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 기행] 8. 개, 그리고 캐나다의 동물 보호

어느 사회의 양식을 가늠해보는 한 기준은, “그 사회의 소수파가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가” 라고 한다. 장애자를 위한 정부예산은 그 국가의 국민 총생산에 비례하지 않고, 그 국가의 민주화 정도에 비례한다는 조사보고도 있다. 민주화란 것은 결국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의 건설이고, 그런 사회에서는 고통받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다수의 사람들이 애정어린 관심을 갖게 된다는 뜻이겠다.

조갑제 씨가 쓴 ‘사형수 오휘웅 이야기’의 머릿말이다(http://wakenote.com/book/9264). 아무리 개팔자가 상팔자라 해도 인권 밑에 견권있다. 캐나다가 개와 동물을 대하는 모습을 통해 사회 양식을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얘네는 행인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우리 동네 산책길에서 만나는 개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캐나다 개들은 행인에게 대부분 무심하다. 정말 행인 1이 행인 2를 스쳐지나듯 산책한다. 개의 주위를 끌어볼까 싶어 반가운 얼굴로 쳐다보거나 낮게 불러봐도 거들떠도 안 본다. 가끔 눈길을 줘도 슥~ 보고 지나칠 뿐.
한국 개는 캐나다 개에 비하면 사람에 대해 몹시 관심을 보이거나 아예 무서워 하거나 양 극단이 많은 편. 즉, 어느 쪽이든 사람을 많이 신경 쓰는 셈이다. 
‘캐나다 개들이 사랑을 충분히 받아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라는 게 캐나다에 거주하는 친구 의견. 결국 너무 반가워하는 것도, 너무 두려워하는 것도 평소 다양한 사람과 충분한 접촉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면 무리없을 듯.
로키 일대에 있는 도시, 밴프에서 만난 개. 사진 찍는 나를 보고 웃는 게 아니다. 그냥 주인 보고 웃을 때 운 좋게 찍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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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견, 중형견, 잡종견이 많다

역시 세계 2위 국토답게 땅이 넓다 보니 개들도 다들 크다. 밴쿠버나 토론토 같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형견 일색이다. 이보다 인상 깊었던 게 순수 혈통 개가 잘 안 보인다는 점. 한국으로 치자면 큰 바둑이 같은 애들이 많다.

원래 유전학 개념으로 보면 이종 교배로 생성된 개체가 동종 교배 개체보다 건강할 수 밖에 없다. 캐나다 개와 한국 개의 체력이나 건강 정도를 비교해 볼 수 있다면 차이가 크지 않을지.

음식점 앞에 개를 묶어둘 수 있는 고리가 있다.

이건 마치 그 사회의 육아 인프라처럼, 개를 키울수 있는 인프라의 비교가 될 것 같다. 캐나다나 미국 음식점 중에는 입구에 개를 묶어둘 수 있는 고리가 나란히 박혀있는 곳들이 있다. 마치 마차타고 다니던 시절 마굿간 비슷한 느낌이랄까.

아래는 시애틀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모습. 개를 묶어둘 수 있는 고리와 함께 우푸우푸라고 적힌 개 전용 물그릇도 있다. 특히 저 물그릇은 북미에서 어느정도 정착된 것인지, 혹은 스타벅스가 빠른 와이파이처럼 하나의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는 건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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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권리 보장은 넘사벽

포스팅을 일관된 형태로 진지하게 쓰려다보니 뭔 동물 인권, 견권을 비교해보자 뭐해보자 했는데. 그냥 뭐 당연히 캐나다와는 비교가 안 된다. 야생동물의 천국,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캐나다다 보니 관련 법률도 잘 정비되어 있고 사람들 의식도 높다.
한국은 야생동물이 대부분 멸종해서 해칠래야 해칠 수도 없고, 이제 길고양이와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가 사회 화두로 떠오르는 수준인지라.
아래 사진은 로키에서 만난 산양 무리 중 새끼의 단독샷. 대부분 관광객이라 더 그런 것도 있겠지만, 당연히 얘네들이 다 지나갈때까지 기다려준다. 만약 의도적으로 야생 동물을 죽이거나 잔인하게 사냥하면 한국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큰 형량이 내려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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