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수도인 부산. 한번도 함락되지 않아서인지 1900년대 건물이 문화유산으로 도시 곳곳에 꽤나 남아있다.
시간 지나면 낡는 것은 당연지사. 특히 사계절 뚜렷한 한국 기후는 건물 수명에 치명적이란다. 유럽에 수백년씩 된 집이 즐비할 수 있는게 기후 차이 때문이기도 하다는데.
부산역 바로 앞 차이나타운에 있는, 1927년에 지어져 초기에 병원으로 쓰인 건물. 이제 곧 100살인데 겉은 고풍스럽고. 안은 삐걱거리는데도 창비가 들어와 살림살이를 하니 힙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여긴 부산 최초의 아파트 소화장. 1941년에 지어졌으니 위 건물보다 띠동갑 이상 후배다. 인간도 나이 들수록 태어난 년식보다 관리가 더 중요하듯. 여기는 외관의 고풍스러움도 내부의 힙함도 없다. 어느 누구도 관리하지 않으니.
일제관리들이 관사로 쓰던 목조건물. 옛 가옥의 가치를 알아보고 리모델링해서 사는 집도 아주 드문드문 있으나. 대개 방치되어 허물어지기 일보직전 상태다. 가치를 아는 사람 손에 들어가면 반포자이보다 더 자랑스러운 주거지가 되겠으나. 그렇지 않은 동네 주민에겐 ‘우리 동네 그 쓰러져가는 나무 집’이겠지.
사람도 건물도 마찬가지다. 시간 지나 늙고 낡는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처음에 어땠냐보다 더 큰 격차가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