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의 도구들, 연장통을 다 뒤질 필요는 없다

서양 자기계발서계 인기상품답게, 참으로 넓은 범위를 실용적으로 다룬다. 인터뷰이의 다양성을 생각하면, 책 값 참 싸다는 생각이 들 정도.

작가도 제목 지을 때 의도했겠지만, 연장통에서 지금 작업에 필요한 도구만 적재적소 꺼내 쓰면 된다. 한번에 모든 연장통을 다 뒤질 필요는 없다. 다만, 평소 각 연장의 쓰임새를 이해하고 잘 닦아 둘 필요는 있겠지만. 오늘은 각 연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한번 맛만 봤다.

(천재가 아닌)범재의 도구

뭔가 남다른 삶을 원한다면 선택 가능한 길은 두 가지다.

첫째 특정한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 둘째, 두 가지 이상의 일에서 매우 뛰어난 능력(상위 25퍼센트)을 발휘하는 것이다.

첫번째 전략은 1등의 몫이다. NBA에서 활약하거나 앨범을 100만장 이상 팔아 플래티넘을 기록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될 수만 있다면야 최고의 선택이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겐 쉬운 목표가 아니다.

두번째 전략은 비교적 쉽다. 누구나 일정한 노력을 기울이면 상위 25퍼센트까지는 올라갈 수 있는 분야가 적어도 두 개 정도는 있다. (만화가인)스콧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그림을 잘 그린다. 하지만 피카소나 고흐는 아니다. 또 코미디언들보다 웃기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보다는 유머 감각이 뛰어난 편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림도 제법 그리면서 우스갯소리도 곧잘 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사실이다. 이 두 가지가 조합된 덕분에 내 만화 작업은 평범하지 않은, 진기한 일이 될 수 있었다. 여기에 내 사업 경험까지 추가하면, 놀랍게도 나는 세상에서 매우 찾기 어려운 만화가가 된다.”

자본주의는 희귀하고 가치 있는 것들에 대해 보상해준다. 두 가지 이상의 괜찮은 능력을 결합해 자신을 보기 드문 존재로 만들어야 한다. 그때 우리는 1등을 이길 수 있다.”

거창하고 특별한 기술을 훈련하라는 것이 아니다. 커뮤니케이션, 대화, 세일즈 등등 세상 사람들 75퍼센트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다. 적극적으로 찾아라.

천재가 되기란 어렵다. 하지만 천재와 싸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문제가 있다.

  1. 답을 알고나면 쉬운데, 그 답을 알아내는게 어려운 문제
  2. 이미 답은 아는데, 실행이 (번거롭거나 귀찮거나해서)어려운 문제

1번을 천재의 몫이라 보고, 2번을 범인의 영역으로 본다. 새로운 문제의 답을 찾는 건 천재에게 맡겨두자, 범인인 나는 2번 영역만 잘 해도 성공이다. 1번에서 천재가 찾은 답을 충실히 잘 시행하거나. 혹은 그 답으로 풀 수 있는 내 생활 가까이에 있는 문제를 풀거나.

예를 들어, 근육을 키우고 싶으면 주당운동강도를 높이면 되고, 이를 위해 운동과 식단은 어떠저떠한게 좋다는 식의 이론과 프로그램의 정립은 이 분야 천재들이 다 해 놨다. 나는 이걸 생활에서 실천하거나. 주변 사람들이 물어보면 천재들의 답안지를 커스텀하는 정도면 된다.

천재가 될 필요 없다. 아니, 천재를 어떻게 정의하냐의 문제지만 천재는 원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범인으로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이 있다. 이를 잘 실천하면 되는 것.


모집단을 어떻게 정의하냐의 문제가 또 있는데. 책에 나온 상위 25%는 너무 후하다 싶다. 대중을 모집단으로 한다면 해당 역량의 상위 10%는 되어야 밥벌이에 쓸모가 생기지 않을까.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취미건 업이건 뛰어든 사람 대상이라면 25%도 적절하겠고. 몇 개 조건을 연속으로 걸다보면 희소해지는 건 분명하다. (다만, 자본주의 시장이 원하는 ‘가치’를 낼 수 있는 희소함이어야겠지.)

