 오직 주는 먹이를 먹고 똥을 싸는 역할만 한다.

아, 참… 계란도 낳는다.

멀티플렉스에 들어간 관객은 틀어주는 영화를 보고 네이버 평점이나 SNS 한 줄 후기를 ‘싼다’.

아… 꽤나 창의적이고 타인에게 영감을 줄 만한 후기를 ‘낳는’ 부류도 있다. 

매표소에서 두 시간 남짓 닭장에 들어가 앉아 있을 권리를 사고,

상영 시간까지 멀티플렉스 어딘가에 찰떡처럼 붙어있는 전자오락실에서 동전을 투척한다.


상영 시간이 임박하면 매표소 옆 매점에서 거대한 팝콘과 탄산음료를 구매하는 데, 

정말 그 크기가 두 시간 내내 먹어대야 할 양이다.


심지어는 매점에서 파는 간식 중 몸에 좋은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설탕 범벅인 팝콘,탄산음료나 기름 범벅인 오징어 튀김, 그도 아니면 소금 범벅인 나초다.

영화관에 들어가면 본격적인 수동적 소비 행위가 시작된다.
(그런데, 원래 소비는 수동적 행위이니 동어 반복인 건가?)


아. 요즘은 영화만 소비하는 게 아니라 광고도 소비해 줘야 한다.

분명히 영화 시작시간인데 광고가 5분씩 더 이어진다.

사람들은 돈 주고 영화 관람권을 산 것이다.

광고를 끼워 팔고 싶다면 미리 양해를 구하든지 역으로 관람료를 일정액 환급하라!


엔딩 크레딧 첫 줄이 올라오자 마자 영화관 불이 켜지고 사람들은 먹다 낙오한 팝콘 따위를 들고 철창 밖으로 돌진한다.

닭장의 닭과 멀티플렉스의 관람자 간 다른 점은, 자의적 탈출의 가능 여부인가 보다.

수동과 능동은 어느 쪽이 선하고 악하다는 개념, 즉 가치판단이 포함된 단어는 아니다.

다만, 전국민이 즐기는 영화 관람이 극도로 수동적인 문화 소비 행위라는 점이 마뜩찮은 것 뿐.


자신이 문화생활을 하고 있다고 자위하게 만드는 놀라운 공간.

멀티플닭장에서 시간을 소비하는 생활이 즐겁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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