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 키우는 동호회 동생이 전화로 물어봤다. 애들한테 웨이트 트레이닝 시켜도 좋을지에 대해. 전화상으로 주절이던 내용을 글로 조금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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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아까 전화로 물어본 내용 중 ‘아이에게 웨이트 트레이닝 시켜도 좋을까’에 대한 답변을 좀 더 부연해 본다.
‘너무 어린 시절에 웨이트 시키면 키 안 크고 성장판 닫힌다’ 같은 세간의 걱정은 나름 일리 있다고 봐. 어떤 운동이건 어린 시절에 너무 혹독하게 하거나 부상을 입으면 문제가 되겠지. ‘어떤 운동이나’
보디빌딩, 웨이트, 헬스. 뭐라 부르 건 여튼 쇳덩이를 들어올리는 그 동작을 십년 넘게 해오고 있어. 열심히는 안 했어도 꾸준히는 했고, 이런저런 관련 서적을 보며 궁리하고 지냈지.
언젠가부터 이런 생각이 들더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넣어야 한다고. 지금도 들어가 있다면 실질적인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봐. 체육 시험 문제로 오프사이드 룰이 나오는 것보다, 근섬유 비대원리가 나오는게 국민의 체력증진을 통한 행복 추구라는 체육 교과의 원 목적에 훨씬 더 부합할 거라고 봐.
미취학 아동 시절엔 그냥 놀이터에서 격렬하게 노는게 좋은 것 같아. 통화에서 내가 잠깐 인용했던 책의 한 구절, 지금 찾아보니 정확히 이렇게 적혀 있네.
계단에서 뛰어 내리는 아이의 동작이 별것 아닌 듯 보일 수 있겠지만 이런 동작은 거의 모든 종류의 스포츠에서 엘리트 스포츠맨을 훈련시키는데 쓰이는 플라이오메트릭스 타입의 운동과 같은 것이다… 아이가 푸쉬업을 1회 하는 것은 성인이 최대중량으로 벤치프레스를 하는 것과 같다. 아이가 몽키바에서 턱걸이를 1회 하는 것은 성인이 최대중량으로 랫풀다운을 당기는 것과 같다.– 파워바디플랜
즉, 아이는 이미 엄마 아빠를 세게 안는 동작을 통해 자기 최대 근력으로 벤치프레스를 하고 있는 거지.
학교 들어가면 정식으로 바벨과 덤벨로 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해 알려주면 좋을 텐데, 학교가 알려주지 않으니 집에서라도 해야지. 미국은 학교마다 웨이트 룸이 있다 하더라고. 공교육이 못해주니 동네 헬스장이란 사교육이 생기는 건가 싶네.
중학교, 고등학교쯤 되면 기초적인 생리학이나 영양학 관점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지. 네 몸을 어떻게 괴롭혀야 근성장이 일어나고, 무엇을 먹는게 좋고 무엇은 안 좋은지와 그 이유에 대해. 스스로 납득을 하면 콜라나 담배나 술도 적절히 다스릴 수 있지 않을까. 통화로 말했던 ‘술을 잘 먹기 위해 운동하는 동료’처럼, 설령 술담배를 하더라도 자기가 일정 범위 내에서 컨트롤 할 수 있을 거라고 봐.
내가 헬스장을 꾸준히(하지만 게으르게) 다니며 얻은 본질적 소득은, 내 몸에 대한 관심과 그걸 지킬 수 있는 기본 원리에 대한 이해를 얻은거라고 봐. 문제 인식과 해결 방안이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 생각해 보자. 건강에 대한 문제 인식은 현대인이면 거의 다 하잖아. 근데 해결 방안은 ‘보충제, 건강식품, 보양식품’ 먹는 걸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그게 쉽거든. 따로 공부하는 것 보다. 건강식품 회사가 제공하는 반쪽짜리 정보가 넘쳐나는 것도 문제고.
아버지가 늘 턱걸이와 스쿼트를 하는 집에서 자란 아이에게 웨이트 트레이닝이 일상일 것 같아. 티비를 보듯, 음악을 듣듯 자연스럽지 않을까. 그리고 자연스레 어떤 음식이 좋은 건지 어떤 음식을 피해야 하는 건지. 우리 몸의 근육들은 어떻게 해야 키울 수 있는지. 내 몸을 가지고 RPG 게임하듯 키울 수 있는 원리를 알려준다면 그 자체로 재밌는 놀이가 되지 않을까 싶어.
이런 질문을 던지는 자체가 넌 좋은 아빠로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