인터넷 커뮤니티 인기글 중에, ‘결혼적령기 여성이 원하는 평범한 남성이 극히 드문 이유’를 수학으로 계산해 보이는 게 있다. 여기서 상정한 평범한 남성은 어느 한 분야 특출나지 않지만 전 요소에서 과락이 있으면 안 되는 건데. 점수로 치면 항상 상위 40% 이내에 들어야 하는 식이다(60점 미만은 과락이니까). 한 과목 과락 면하는 건 쉽지만. 체력, 재력, 집안, 직업, 성격, 취미 등등 여러 조건에 모두 필터를 걸면, ‘0.4 * N개 조건’이라는 계산식에 의해 몇명 안 남는 거다. 이쯤되면 그냥 송중기 만나겠다는 거나 크게 다를바 없는 확률이 되어 버림.


전 과목 과락 면하려 들지 말고, “00도 제법하면서 000도 곧잘 하는 나”를 계속 떠올려봐야겠다.



1,000명의 팬!

성공은 복잡할 필요가 없다. 그냥 1,000명의 사람을 지극히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에서 시작하면 된다.

명확한 목표, 서양식 실용성과, 단순 명료한 계산을 통한 입증(왜 1천명인지). 왜 이렇게 퍼날라지는지 이해가 간다. 기업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스케일 문제가 있겠지만, 개인에 적용하기에는 몹시 적절하지 않을까. 내가 동호회 장이다. 혹은 동문회 총무다. 더도 덜도 말고 1,000명을 만족시킨다. 그러기 위해 뭘 해야 하나? 이런 접근이라면?



인터뷰 전략

사람의 가슴을 공략하는 가장 좋은 전략 하나를 소개해주겠다. 길거리에서 오프라 윈프리를 만나면 절대로 ‘토크쇼 잘 보고 있어요! 라고 하지 마라. 대신 ‘키위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라. 상대가 예상치 못한 주제를 꺼내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면 당신은 오프라 윈프리와 키위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평생 기억에 남을 멋진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당장 나부터, 고객 인터뷰 때 뻔한 질문으로 시작하지 않나? 그래서 뻔한 인터뷰가 되지 않나?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니다

가장 효율적인 노동자는 하루를 일거리로 가득 채우지 않으며 편안함과 느긋함에 둘러싸여 일한다.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열심히 하지 않는다……핵심에 집중하려면 소로의 말처럼 일을 많이 하지 않아야 한다. 느긋하게 하는 사람이 무엇이든 열심히 한다.

바쁘게 일 하는 행위는 결국 높은 성과를 위해서다. 단순히 바쁘기만 한 경우, 성과에 대한 면피일 때가 많다.



43분과 45분, 극한으로 헛된 노력

(죽을둥 살둥 사이클로 달리니 43분 걸리던 게, 유유자적 즐기며 탔는데 고작 2분 더 많은 45분 소요되더라는 이야기)43분이 아니라 45분… 이 2분 차이에서 깨달음을 얻은 저는 인생 접근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과 숨 막히는 고통과 스트레스는 제 삶에서 겨우 2분의 시간을 줄여주었을 뿐입니다. 극한의 노력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별 것 아닌 헛된 노력이었죠.

우리는 천천히 해도 충분하다. 우리가 저지른 실수들은 대부분 나태함 때문이 아니다. 야심과 욕심 때문이다.

100미터 달리기 마지막 10미터 구간 같은, 진짜 극한으로 노력해야 할 때도 없잖아 있다. 근데, 우리네 100세 인생 99.99%는 42.195킬로 마라톤 중간 어디쯤이다. 극한의 고통을 감수하는 노력 자체를 부정하는게 아니라. 극한의 노력이 성과 달성에 필요한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는거. 그걸 계속 유지해 나갈 수도 없고.

더 최악은, 잠깐 극한의 노력과 고통이 ‘여기까지 하자’는 손쉬운 포기를 위한 빌미로 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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