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동 도시 견학_유서 깊은 진짜 강남은 영등포구와 동작구

경성, 그러니까 일제시대 서울의 마지막 한강 이남 개발 지역이 흑석동이었다. 나경원이 선거 구호로 ‘동작구를 강남 4구로’ 만들겠다 외쳤는데. 적어도 일제시대엔 영등포구와 동작구가 강남이었던 거다. 굳이 따지자면 오리지널 강남은 지금의 강남구가 아니라 영등포구와 동작구인 셈. 그래서 동작구에 강남아파트 강남 뭐뭐 붙은 이름이 많은 듯.

 

아래는 경성 시대의 개발지도. 대략 지금으로부터 80년 전 지도인데. 도로와 로터리 등등이 거의 똑같다. 사람은 죽어도 문서는 이어진다. 도시 답사를 다니면 행정력, 서류의 무서움을 새삼 느낀다.

 

아래는 같이 답사 가신 분이 현재 네이버 지도와 과거 경성부 지도의 같은 부분을 이어 붙인 것. 지금 7호선 상도역 자리인데. 저 위치에 지하철이 들어설거라 생각하고 투자하는 초장기 투자자라면. 지금의 은마아파트 재개발 투자자 근성에 비견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 서울에 공동 화장실이 있는 동네를 왕왕 만날 수 있다. 화장실이 첨에는 집 밖에 있다가, 담 안으로 들어왔다가. 아파트 살면서 집 안으로 들어왔으니. 이런 공동 화장실은 지금 내 후대는 생각도 못할, 생활사 박물관에서 볼 풍경으로 생각하겠지.

 

 

명수대 아파트 뒤편. 명수대라는게 무슨 대단한 유적 이름이 아니라, 일제시대 이 건물 지은 사람의 이름을 한자로 표기한 거란다. 이 일대에 유명한 주상복합이 있다기에 당최 어디있나 싶었는데. 내가 생각하는 지금의 주상복합을 생각하니까 눈 앞에 보고도 이게 주상복합인지 알 수가 없더라.  뒤편 중앙에 비상계단이 특이한 광경을 보여준다. 일본은 건축법 때문에 실외 비상계단이 필수라네. 그래서 비상계단이 일본 건물의 특색중 하나란다.

 

 

흑석동 어느 건물 옆편 주차장 뒤쪽. 나무아미타불이라는 글자와 신도들 몇명의 이름이 적힌 커다란, 삼각김밥 모양의 비석. 누가 세웠는지는 모른단다. 그저 이정도 크기쯤 되면 쉽사리 없어지진 않나보다. 크기나 위치를 보면, 적어도 세울 때는 꽤나 지극 정성이지 않았을까. 물론 그 지극 정성조차도 세월 앞에는 속절 없다. 다만 정성의 크기가 크면 그 세월을 조금 더 오래 버티긴 하겠지.

 

 

일제시대 양식으로 보이는 기와지붕

 

 

도시화석이라 부를 만한 나무 전봇대 흔적. 작업자가 귀찮았는지 완전히 뽑히지 않은채 콘트리트에 어정쩡하게 수십년을 버틴 듯.

 

 

공사 한창인 흑석동 아파트 단지. 이제 내년 이맘때쯤엔 어떤 모습일까.

 

 

최근 수해에 무너진 걸로 보이는 축대. 우면산 재해를 떠올리게 한다. 10년 동안 괜찮았어도. 아니, 100년간 괜찮았어도 단 하루에 모든 걸 앗아갈 수 있는게 수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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