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종국이 확인시켜준 역도 신화(myth)

참고: 이 글에서 신화(myth)는 “(많은 사람들의) 근거 없는 믿음, 신화”라는 의미로 쓴다.

짐종국 ‘너의 스쿼트가 보여’ 편

김종국이 장미란 체육관을 찾아가 역도 국가대표 선수를 만나고 스쿼트와 데드리프트 레슨을 받는 편인데, 역도 동호인으로서 역도를 긍정적으로 잘 알려 줘 반가웠다.

다만, 웨이트 기반 운동 동호인들이 역도에 대해 가진 ‘근거 없는 믿음(=myth)’을 확인시켜 준 영상이기도 했다.

운동, 특히 헬스를 하다보면 역도에 대한 어느정도 환상이 생기기 쉽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이는 역도란 운동이 쉬이 경험할 수 없고 직업 엘리트 선수만 해오던 종목이라 생기는. 즉 모르고 못해보는 신비감, 어떻게 말하면 나쁜 접근성이 만들어준 환상 아닌가 싶다.

영상 30초 쯤부터 역도 코치가 “(스쿼트하는 방법이)어느게 정답인지 모르겠지만”이라고 하니, 김종국이 “역도가 제일 많이 드는 거 보니까 역도가 맞는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예능 영상 일부만 잘라 김종국 발언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라, 이 영상 정보를 잘 못 받아들이는 지인들이 있어 생각을 정리해 본다.

스쿼트 정답에 대한 환상, 목적과 수단을 혼동 말자.

역도, 보디빌딩, 파워리프팅 등 각 종목마다 스쿼트를 하는 목적이 다르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파워리프팅은 스쿼트의 최대 중량을 높이는 그 자체가 목적이다. 즉 딱 한 번 드는 중량을 최대한 높이는데 자세나 방법론이 맞춰져 있다.

보디빌딩은 스쿼트를 통해 근육의 부피를 키우거나 모양을 예쁘게 다듬는 게 목적이다. 그러니 딱 한번의 고중량이 큰 의미가 없다. 괜히 부상의 위험만 높일 뿐.

역도인에게 스쿼트는 클린을 위한 일부 과정일 뿐이다. 서울에서 부산가기 위해 들러야하는 대전 같은 경유지인 것.

스쿼트라고 부르면 뭔가 대단한 동작 같지만. 그냥 앉았다 일어나는 거다. 클린 동작 후에 일어나지 않으면 저크를 할 수 없기에. 역도에서 스쿼트는 그냥 좋건 싫건 연속적인 움직임의 일부 구간일 뿐이라는 것.

본인이 스쿼트를 하는 목적에 맞게 하면 된다. 대부분의 사람이 하체 건강을 위해 스쿼트를 하니까, 굳이 정답에서 가장 먼 것을 찾자면 ‘역도식 스쿼트’가 된다.

‘역도가 (스쿼트 중량을)제일 많이 드는 것’이란 말도(김종국은 분위기 살리는 발언으로 한 거겠지만) 틀렸다. 당연히 파워리프팅을 하는 파워리프터들이 가장 많이 들고. 이들이 하는 스쿼트는 역도의 하이바와 다른 로우바 스쿼트다.

이웃집 트랙터(=역도식 스쿼트)가 내 경차(=김종국 스쿼트)보다 빠르다 해서, 내 경차 최고속을 높인 답시고 트랙터에 달린 농기구를 덕지덕지 달면 안 된다. 최고속 증대시키는 방향성은 이미 정답이 있다. 페라리(=파워리프팅 스쿼트) 같이 자세를 낮추고 경량화하는 것.

이번 역도연맹 시합에서 코치 님과 짐종국 영상을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코치 님 말로는 ‘하이바 스퀏은 역도 선수에게나 의미 있지, 그 외 사람들에겐 효용이 떨어진다’고 한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역도식 스쿼트는 근력보다 신경계 발달에 목적이 있고, 상체를 꽂꽂이 세우는 하이바 스쿼트 형태가 클린에는 유용하지만, 바디빌딩이나 파워리프팅에는 더 높은 중량을 다룰 수 있는 로우바가 더 이득인 것.

인터넷에 떠도는 전병관 선수 에피소드도 역도 신화에 기대고 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작은거인’이란 별명을 가진 전병관 선수가 은퇴 후 동네 헬스장에 몸 풀러 가서 스쿼트 하는데, 헬스장 트레이너가 ‘그렇게하면 다친다’며 조언했다고.

감히 역도라는 신화적인 종목의 메달리스트인 전병관에게 훈수를 두는 비전문적인 트레이너를 조롱하는 구도가 만들어진다.

헬스장에서 역도식 하이바 스쿼트를 하면 안 되는 건 아니나, 보디빌딩식 운동을 하는 헬스장이란 장소에서 고중량으로 역도식 하이바 스퀏을 하는 중년에게 혹시 모를 부상 위험을 위해 ‘자세 주의’ 주는 트레이너가 잘못된 건가?

어차피 디테일한 이야기 맥락을 알 수 없으니 진위여부 가리는 건 불가능 하고 의미도 없다. 다만 이 이야기가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진 동인이 ‘역도에 대한 신화’와 ‘헬스 트레이너의 비전문성에 대한 조롱’에 기인하는 건 확실하지 않을지.

신화를 부숴야 생활체육이 된다.

역도 신화가 만들어지고 아직도 안 부숴진 건, 역설적으로 접근성이 너무 나쁘고 대중적인 인기가 떨어져서라는 게 내 생각이다.

다시 그 역으로 생각하면, 신화를 부수고 현생에 내려와야.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도 즐기는 구청 프로그램이 되어야 생활력도가 구현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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