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는 편의점에서 찾자
“수제맥주를 집에서 ‘간편히’ 만든다”는 게 엘지 홈브루 기계의 컨셉이다. 키컨셉은 ‘간편히’다. 수제맥주 제조 키트는 전에도 있었지만. 엘지 홈브루는 세척부터 제조까지 극한으로 간편!에 초점을 맞췄다. 차별화는 합격!
근데, 애초에 수제맥주 자체가 필수품이 아니다 보니 가성비랑은 거리가 좀 있고. ‘편리함’을 얻으려면 어느 영역이든 돈이 더 든다. 결론부터 말하면 ‘수제맥주를 가성비 있게 먹겠다’는 사람은 엘지 홈브루를 사면 안 된다. 가성비와 접근성 따지면 편의점 네 캔 만원(요즘은 올라서 만 천원)을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래도 수제맥주를 바에서 시켜 먹으면 훨씬 비싼데, 그거랑 비교하면 가성비 있다’는 리뷰어도 있던데. 어디 수제맥주 집이냐에 따라 다르긴 한데. 세세히 따져보면 결국 홈브루가 가성비 높다고 보긴 어렵다. 애초에 이 제품은 가성비가 아니라 가심비. 감성과 경험 영역에서 셀링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홈브루 기계맥주 500 한 잔은 얼마?
홈브루 기계맥주 제조에 들어가는 원가는 아래와 같다.(2023년 1월 기준)
- 캡슐: 1개 42,900원 -> 설명서에는 캡슐 하나로 5리터 맥주가 만들어 진다는데, 여러 후기와 개인 체감을 종합하면 4.5리터 정도 나오지 않을까 싶음. 여튼 5리터는 안 됨.
- 생수: 5리터 1,500원 -> 설명서 보면 생수나 정수물 쓰라고 나옴. 수돗물 노노. 나는 정수기가 없으니 생수 2리터 600원짜리 두 개 반 넣음.
- 기계값: 1회 20,000원 -> 기계값 120만원을 5년 정액 감가상각 잡으면 일년에 24만원, 한 달에 2만원 꼴. 제조-소비까지 최소 2주 소요되지만, 진짜 맥주공장처럼 월 2회씩 돌릴 거 아니니 월 1회 브루잉 한다고 쳐서 한번 뽑는데 감가상각 2만원으로 책정. 처음에는 인버터 10년 보증이니 감가상각을 10년으로 잡았다가, 너무 비현실적이라 생각해 5년으로 줄임. 후기 보니 아직 이 카테고리 자체가 신생이라 제조기술 문제인지 어이없는 고장도 종종 보이던데. 세월의 검증을 거친 세탁기나 전자렌지 같은 긴 감가상각 적용은 옳지 못하다 판단
- 전기료: 2주 3,000원 -> 솔직히 계산 못해봄. 그냥 2주간 꼬박 꼽아놔야하니 이정도 들지 않겠냐 감으로 때려 넣음
- 총합: 67,400원 = 4.5리터, 1리터당 14,978원, 500밀리 한잔당 7,489원. 즉, 오백 한 잔에 7,500원 꼴
제조하는 사람 인건비와 캡슐 폐기물 처리비용 불포함인데, 이것까지 더하면 너무 극한으로 따지는 것 같으니 제외. 다음엔 돈이 아닌 맛과 감성의 영역에 대해 기록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