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본질과 비본질

3편부터는 회사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기록해 나갈 것.

사고의 틀, 프레임워크

회사에서 배운 가장 큰 건 ‘사고의 틀’이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프레임워크. 각각의 틀이 어떤건지 배우고, 그걸 언제 어디에 어떻게 쓰는게 적합한지 쓰면서 익혔다. 한번 배우니 업무 외적인 일 전반에도 작동하더라.

목수가 일을 잘한다는 걸 되게 단순하게 말하면, 제 시점과 제 지점에 적절한 공구를 쓸 줄 아는 게 아닐까. 못 박는데 망치 쓰고 나무 자르는데 톱을 쓰는 것. 일이 능숙해지면 공구도 더 다양하고 정교해지고, 공구질도 능숙해지며 숙련공이 되겠지. 프레임워크는 목수의 연장통 같은 게 아닐까.

뭐가 본질인데

하나의 사안에 여러 견해가 있을때, 뭐가 본질이고 뭐가 비본질인지 질문하기. 이분법이 가지고 있는 명확함이 이 틀의 강점이다.

그럼 해야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하거나 안해도 되는 일이 분리된다. 보통 하지 않아야 할 일, 하면 안 되는 일은 선명하므로,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식별해내고 여기에 힘빼는 걸 막아준다. ‘아, 그건 비본질이니 안 해도 되거나 나중에 해도 된다’는 식으로 밀어둘 수 있음.

전략이 ‘하지 않을 것을 정하는 것(그래서 할 일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 본질 vs. 비본질 이분법은 전략을 수립하는 단계 뿐 아니라. 전략을 수행하다 길을 잃을때도 귀한 길잡이가 된다. 양갈래 길이 나왔을때 어느 길로 들어설지 결정하는 선명한 길잡이.

헬스장 헬스화

입사 초기에 일 외적인 사안에 ‘본질 vs. 비본질’ 프레임워크를 적용한 기억이 있다. 서울 올라와 자리 잡았으니 헬스장을 다시 다녀야겠다 결심.

근데 상경할 때 짐이 엄청 단촐하다 보니 헬스장용 운동화도 안 들고 왔었다. 맘에 드는 운동화를 사기 위해 동네 대리점은 물론 가산, 구로 대형 브랜드 아울렛을 돌아다니길 몇 주.

문득 생각이 들더라고. 헬스장 가서 운동하는 게 본질이지, 운동화는 비본질이다. 쓰레빠 신어도 운동만 하면 된다. 아니 실은 쓰레빠는 안 된다. 헬스장 매너가 아니므로 제재 받기도 하고 운동 효율과 안전 측면에서도 하면 안 된다. 그냥 예시다.

아무리 못 생긴 운동화라도 그냥 운동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면 되는 거다. 엄청난 심미안을 가진 마냥 고르고 고를 필요가 없다! 이 생각이 들자 어느 상설할인매장에서 5만원 채 안 하는 퓨마 운동화를 사서 헬스를 시작했다.

덕분에 그 신발 볼 때마다 본질과 비본질을 생각하게 됐고. 10년 넘어 밑창 부분 경화로 이사올 때 버렸다.

만약 완전히 내 맘에 드는 헬스화를 찾은 다음 운동을 시작하려 했다면. 상경 15년차인 지금도 최고로 맘에 드는 헬스장 운동화 찾아 구천을 떠도는 망령 비슷한 게 되었을 것.

뭐가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상대적으로)본질인 것과 (상대적으로)비본질인 것을 구분하거나 결정해야 한다.

그걸 모른다면 그냥 그 사안이 뭔지를 이해 못하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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