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 기행] 10. 캐나다 사회에 대한 단상

여행 12일 간, 아니 비행 시간을 제외한 순수 체류시간으로는 11일 가량의 캐나다 여행을 통해 한국과 캐나다 사회를 최대한 비교해 보고 싶었다. 나는 어떤 사회에서 사는 게 더 나을지, 혹은 내가 사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으려 했다.

그 실마리들을 잊지 않기 위해 ‘가나다기행’이라는 연작 포스팅을 기획했는데, 예상보다는 혹은 예상대로 그 때의 감상을 세세히 분석하고 정리하는 게 쉽지 않다. 완성도 높은 정리 정돈을 위해 시간을 끌기 보단 투박하나마 짧은 감상 형태로 풀어 놓는게 나을 것 같아, 10번째 포스팅을 시작한다.

한국 가정집은 백색등, 캐나다 가정집은 노란등

캐나다 일반 가정집 조명은 대개 노란색 빛이 도는 은은한 형태다. 반면 한국은 거실이나 방이나 기본 조명은 백색 형광등으로 쨍하고 밝다. 캐나다는 집을 푹 쉬는 곳으로 여기는 반면, 한국은 사무실처럼 각성이 이어지는 공간으로 보는 게 아닐까.


캐나다의 가족은 확장된 개인

캐나다가 한국보다 훨씬 더 개인주의가 발달한 사회인데, 가족애(愛)는 한국보다 더 높은 듯 하다. 식사나 주말 레저나 뭐든 가족과 함께하는 경우가 대부분. 한국 개념으로 치자면 딱 부부와 자녀를 포함한 핵가족의 친밀도가 높은 셈인데, 캐나다 사회에서 가족이란 건 ‘확장된 개인’이 아닐까 싶다. 


기독교가 70%인 나라지만, 대형 십자가는 찾기 어려움

캐나다 종교 구성이 가톨릭 38%, 개신교 25%, 즉 인구의 60~70% 정도가 기독교인 셈인데, 건물 위에 십자가가 우뚝 솟은 걸 못 봤다. 여행 중 친구 동네에서 딱 하나 봤는데 그거 한인 교회라더라. 


건물 옥상에 커다란 십자가 세우는 풍습, 이거 전 세계적으로 한국 말고는 거의 없는 듯. 도시 미관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친다고는 생각지 않으나, 간판도 구청에서 단속하고 가이드라인을 정해놓는 시대에, 십자가만 예외여서는 안 되지 않나.

토론토(미시소거) 투룸 시세 = 서울 신림동 투룸 시세

토론토 인근에 있는 미시소거에 사는 친구의 투룸이 월세 1200불이다. 미시소거는 서울 인근의 분당이나 일산 같은 도시.1달러=1천원으로 치자면 월세 120만원인 셈. 캐나다엔 한국처럼 월세를 낮추기 위해 보증금을 높이는 식의 렌탈은 없단다. 대개 월세 한 달치를 선불로 지급해서 마지막 달 월세로 대체하거나, 신용도가 낮아 보증이 필요하면 6개월치 월세를 미리내는 식으로 계약한다네.


친구의 투룸은 한국으로 치면 대략 실평수 15평 투룸(방 둘, 거실, 부엌) 빌라. 대략 10년 이상 된 건물이니 서울 신림 기준 전세 2억 정도라 잡고, 전월세전환율 0.5를 적용하면 대략 월세 100만 원. 사실상 집 렌트 비용 자체는 거의 비슷하다고 봐야할 듯.

대도시 원룸, 투룸 인생은 여기나 저기나 비슷한 수준이나 중산층 이상으로 올라가면 주거형태가 달라진다. 캐나다 중산층의 전형적인 주거 형태는 앞마당 있는 2층집. 미국 드라마에서 너무 자주 봐 마치 우리 동네 같은 착각이 드는 그런 집이다.

반면, 부자들은 저택에 산다. 토론토 외곽의 부촌을 차 타고 지나가봤는데, 불 켜진 거실에 샹드리아가 있는, 거실이 아닌 홀 수준을 갖춘 집이 즐비하더라. 이곳도 토론토나 밴쿠버 중심지 고층 빌딩에 비싼 아파트가 있을테지만, 돈이 어지간히 많다면 땅이 넓으니 굳이 그런 시가지에서 살 필요는 없어보였다.


내가 한 50억쯤 있는 적당한 부자라면 토론토 항구 근처에 높이 솟은, 테라스가 멋진 아파트에 살고 싶더라. 어느 나라나 50억쯤 있으면 살만 하겠지만 캐나다는 한국 보다 자연환경과 공기가 훨씬 좋은 게 장점.

한국 vs 캐나다

자연 환경은 캐나다 압승. 교통/통신 등 인프라는 한국 우세 승.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제도와 문화가 이 두 사회의 우열이나 선호를 가리게 될 듯 하다. 서울 사람이 밴쿠버나 토론토에서 새로운 도시 시설이나 하이테크 건물에 놀랄 일은 없을 듯. 오히려 앞차 와의 널찍한 차간거리나 뒷사람이 들어올 때까지 문을 잡아주는 여유에서 놀라고 당혹스럽지 않을까.

1인당 GDP가 4만불을 훌쩍 넘는 캐나다는 금수저 나라다. 석유, 산림, 와인 키우기 좋은 기후와 미친 듯 넓은 땅 등등… 인간이 자원인 한국과는 시작점부터 그 차이가 클 수 밖에. 캐나다엔 ‘나라의 동쪽 끝에서 나무를 베기 시작해 서쪽 끝에 도달하면 동쪽에 나무가 다시 자라있다’는 농담이 있다는데, 그만큼 땅 파서 먹고 살게 많은 나라인 것. 한국이 GDP는 어느정도 올라갔는데 왜 이렇게 살기 팍팍한가에 대해 어느정도 답변이 된다. 캐나다는 땅 파서 먹고 살고 한국은 인간을 파서 먹고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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