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각? 쿠팡프레시와 다른게 뭔데?

정육각, 오늘회 등등. 이커머스 모델로 성장한 스타트업(?) 들이 추가 투자를 받지 못해 힘들다는 기사가 많아, 지난 주 처음으로 정융각에서 삼겹살을 사봤다.

산업혁명으로 생산성이 극도로 향상된 이후, 세상 대부분 재화는 공급 과잉 상태다. 절대적으로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차별화를 통해 나름의 파이를 가져야 생존할 수 있다. 정육각도 마찬가지. 고객에게 쿠팡프레시 안 쓰고 굳이 정육각을 쓸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고작 한번의 구매 경험이긴 하나, 쿠팡프레시 대신 정육각을 쓸 이유를 찾지 못했다. 특정 품목에 집중해 차별화를 이룬다. 개념은 맞는데. 정육각이 말하는 초신선 삼겹살이라는게 얼마나 큰 차별화 요소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맛? 내가 시킨 삼겹살은 그닥 맛나단 걸 느끼지 못했다. 고작 한 번 시킨거고. 조리실력에 따라 맛이 달라지니 이건 그렇다 치자. 근데 삼겹살은 어지간하면 다 맛있는데. 이걸 얼마나 극한의 미식 영역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까? 그렇다한들 확보할 수 있는 고객은 얼마나 될까?

피터틸은 제로투원에서 ‘기존 서비스보다 10배 더 좋아야 질적 성장’이라 했는데. 정육각 삼겹살은 우리 동네 마트 삼겹살, 쿠팡프레시 삼겹살보다 많이 쳐야 2배 정도 맛있을 수 있을까? 편리한 쇼핑 경험(을 구현하지도 못한것 같지만) 등등 맛 이외 요소를 다 넣어도. 10배는 커녕 서너배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애초에 정육각이 집중하려는 분야, 업의 정의를 뭘로 한 건지 모르겠다. 정육 상품 온라인 판매에 IT 기술이 불필요하다는 건 아닌데, 스타트업으로 포장하기 위한 포장지로 IT가 필요했던건 아닐까.

‘투자절벽 시기, 기존 스타트업 어렵다’는 기사를 보고 대체 왜 그랬나 싶어 체험 후 쓴 감상이라. 후견지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1년 전에 ‘잘 나간다’는 기사를 보고 후기를 썼어도 지금과 동일한 감상이었을까.

결국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내 일에 더 엄격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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