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2024년 10월 21일(월) ~ 23일(수) 2박 3일 예정이었으나, 둘쨋날부터 바람이 불어 22일(화) 오후에 섬을 나가게 되었다.
소청도는?
- 대청도와 가까이 있어 소청도
- 해안선 길이가 얼추 14킬로미터. 트래킹 코스로 섬을 일주하면 약 4시간 이상 소요.
- 섬의 대부분이 가파른 경사면이라 도로조차 경사가 심하다. 마치 거친 산의 꼭대기가 잠겨 섬이 된 듯.
- 해안선을 따라 죽 걸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고, 섬의 중앙 척추 같은 길을 따라 주요 관광지인 등대, 항구, 분바위를 가야한다.
- 소청도 지오트래킹 코스 링크
- ‘천연기념물 제508호 옹진 소청도 스트로마톨라이트 및 분바위’가 있는 곳인데. 정작 비 와서 못 가봄.
- 소청도 등대는 1908년 서해안에서 두 번째로 세워진 것(최초의 등대는 인천 팔미도 등대, 1093년)
단절, 그 자체로 불편이자 낭만
애쓰지 않아도, 섬은 육지와 단절된 그 자체로 낭만.
‘소년탐정 김전일’은 매회 사람이 잔인하게 죽어나가는데 왜 이리 재밌는지 궁리한 적이 있는데. 매번 살인장소가 외부와 단절된 세계라 그런게 아닐까 싶다.
첫 날 일정을 마치고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내일부터 바람이 세져 원래 나가기로 한 수요일엔 120% 확률로 배가 안 뜰 거라는 소식을 접하곤, 일행 10여명 일순간 조용.
나도 회사 다니던 시절이라면 내적으로 난리났겠지. 하나도 망설이지 않고 출근을 위해 가장 가까운 배편으로 나갔을 거다. 이런거 보면 최소한 출근에는 진심인 근로자가 맞았네.
바람 불어 배가 안 뜬다며 발 구르고 육지 논리와 상식으로 따져도 소용없다. 해운사를 상대로 소비자 보호원에 신고해봤자, 소보원도 바람을 상대로 시정 명령을 내릴 순 없으니.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자연이 만드는 고립과 단절이 섬 여행이 주는 최대 콘텐츠인 걸.
(아마도)소청도 유일한 매점 앞.
섬 집에는 담도 대문도 없다. 있어도 사람이 아니라 바람을 막는 낮은 벽이 있을 뿐. 필연적으로 공통체가 끈끈하게 생길 수 밖에 없다.
나도 나갈 수 없지만, 너도 나갈 수 없다.
서울 경기권 재개발 예정지에서 종종 보는 비탈길과 난간이 함께 있는 계단.
다른 점이 있다면 여긴 재개발 조합이 없다는 것. 역설적으로 그래서 섬 공동체는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 적어도 다리가 놓이기 전까진.
2023년 기준으로 소청도 인구가 대략 250명. 섬 크기를 고려하면 참사가 있던 40년대에도 인구가 비슷할거라 가정하면, 섬의 4~5명 중 1명 꼴로 기뢰 해체하다 사망한 것. 너무 피해가 커 어이가 없을 정도.
너무 참담해 사건 발생 60년이 지나서야. 약 두 세대가 지나서야 할아버지 증조 할아버지 위령비를 세울 수 있었나 보다.
소청도 항구로 들어오는 쾌속선. 그나마 얘 덕분에 3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그 전에는 5시간씩 걸렸던 듯. 백령도가 6시간씩 걸렸다고 하니.
쾌속선 승차감은 처음엔 고속버스보다 낫다는 생각. 요트가 이렇게 둥둥 떠서 밀고 나가는 느낌이구나 싶었는데. 바람과 파도에는 여지없이 흔들릴 수 밖에 없긴 하더라.
입도하면서 배 안에서 보게 되는 소청도 대형 간판.
사진으로는 미처 표현하지 못하는 도로 경사. 섬 전체가 모두 경사지다. 이 덕분인지 관광객은 적고 철새는 많다.
섬 중턱에 들어선 김대건 신부 동상. 마을과 포구를 내려다 보는 경관 좋은 곳에 들어서 있다. 신부의 체포 전 마지막 동선이 소청도-대청도-연평도라 이 일대에 관련 유적이 있다고.
소청도 등대와 여기서 바라본 해변가. 저 해변가를 바라보는 위치에 서면 신기할 정도로 바람이 많이 분다. 한 걸음만 옮겨도 바람이 뚝 그치는 걸 보면 바람길이 통하는 곳인 듯.
등대에 설치된 ‘무료’ 망원경. 이제 이런 광학 망원경에 동전 넣는 관광지는 거의 없어진 듯. 그만큼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된 것도 있고.
동전 넣고 관리하는 인건비를 고려하면 수지가 안 맞는 것도 있을 것. 사람 값이 그만큼 비싸진거니 역시 그것도 나라가 잘 살게 된 방증.
소청도 등대가 스탬프 찍기 어려운 퀘스트로 불린다는데.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딱 이거 하나만 바라보고 와야하는 것도 있고, 배로 편도 3시간이니 만만한 도장깨기는 아니긴 하겠지.
등대 자체는 물리적으로 하나도 변한 게 없지만, 스탬프 모으기라는 게이미피케이션을 도입하면서 관광 콘텐츠로서 더 매력적이게 된 좋은 사례.
섬 민박집 밥상, 오늘은 수육도 올라왔네. 주인집 아저씨가 꽃게 어선을 타서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이 번갈아 가며 나왔다. 뭍에서 귀한게 여기선 흔하기도 하고, 당연히 그 반대이기도 하다. 여행에서는 그걸 잘 즐겨야지.
민박집 앞 고양이 아파트.
사람이 지은 집과 떠다놓은 물을 마시면서. 손님에게는 곁을 주지 않으며 적절히 긴장감을 유지하는 고양이들.
섬에 첫 고양이를 들여온 사람이 있었을텐데. 과연 누구고 어떤 연유일까. 대청도, 연평도 고양이를 쥐잡이 명목으로 분양받아 오지 않았을까.
섬 고양이 대부분이 인간 기준으로 보니 미묘더라.
아무리 작은 섬도 1박 2일론 턱없다
2박 3일에서 1박 2일로 일정이 줄면서, 등대와 민박집 외에는 소청도를 다녀보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결국 언젠가 다시와야할 곳. 아예 소청도-대청도-연평도를 이어서 가봐얄 듯. 1주일 정도 일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