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 기행] 9. 에어캐나다, 밴쿠버/토론토 공항, 캐나다와 미국 입국 심사

에어캐나다

한국에서 캐나다 직행을 타려면 아마 대한항공과 에어캐나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텐데, 둘의 가격차가 생각보다 작다. 대략 10만원 수준이었는데, 어차피 100만원쯤 하는 비행펀, 좀 더 내고 국적기타려 했는데 ‘밴쿠버-토론토’ 구간을 포함한 다구간 비행편을 구하다보니 둘의 가격차가 넘사벽이 된 것. 그냥 소시민으로 돌아가 에어캐나다 결제 완료.

내가 탄 건 국제선, 국내선(밴쿠버-토론토) 모두 보잉사의 드림라이너 신형기종 같았다. 비행기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즉 좌석 머리통에 붙어있는 타블렛PC에는 신작 영화와 드라마가 가득한데, 그놈의 영어에 능숙치 않은 나 같은 이는 볼 만한 콘텐츠가 극히 제약될 수 밖에 없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한국어 더빙 영화도 있고 아수라 같은 한국 영화도 두 편 있더라.

비행기 명당 좌석이 어딜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코노미 석에서 의외의 명당을 발견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생각하기에 따라서 역발상 명당이랄까. 바로 꼬리쪽 양 끝 좌석이다. 이 좌석의 일반적인 선호도는 낮은지, 내가 그 자리에 앉아 있으니 승무원이 ‘자리 많이 남았으니 앞에 가서 앉으라’고 권유하더라. 내가 됐다고 하니 ‘응? 정말?’이라고 되물을 정도. 자리가 텅텅 비면 3개 좌석을 모두 점유할 수 있는 앞쪽이 낫긴 한데, 만약 사람이 많이 타는 날이라면 꼬리 쪽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좌석 3개가 들어가야 할 공간에 2개만 넣다보니 양 옆으로 공간이 조금씩 남는다.엄밀히 말하면 3개 넣기엔 좁고 2개 넣기엔 넓은 공간. 덕분에 창가 쪽 좌석 옆에는 아래 사진처럼 짐을 놓을 충분한 공간이 생긴다. 덕분에 앉은 채로 자세도 바꿔볼 수 있다. 자리 바로 뒤가 화장실인 건 보통 감점요인으로 보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선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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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은 평범한 수준. 아, 김치볶음밥은 드시지 말길. 한국식 꼬들한 김치볶음밥이 아니라 버터로 볶았는지 엄청난 기름기의 떡진밥이 나온다. 그냥 서양식 메뉴를 선택하자. 엔포테인먼트 시스템 중 ‘eat&drink’였나, 여튼 그 메뉴에 들어가면 기내에서 제공하는 식사와 음료 종류가 주욱 나온다. 난 이거 보고 조니워커와 얼음, 콜라를 요청함. 사람이 별로 안 타서 재고가 많이 남는지 조니워커 미니어처를 한 번에 두개나 주더라. 20170416_150200.jpg

여기서 중요한 점! 기내에서는 반드시 자기 주량보다 적게 마시길! 13시간짜리 비행이라서 타자마자 하이네캔 한 캔과 조니워커 미니어처 한 병 반 마시고 잠깐 잠들었다 깼는데, 가슴이 엄청 뛰고 산소 부족을 느끼는 것이… 잠깐이지만 이대로 만 미터 상공에서 쓰러지나 싶었음. 기내의 낮은 기압에 적응하려고 몸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는데, 여기다 술을 부우니 더 빨리 취하는 것. 그 짧은 시간에 술병이 난 거다. 

정말 승무원 불러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잠깐 화장실 갔다오니 곧 말짱해졌다. 기내에선 취하는 것도 깨는 것도 엄청나게 빠르다는 걸 몸으로 체험했다. 술 취했을 때는 내게 조니워커를 두병이나 준 승무원을 탓하고 싶을 정도였음. 평소 자기 주량의 절반 이하로 마시는 게 안전할 듯. 평소 맥주 3캔이라면 1캔만.

밴쿠버, 토론토 공항

해외 공항을 많이 다녀보질 못했으니 비교풀이 몹시 가난하다. 간략히 말하면, 밴쿠버는 제주공항 같고 토론토는 인천공항 같달까. 규모나 시설의 노후정도 등을 종합했을 때 든 인상.

