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할 이도, 마땅히 혼자 할일도 없는 금요일 휴가는 때론 고역이다.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 그래도 서울 중심부보단 덜 막히고 달리는 기분도 낼 수 있겠다 싶어 선택한 곳이 차이나타운.
차이나타운은 2번째인데, 초입의 태림봉에서 먹은 짬뽕은……
차라리 동네 짜장면집이 훨씬 나았다.
숱한 블로그에 나오는 ‘해물을 듬뿍 얹은 태림봉의 짬뽕’이란 문구는 바이럴 로봇이 작성한 듯…
실망을 달래려 공갈빵을 사 오는데,
이것마저 옛날 우리동네 빵집에서 파는 것만 못하다.
아무리 공갈빵이라도 안에는 쨈 비슷한 게 들어있어야 맛이 나는데…
실망을 뒤로 하고 월미도 드라이브.
그리고 간단히 빠져나오는데 휑하니 넓은 주차장과 박물관이란 팻말이 보이기에 한번 세워보았다.
그곳이 ‘한국 이민사 박물관’
중앙에 녹색 표지가 김 알렉산드리아,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주의자였다고 한다.
(인물자료: http://goo.gl/kPGzTV)
아직 정규 교육과정에서 만나기는 요원한 인물일 듯.
‘디아스포라’라는 단어가 생소해 찾아봤다.
1. 다른 나라에서 살며 일하기 위한 유대인들의 이동
2. 고국을 떠나는 사람・집단의 이동
여기서는 2번의 의미로 사용하긴 했으나, 여러 검색결과를 보니 1번 뜻인 ‘팔레스타인을 떠나 온 세계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 인을 이르던 말.’이 더 강하다.
굳이 이민자가 아닌 유대인 냄세가 짙은 디아스포라 라는 단어를 전시회 곳곳에 배치한 이유는 뭘까.
기획자의 의도가 궁금한 시점이다.
박물관을 좀 더 끈기있고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건 조정래 씨의 아리랑 덕분이다.
살 길이 막막해 일본이 등떠미는 하와의 행 티켓을 가지고 떠난 소설 속 인문들의 상황이 떠올라 사진 한 장, 문서 한 장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또 한번 와 닿는다.
농민, 노동자의 가뭄과 굶주림은 누구의 탓인가.
굶주리는 농민들 한 편에는 고리대를 틀어쥐고 더 큰 부자가 되는 지배계층이 있었겠지.
장편 소설 아리랑이 기록하는 그 당시 하와이 이민자들의 절박한 상황을, ‘가뭄과 굶주림을 피해서’라는 짧은 문구로 어찌 전할까.
왼쪽이 공연 순서인데, 폭스트롯이나 왈츠 같이 눈에 익은 단어들이 보인다.
선상에서 저런 장르의 사교춤을 즐기기도 했던 걸까….
(아, 물론 이주하는 농민들 말고)
조정래 씨의 근현대사 3부작 중 마지막인 ‘한강’에 등장하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
마찬가지로 조정래 씨의 아리랑에도 등장하는 ‘스티븐스 암살’ 관련 기사.
전체적으로 짜임새있는 동선과 내용이었지만,
왜 그들이 이민을 가야했는지, 그리고 스티븐스는 왜 암살되었고 그를 죽인 사람들을 ‘의사’라고 칭하는지 등 부연설명이 많이 부족한 느낌이다.
다양한 입장을 가진 관람객들을 감안해 최대한 중립적 서술을 해 나가려고 했던 걸까…
내 앎의 얕음과 기획자의 의도적인지 알 수 없는 불친절이 못내 아쉽다.
아래는 조정래 씨의 한강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