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는 끝나도 물건은 남는다.

‘헤어진 전 연인이 준 물건을 어떻게 정리하는게 좋을까요?’

대충 20대 청취자가 보내는 라디오 단골 사연인데. 사연을 읊는 DJ 연령대가 높을수록 답은 하나로 귀결된다.

‘쓸 수 있는 물건이면 감사히 잘 쓰시면 됩니다.’

연인은 아니고, 전 팀원한테 받은 가습기를 올 겨울 내내 너무 잘 쓰고 있다. 방금 가습기 물통에 물을 채우면서 든 생각. 팀원분은 어딘가로 갔지만, 이 가습기는 팀원보다 훨씬 더 오래 함께하는구나.

‘시절인연’이라고, 모든 인연은 만나고 헤어짐이 있는데. 현대 기술이 워낙 발달해. 대부분 물건이 인연보다 오래간다.

연은 끝났어도 물건이 그 연을 다시금 떠올려주기도 하지 않나.

내가 물건을 건넨 나의 ‘시절인연’도, 그 물건을 어디선가 편리하게 잘 쓰고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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