인천공항이 세계공항 평가에서 몇 년 연속 1위 어쩌고 하던데, 적어도 토론토 공항은 그에 못지 않았다. 잠깐 스쳐가는 승객이라 어쩔 수 없이 눈에 보이는 시설과 규모만 보고 평가하게 되는데, 모든 시설과 장비 들이 깨끗하고 신식이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공항 장비라 하기엔 좀 웃기지만 각 테이블에 설치된 태블릿으로 주문 받는 식당. 내가 늘 바라던 방식의 주문/결제 시스템이었다. 물론 그 태블릿은 주문 뿐 아니라 공항 탑승객들에게 엔터테인먼트도 제공한다.(미니 게임이나 인터넷 서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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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의 입국심사

입국심사는 여행을 하며 언어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그리고 절실히 깨닫는 순간 아닐까. 캐나다 입국심사는 꽤 엄숙하고 진지하게 진행됐다. 주요 질문은, 무슨 일로 왔냐, 얼마간 머물거냐, 둘은 어떤 사이냐(친구랑 같이 입국함), 직업은 뭐냐, 회사 이름은 뭐냐 순이었다.(우리회사 이름을 그 사람이 알리 없으나 얼마나 정직하게 대답하는지를 보는 듯) 사람에 따라 듣고 대답하기 쉬울수도 있으나, 영어가 영 서툴거나 가이드 북 등을 통해 미리 준비하고 가지 않으면 당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말이 안 통하면 의심을 받거나 적어도 더 번거로울 수 밖에 없다. 우리 바로 앞에 입국심사 받는 한국 여성 둘은 한참이나 입국 심사원과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뭔가 이야기가 잘 안 풀렸나 보다. 다만, 입국 심사가 오케이나면 웃으며 ‘즐거운 여행되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줬다. 아마 긴장하고 있다가 통과가 돼서 더 사람좋게 느껴졌을 수는 있을 듯.

미국 입국심사에 비하면 캐나다는 엑서사이즈 챕터1 수준이다. 자동차로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입국했는데, 우리 마음의 벽이 작동했는지 입국심사 건물이나 차량 게이트 조차도 위압감이 들었다. 일단 차량 게이트에서 심사원이 기본 사항을 묻는다. 어떤 목적이냐, 얼마나 머물거냐, 미국에서 어디 머물거냐, 국적이 뭐냐, 셋이 어떻게 아는 사이냐. 뒷유리창 내려봐라. 이 정도. 

차량이 통과되면 입국심사 건물에 가서 간단한 출입국 서류를 작성한다. 놀라운 건 한글로 된 서류가 있다는 것. 한국이 비자 면제국이다 보니 입국심사에서 혜택을 보는 것이리라. 헬조선의 스파르타한 경제발전 성과가 이렇게 빛을 발한다. 비자면제국이 아니었다면 훨씬 더 까다로웠으리라.

사실 저 과정을 객관적으로 기술해보면 딱히 절차가 까다롭거나 심사원들이 유난스럽게 군 것도 없다. 다만 트럼프 정부 들어 더 빡세진 입국심사, 심사원들의 안하무인격 태도를 기사나 입소문으로 워낙 많이 들어 우리 스스로 위축된 측면이 클 것. 다들 방탄조끼에 총을 차고 근무하는 모습에서도 거의 본능적 긴장감을 느꼈다. ‘미국 가면 총 맞는다’는 농담을 하도 많이 하다보니 총이 눈에 더 잘 들어왔다. 

결국 전혀 무리없이 국경을 넘을 수 있었지만, 돈 쓰러 온 관광객 입장에서 뭐 하러 이런 스트레스를 감수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영어에 능통한 일행이 없었다면 아예 국경 넘을 생각도 안 했겠지만, 앞으로도 나 혼자서는 못 넘겠다 싶은 마음.

하지만! 국경을 지키는 CBP에서 직원을 뽑고 있다고 하니, 한국어 특별전형으로 채용된다면 위화감 없이 국경을 드나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뻘 소리로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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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깜빡할 뻔 했네. 캐나다에서 미국 국경 넘자마자 작은 비석이 하나 있는데 ‘America, We stand’라는 문구로 기억한다. 건국의 자부심이 줄줄 넘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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