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 볼 책] 유시민 장관? 내겐 유시민 교수님

유시민을 만나다책 제목 : 유시민을 만나다
저자 : 지승호
정가 : 10000원 (할인가 : 원)
출판사 : 북라인
출간일 : 2005. 06. 15
 

여기 다른 사람 인터뷰만 해서 먹고사는 사람이 있다.
바로 국내 최초의 전업 인터뷰어 지승호.

 

장하준 교수를 인터뷰한 ‘한국경제, 길을 말하다’ 를 시작으로 그가 쓴 인터뷰집의 대부분을 읽고 있다.
서로 주고받는 대화 형식이라 한결 읽기가 쉽거든.
장하준 교수가 직접 쓴 ‘국가의 역할’ 이 딱딱한 곡물 그대로라면, 인터뷰 집인 ‘한국경제…’는 곱게 갈아 만든 이유식이랄까.

 

이유식 제조자인 지승호씨가 이번엔 유시민씨를 만났다.
유시민 씨? 장관? 국회의원?
처음 만남에서 어떻게 관계 맺느냐가 오래도록 영향을 미친다.
초등학교 동창은 환갑에 다시 만나도 서로 코흘리개로 보는 법.

여든 노모가 환갑 아들에게 차 조심하라 당부 하는 것과 같은 이치.

 

내게 유시민은 교수님이다.
것도 대학생활 마지막 수업시간을 장식한.
아, A+라는 과분한 점수를 주시기도 했고.

 

사실 정규수업 전에 이미 특강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학생회장 시절, (당시엔)유시민씨 측이 경북대에서 특강을 하고 싶은데 자리를 주선해 달라는 연락이 와서 이어준 적이 있으니 그게 첫 만남이라면 만남이다.

 

각설하고, 이번 이유식은 마치 바나나맛 우유 같다.
바나나가 잔뜩 들어간 바나나 생과일주스가 아니라, 바나나 향만 첨가된 바나나 ‘맛’ 우유.
유시민 교수님을 직접 인터뷰한 부분보다 ‘지인들이 보는 유시민’ 같은 글이 더 많거든.

마지막에 그 유명한 항소서서서를 특별 부록으로 넣어주는 서비스정신은 높이 살 만하지만

바나나 맛을 진하게 느낄 수 없어 아쉽다.

 

간략하게 항소이유서의 명문 몇 구절로 입에 남은 아쉬움을 달래자.

 

법률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본 피고인으로서는 정의로운 법률이 공정하게 운용되는 사회에서라면 양심의 명령이 법률과 상호 적대적인 모순 관계에 서게 되는 일은 결코 일어날 수 없으리라는 소박한 믿음 위에 자신의 삶을 쌓아올릴 수밖에 없었으며, 앞으로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누군가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사법부가 정의를 외면해 왔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법정이 민주주의의 처형장으로 사용되어 왔다’는 뜻일 것입니다.

 

누군가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사법부가 정의를 세워 왔다”고 말한다면,
그리고 그가 진정 진지한 인간이라면,
그는 틀림없이 ‘정의란 독재자의 의지이다’ 고 굳게 믿는 인간일 것입니다.
 

 

 

 

빛나는 미래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 설레던 열아홉 살의 소년이 7년이 지난 지금 용서받을 수 없는 폭력배처럼 비난받게 된 것은 결코 온순한 청년이 포악한 청년으로 성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 시대가 ‘가장 온순한 인간들 중에서 가장 열렬한 투사를 만들어 내는‘ 부정한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모순투성이이기 때문에 더욱더 내 나라를 사랑하는 본 피고인은 불의가 횡행하는 시대라면 언제 어디서나 타당한 격언인 네그라소프의 시구로 이 보잘것없는 독백을 마치고자 합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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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교수님’에 대한 이야기

 

작대기에 파란색 보자기만 씌워놔도 국회의원이 되는 곳이 대구 정치판,

교수님은 여기에 파란옷도 입지 않고 도전하셨다가 상당히(이곳이 대구란 걸 감안하면) 선전후에 낙선.

그리고 낙선 공약(이란게 있을 수 있단걸 첨 알았다)을 지키기위해 시간강사로 우리학교에 오셨다.

 

수업이 열린 강의실은 우리학교에서 가장 큰 곳일텐데도 첫 시간엔 사람이 앉을 자리가 없었다.

수강생 뿐 아니라 청강생(+지역 언론)까지 몰아쳤기 때문.

이 큰 강의실이 앉을 자리 없이 꽉 차는 걸 본 건 박근혜씨 특강 이후 첨이다.

 

워낙 말 잘하는 사람으로 소문 났기에 같이 수업 듣는 내 친구들의 기대도 대단했다.

초반 몇 강은 기대보단 좀 밋밋하거나 무난했다.

아마 정치활동하다 이런 한 학기 정식 강의(게다가 수강생만 400)는 오랜만이어서 적응기간이 필요 하셨을 듯.

 

항상 뭔가 기우뚱하게 바라보기 좋아하는 나도, 같이 듣던 친구들도 모두 인정한 수업은 ‘의료민영화’

전직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는 경력이 400명수강생 전원에게 빛을 뿌리는 순간이었다.

아마 ‘의료민영화’를 주제로 강의하는 사람중에 이만큼 흡인력있게 가르칠 수 있는 이는 대한민국에서 몇명 안 될 거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치인이 아니라 교수, 혹은 스스로가 말하는 ‘지식 소매상’으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해내는 사람이었다.

아니, 어쩌면 우리 사회는 정치판의 낙후화로 인해 소중한  지식 소매상을 엉뚱한 곳에 전용해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정치판에서 표를 주고 안 주고는 당시의 공약을 보고 결정하겠지만,

결석없이 수업에 임한 학생이 봤을 때 당신은 교수님으로서 존경받을 만한 분.

1 thought on “[빌려 볼 책] 유시민 장관? 내겐 유시민 교수님”

  1. 얼마전 끝난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김문수 씨를 상대로 4.5% 포인트까지 추격했던 유 교수님.
    앞으로가 더 재밌어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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